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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꽃

우리들의 시간꽃

나자혜 (지은이)
  |  
가하
2013-11-07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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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꽃

책 정보

· 제목 : 우리들의 시간꽃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6477265
· 쪽수 : 464쪽

책 소개

나자혜의 로맨스 소설. "예신 씨. 당신을 그리고 싶은데, 모델 해줄래요?" "싫어요. 그림 속에 갇히기 싫어요." 예신의 거절은 명료하고 확고했다. 자신의 담담한 목소리가 때로 칼날처럼 그의 마음을 긋는다는 것을 이 여자는 알까?

목차

프롤로그
하나, 이름 없는 것들
둘, 바닐라 색 하늘
셋,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넷, 다음을 기약하지 못해도
다섯, 나의 외로움이 너의 외로움에게로 흘러
여섯, 우리의 이름은 사랑
일곱, 기억의 강을 따라 사랑이 흐를 테니
여덟, 우리 꽃처럼 사랑하기를
아홉, 두 도시 이야기
열, 시들지 않고 반짝이는 것들
열하나, 그리고 시간꽃……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나자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사랑과 지혜’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사람 야구팬. Runner. 블로그 http://lovenwisdom.tistory.com 홈페이지 www.lovenwisdom.com - 출간작 플로라 (ebook) 우리들의 시간꽃 꿈꾸는 오아시스 13월의 연인들 얼음불꽃 별의 바다 아이스크림처럼, 레몬처럼
펼치기

책속에서

제일병원 지하철역은 널찍하고 한산했다. 준과 예신은 13구역행 표를 사서 선로로 들어섰다. 지하철에 승객이 얼마 없어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갈 수 있었다.

빗줄기가 잦아들어, 잠실대교를 지날 즈음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근사했다. 준은 창에 비치는 예신을 바라보다 물었다.

“예신 씨. 당신을 그리고 싶은데, 모델 해줄래요?”

“싫어요. 그림 속에 갇히기 싫어요.”

예신의 거절은 명료하고 확고했다. 자신의 담담한 목소리가 때로 칼날처럼 그의 마음을 긋는다는 것을 이 여자는 알까?

“파스텔로 그릴게요.”

“파스텔로 그리면 뭐가 다른데요?”

“파스텔화 그릴 때 난 고급 중성지 쓰고 보호제 뿌려요. 하지만 예신 씨가 원하면 그냥 종이에 그려서 보호제도 안 뿌릴게요. 빛에 변색되고 습기 타서 조금씩 사라지는 그림이 될 거예요. 그럼 예신 씨가 그림 안에 갇히는 건 아니겠죠?”

“사랑이랑 같겠네요, 그런 그림은.”

“어째서요?”

“시간에 닳으니까요.”

“어쩌면요.”

준은 예신을 돌아보면서 조심스럽게 동의했다.

“신이 인간들 가슴에 사랑을 그려 넣을 때 어떤 사람에겐 파스텔을 사용하고 어떤 사람에겐 수채물감이나 오일을 사용했나 봐요. 그래서 어떤 사랑은 시간에 닳아 희미해지고 어떤 사랑은 비만 맞아도 번져버리고. 또 어떤 사랑은 몇백 년이 지나는 동안 금만 살짝 가고.”

예신이 시를 읽듯 말했다. 준은 예신의 창백한 볼을 바라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뜨겁게 북받쳐 정말로, 아주 간절히, 예신을 그리고 싶어졌다.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예신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라고 말하듯이 미소를 짓고 나서 예신이 창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정말 아름다운 것들은 그릴 수 없는 건지도 몰라요.”

한강은 어둠에 잠겨 있고, 다리의 조명이 찬란하게 빛났다. 강 너머에서 건물들이 뿜어내는 빛이 생생하다 못해 투명했다.

준은 예신의 어깨를 감싸 안고 싶은 충동과 싸웠다. 창밖의 야경을 보고 있다가 예신이 속삭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저거예요. 우리를 스쳐가는 지금 이 순간.”

준은 위대하고 아름다운 무엇을 예신과 공유하는 것 같아졌다. 사랑 같은 것. 영원 같은 것. 진심을 건 서약 같은 것.

“강예신 씨.”

“네.”

“어떤 사랑을 기다리든 그 사랑 반드시 이루어질 거예요.”

“어떻게 알아요?”

“이뤄지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니까.”

“그러네요. 사랑이라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루어져서 사랑인 거네요.”

예신은 창에 비친 그녀의 야윈 얼굴을 보았다. 자기부상으로 운행되는 지하철이 다리 위를 흔들림도 없이 달렸다. 이렇게 멀리서는 강물이 흐르지 않는 것 같고, 다리 위의 조명이 영원히 빛날 것처럼 위풍당당했다. 흔들리는 것. 흐르는 것. 위태롭게 깜박깜박하는 것. 그것은 모두 그녀의 여린 마음이었다.

“한준 씨.”

“네.”

“그림이 그려지겠다 싶으면 떠나세요. 약속한 시간에 책임지는 것, 안 해도 좋아요.”

“키스하려 했다고 나, 쫓아내는 거예요?”

“우리는 스쳐 지나야 하니까요.”

“장건우 씨 때문에?”

“나는 아내가 되겠다고 건우에게 약속한 사람이에요.”

“그 약속에 얼마나 더 매달릴 건데요?”

“내게 허락된 시간만큼.”

“아무리 외로워도?”

예신은 돌연 숨 쉬는 것이 힘들어졌다. 외로운 것보다 더 서러운 건 그 외로움을 누구에게 들키는 것인가.

“한준 씨. 절대로, 나를 그리지 말아주세요.”

지금 내가 그리움을 허락할 사람은 건우뿐이어야 해요. 예신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준이 그녀의 언어를 이해하리라고 믿었다. 어느 샌가 둘 사이에 켜켜이 쌓여버린 믿음이 아름답고 위험했다.

“절대로?”

“네.”

“그럼, 그리지 않아도 기억하게 되는 건 어떡해요?”

준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들렸다. 예신은 준이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그녀가 차마 끄집어내지 못한 생각이 준의 목소리를 빌어 그녀 안에서 울렸는지 알 수 없었다.

“예신 씨.”

준이 진지하게 그녀를 불렀다.

“네.”

“그 화가는 작가를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네?”

“소설 속의 동거인들. 작가가 법을 어겨가며 열목어를 잡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고, 열목어를 그린 순간부터 화가는 공범이니까. 사랑을 함께 저지르는 것보다 죄를 함께 저지르는 게 더 질긴 인연일 거예요.”

지하철이 속도를 올렸다. 무량한 빛을 품은 밤이 창밖으로 지나갔다. 어둡고 무연한 하늘. 흐릿한 달과 별들. 그 아렴풋한 빛 아래서 고스러지는 가냘픈 영혼들. 서울은 인간의 빛이 하늘의 빛을 가리는, 그 화려함이 조금은 서러운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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