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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流

류流

김신형 (지은이)
  |  
가하
2011-10-13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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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流

책 정보

· 제목 : 류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6470877
· 쪽수 : 392쪽

책 소개

김신형의 로맨스 소설. 파군의 궁, 그 안에 갇히다. 율해국에 신의 저주가 내리자 황자의 정혼녀 여랑은 해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신의 곁에 머물게 되었다. 4년 후, 여랑에게 아직 인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해신(海神) 류는 그녀에게 칠일간의 기회를 주는데…

목차

서(序)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결(結)
산벚나무 아래
작가 후기

저자소개

김신형 (지은이)    정보 더보기
필명은 하현달. 현재 로망띠끄 시크릿가든과 럽펜에서 활동 중. 좋아하는 것은 낭만과 대나무, 그리고 죽순. 싫어하는 것은 싫은 것 모두. 외로움을 많이 타는 방랑아. 초승달이 뜨고 별이 쏟아지는 사막에 집을 지어 사막여우와 함께 사는 소박한 꿈을 매일매일 꾸고 있다. ▣ 출간작 바람의 용 청호(靑虎) 스타와 여배우 월광(月狂), 달에 미치다 흑호(黑虎) 류(流) 블랙 레이디(Black 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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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해궁은 항상 같았다. 해궁의 벽을 밝히고 있는 수정구 외에는 빛이라곤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이 바깥의 시간으로 낮인지 밤인지조차 구분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해신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여랑이 눈치 채지 못했을 뿐, 류는 항상 여랑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흔적을 지운 채 그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계집은 한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렇게 남아 있는 시간을 죽였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신을 볼 수 없는 계집이지만 그 시선 끝에 마주하며 서 있어도 그 생각을 알 수 없었다.
하루의 밤낮이 더 지났다. 이제는 더 이상 잠들지도 않았다. 인간의 식사조차 모두 거부한 채 그 자리에서 굳은 듯 움직이지 않는 계집이 그나마 살아 있음을 알리는 신호는 오로지 얇은 눈꺼풀을 깜박일 때가 전부였다.
여덟 번째였다.

“시위라도 하는 것이냐?”

결국 류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인간’인 계집이 이대로 말라죽길 바라진 않았다.

“제 언사에 화가 나신 줄 알았어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모습을 감추기 직전의 대화를 떠올렸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너는 내가 진정으로 화를 내는 게 어떤 건 줄 모르는구나.”

“오지 않으셔서 혹 제가 있는 곳이 해신의 눈동자 속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그의 그림 같은 눈썹이 쓱 위로 올라갔다. 차갑고 음울하고 적막하고 외로운 곳. 그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저는 아직 해신의 파군이 아닌 것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제게는 해신께서 말씀하신, 인간을 벌할 어떤 능력도 없기 때문이어요.”

“그렇게도 내 파군이 되고 싶나?”

“약조를 지키라 하셨잖아요. 이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제 쪽이라고.”

이토록 의미 없는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항상 수경을 통해 종알거리던 계집아이의 말상대는 이제 다른 사내가 아닌 류였다.

“나의 파군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 줄 모르는 모양이군.”

“저는 이미 이곳에 왔어요. 그게 제 의무라면 제가 짊어져야겠죠.”

여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류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깊이 파묻혔다. 순식간에 끌어당겨 입술을 맞부딪쳤다.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밀고 들어간 혀가 순식간에 여랑의 입속을 휘저었다.

“아……!”

“신의 힘을 받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입술을 뗀 뒤 여전히 호흡을 주고받는 상태에서 류가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과연 계집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 사내를 사랑해 그를 위해 삶을 버린 계집이었다.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이라면 지금이 낫겠지요.”

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여랑의 혼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를 향해 빛나는 강렬한 빛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빛을 다른 사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랬던 거군.”

여랑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이유만으로 혼례 날이 다가오는 계집을 끌어다 제 앞에 데려다 놓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깨닫자 깊게 침체된 수면 위로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이 계집을 어디에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한시라도 빨리 계집을 파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파군이 된다면 여랑의 의식이 온전하게 있는 한 그와 함께 영겁을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차가워요.”

손가락을 들어 류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것은 사람의 온기가 아니었다. 얼음 같은 냉기. 여랑은 자신이 지금 누구에게 안기고 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해신.
율해국을 보우하고 태초의 시간부터 존재해왔던 신이었다.

“영겁을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요?”

돌연 여랑이 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물음이 덧없어 류가 대답하지 않자 여전히 그의 입술에 가져다 댄 손을 거두지 않은 채 대답을 간구했다.

“나는 존재한다. 영겁의 세월조차 내게는 찰나일 뿐이야.”

기억 속의 그는 여랑의 물음에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대답해주었지만, 그 대답의 내용에 여랑은 망연자실하게 웃었다. 신들은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고, 그가 말한 찰나의 세월은 바로 인간인 자신들의 세월이었다. 그 찰나의 세월을 위해, 사윤을 위해 그녀가 스스로를 버렸으니 신의 눈에는 자신이 어찌 보일지 궁금했다.
류에게 안기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생이 끝나리란 것을 직감했다. 그의 눈이 조용히 선택을 종용하고 있었다.
더 이상 그녀가 느끼고 살아갈 수 없는 세월이 안타깝지는 않았다. 그 바다에 몸을 던진 순간 끊어진 인연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여랑은 이곳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그가 말한 영겁의 찰나 속에서.
천천히 류의 입술에 닿아 있는 손가락을 떼자 그가 다시금 여랑의 입술을 삼켜왔다. 입 안을 헤집는 혀로 인해 정신이 아득해졌다. 또다시 까무룩 의식을 놓고만 싶었다.
밤이 지났던가.
오늘이 그녀가 태어난 날이었다. 성년이 되는 날이었다.
드러난 하얀 어깨에 입을 맞춘 류가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그 고운 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스스로의 입을 막는 손을 잡아 침상 위로 내리 누른 그는 몸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각에 질끈 눈을 감은 여랑의 눈가 위로 입을 맞추었다.
그의 힘이 그녀의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감각 또한 살아났다.
주위를 조용히 흐르던 물살이 여랑의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여랑은 고단한 몸의 혈관을 타고 힘차게 역류하는 피의 흐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류가 땀에 젖은 여랑의 몸을 껴안았다. 그녀의 안에는 여전히 류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떴다.
자신이 보았던 세상은 그대로였다. 오로지 그녀 혼자만이 바뀌었다.
신의 힘이 그녀의 안에 머물러 있었다. 신이 다스리던 물의 경배가 여랑에게도 향했다. 이곳에 있는, 세상에 있는 물로 이루어진 모든 것들이 여랑을 경외하고 있었다. 후들거리는 손을 들어 허공으로 향하자 그녀의 주변에 모여들었던 물줄기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 손가락을 타고 어깨까지 기어올랐다.

이제 더 이상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렇게 여랑은 해신의 파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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