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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아시아사 > 동남아시아사
· ISBN : 9788967350161
· 쪽수 : 532쪽
책 소개
목차
1. 세계가 주목한 재판 | 2. 깡 켁 이우의 탄생 | 3. 채소를 수확하다가 끌려가다 | 4. 고등학교를 개조한 살인공장 S-21 | 5. 차가운 고문과 뜨거운 고문 | 6. 양치기 개 | 7. 몸이 으스러지도록 구타하라 | 8. 대단한 일벌레 | 9. 살인자의 수사학 | 10. 폴 포트는 숭고했다 | 11. 처형장에 끌려가던 날 | 12. 불에 달군 쇠막대기를 콧구멍에 | 13. 독재 정권에서 학살자란 더할 나위 없는 직업 | 14. 캄보디아인의 사고방식 | 15. S-21에서 죽은 78명의 외국인 | 16. 쯔엉 엑 혹 은 킬링필드 | 17. 왜? 왜? 왜? | 18. 예술가들, 목숨을 건지다 | 19. 두크의 청년 시절 | 20. 두크의 교사 시절 | 21. S-21의 전신 M-13 | 22. CIA 아니면 KGB | 23. 폐허의 장소에 가다 | 24. 안롱벵, 살인자들의 마지막 은신처 | 25. 타 목의 상 | 26. 죽음의 라인 | 27. 프놈펜에서의 탈출 | 28. 두크의 부하 몸 나이의 침묵 | 29. 풍 떤 교수가 불러일으킨 파문 | 30. 제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게 | 31. 지식인의 비극적 운명 | 32. 한 엘리트의 죽음 | 33. 왜 곧바로 죽이지 않았을까 | 34. 두크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 35. 물의 축제 | 36. 민주 캄푸치아의 역설 | 37. 두크의 죄 | 38. 변호의 대가 vs 자백의 대가 | 39. 지랄맞은 감동을 준 유창한 웅변술 | 40. 선고
역사적인 지표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차례
책속에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군요
“제 본명은 깡 켁 이우Kaing Guek Eav이지만 혁명군에 들어가면서부터 두크Duch란 이름을 썼습니다. 저를 포함해 부모님과 식구들, 제 조국의 국민을 자유롭게 한다는 명분으로 혁명군에 가담했지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제 조국은 참담한 비극을 겪어야 했고 17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정의를 믿는 한 사람으로서 제가 몸담았던 캄푸치아Kampuchea 공산당이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어요. 도망쳐 나올 수도 없었고 무조건 상급 기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했으니까요. 저는 감옥에서 사람들을 심문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결코 내 손으로 누군가를 죽인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죽이진 않았어도 분명 저 대신 다른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죠. 단지 제 손에는 펜이 들려 있었고 제 손놀림이 한 사람의 생사를 결정했어요. 제가 심문한 죄수에 대한 평가를 상부에 보고했으니까요. 저는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서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는 죄수들의 자백을 근거로 새로운 범죄자를 체포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죠. 저는 혁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고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엔 혁명 세력이 세운 정권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군요. 제가 1만20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이는 데 함께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끄럽습니다.”
가짜로 즐거워한 연기가 들통나기도
물론 두크도 정도를 벗어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보기에 약하고 우둔한 상대 앞에 서자 지나치게 우월감을 느낀 나머지 법정에서 피고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두 가지 행동, 즉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과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말았다. 또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서투르게 굴 때가 있다. 그가 일한 교도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세 명 가운데 한 사람에게 억지로 동포애를 표현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가짜로 즐거워하는 연기가 들통난 적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두크의 신경질적인 웃음에 당혹스러워했다. 어느 순간 상황 파악을 한 두크가 얼른 손으로 입을 막더니 흥분을 가라앉혔다.
자백할 때까지 계속 전기고문
심문관은 그에게 다짜고짜 “너는 반역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밀 회의를 몇 번이나 열었는지 물었다. 남자가 완 낫에게 말했다. “넌 횟수를 반드시 기억해내야만 한다. 앙카르가 실수를 할 리 없으니 너는 반역자가 틀림없어.” 심문관은 자백을 받기 위해 전깃줄을 꺼냈다. 완 낫의 눈에 벽에 걸린 비닐봉지가 들어왔다. 봉지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있었다. “자, 말해! 몇 번이나 모임을 열었냐고?” 대답을 못하자 첫 번째 전기 방전이 시작되었다. 결국 완 낫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심문관이 그의 얼굴에 물을 붓자 완 낫이 정신을 차렸다. 그 후 두 번째 전기 고문이 이어졌고 그는 또 기절하고 말았다. 그렇게 여러 번의 전기 고문이 계속되었다. 완 낫은 자신이 고문을 한 자들에게 뭐라고 대답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