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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7070144
· 쪽수 : 583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대대로
롯
1장 아침이 없는 마을
2장 구룡못을 노래하다
3장 고선
4장 호랑이 잡다
5장 호박떡거리에서 만난 사람
6장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겹도라지
7장 음식 사회사
8장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9장 유리구슬
10장 마카렌세스, 그리고 외나무다리
11장 겨울 매미
제2부 멋대로
다윗과 바세바
12장 초병, 나비 잡다
13장 백도라지가 나타났다
14장 돕레의 하루
15장 교육결혼
16장 초도 석도
17장 남미의 변신
제3부 뜻대로
누구든지
18장 출판을 출판하다
19장 김대중 옥중서신
20장 선운사 동구, 이렇게도 저렇게도 노래하다
21장 김서, 사제되다
22장 서울이란 요술쟁이
23장 노익장을 과시하다
24장 미완성 작품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침이 없었다.
가는 국숫발로 만든 작사리처럼 짝 퍼지던 햇살도, 거미줄에 매달렸던 아침이슬의 영롱한 반짝거림도, 긴긴 밤을 깨우듯 창공을 날갯짓 하던 제비도, 보슬비 내릴 때 빗소리를 뚫고 청아하게 울어대던 청개구리도 이젠 아침이 없으니 볼 수가 없다.
오래 전엔 부지런한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추수를 했다. 그러면 잘 익어 쩍 벌어진 석류 알알마다 탈곡기에서 튄 벼 낟알이 박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아침햇빛에 반사되는 것이었다. 그런 빛나고 아름답고 소중했던 추억 속의 광경이 오히려 아득한 슬픔을 안겨주기도 했다.
아침은 살며시 마을에 들어갔다가 혼쭐이 나서 기진맥진 상태로 나오기를 근 이십 년 가까이 되풀이 했다. 아침은 마을 주변에서 마치 수술하기 위해 마취한 환자처럼 몽롱하게 지냈다. 백일몽만 꾸었던 것이다.
그들이 경비행기를 타고 후버댐을 구경하고 그랜드 캐넌의 절벽과 그 아래의 콜로라도 강을 감명 깊게 보고는 숙소인 라스베가스 ‘엘 라라,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 클럽’으로 돌아와 각자 자유 시간을 가졌다. 그가 늘 자그마한 성경책을 들고 다녀 만나는 외국 사람들 대개가‘굿모닝 바이블’하고 인사를 건네면 즐겁게 인사를 받아주곤 했다. 일행이 아랍토호의 도박 게임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호텔 주변의 무료 쇼도 구경하면서 소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일행을 빠져나갔는지 행방불명이 되었다. 할 수 없이 일행이 먼저 귀국하고 난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까. 그가 콜로라도 강 하류 절벽에 떨어져 죽어있는 것을 래프팅 하던 사람들이 발견하였던 것이다. 마치 영화 <127시간>처럼 바위 틈새에 끼여 좀처럼 발견이 쉽지 않은 위치였던 것이다. 온 몸이 너덜너덜 똥걸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일행을 벗어난 날짜가 음력으로 열나흘이라 제법 달 밝은 콜로라도 강이었음을 미루어 짐작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