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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6807611
· 쪽수 : 14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아기를 싫어했던 어떤 엄마의 이야기
할머니와 외투
해설
채인선은
차성연은
책속에서
엄마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만큼 생생하게 들렸습니다. 매일 되풀이되는 이 덧없는 싸움에 엄마의 영혼은 멀미가 난 것입니다. 엄마는 청이가 미워졌습니다. 청이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가능성을, 또 다른 어떤 아름다움을 말입니다.
그러나 엄마는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이런 현실에 대항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외치고 외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습니다. 아기를 두고 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두고 혼자 가 버린다면 아기는 분명 굶어 죽든지, 유괴당할 것입니다.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채우자 엄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엄마의 외침은 다시 마음속에 묻혔습니다.
엄마는 청이가 어질러 놓은 식탁 바닥을 걸레로 문질렀습니다. 잘 지워지지 않아 허리를 굽히고 엎드려 빡빡 문질렀습니다.
-<아기를 싫어했던 어떤 엄마의 이야기> 중에서
곧 나는 모든 것을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움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평상에 지붕을 올린 노점판이었고 그 앞에 나와 앉아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체구가 자그마한 어느 노파였다. 온 얼굴이 주름살로 뒤덮이고 몸도 바짝 오그라든 노파가 평상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천연스럽게 내가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무서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노파가 먼저 입을 뗐다.
“난 네가 왜 여기 왔는지 알아. 누굴 찾아온 거지?”
목소리는 카랑카랑했지만 나를 반기는 말투는 아니었다.
“저어…. 할머니를 찾으러 왔어요. 낮에 이리로 들어서는 것을 누가 봤다고 해서.”
내가 더듬더듬 대답을 했다. 내 목소리가 조금 낯설게 들렸다.
“여긴 사람들이 안 다니는 길이야. 쯧쯧, 길을 잘못 들었군.”
세상일을 다 아는 듯한 노파의 말에 나는 맥이 빠졌다. 노파가 조금 다른 음색으로 말을 놓았다.
“그런데 예쁜 외투를 입었군. 그것 나한테 주고 가지 않으련?”
-<할머니와 외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