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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67358594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기성회비
2. 술지게미
3. 중학교 입시
4. 가을 소풍
5. 뒷간
6. 노름
7. 장마와 낚시
8. 강냉이죽
9. 은자의 가방
10. 글짓기 대회
11. 산불
12. 타이야표 꺼먹 고무신
13. 이쁜 애
14. 이쁜 애 2
15. 이쁜 애 3
16. 이쁜 애 4
17. 이쁜 애 5
18. 덕구
19. 십바리차
20. 상감
21. 지게
22. 누렁이
23. 진학 시험
24. 꽁치 한 마리
25. 교복 입은 은자
26. 형아의 껌
27. 닭고기
28. 거지
29. 좋은 친구 명구
30. 명구 2
31. 살구
32. 재건중학교
33. 여자 동창
34. 참새구이
35.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36. 행상집
37. 영숙이
38. 영숙이 2
39. 이쁜 토끼
40. 영숙이 편지
41. 서울행
42. 다시 농사꾼이 되어
43. 서울행 2
44. 서울행 3
45. 서울 1
46. 서울 2
47. 서울 3
48. 서울 4
49. 일기
50. 그리움
51. 귀향
52. 목욕탕
53. 목욕탕 2
54. 고무줄 공장
55. 공장장이 되다
56. 검정고시
57. 우유 배달
58. 귀향
59. 고등학생
60. 마지막 인사
친구의 추천_산골짝 촌놈의 이야기
책속에서
아침상이 들어왔다. 노란 좁쌀에 고구마를 넣어 지은 밥. 달콤한 게 죽보다는 훨씬 좋았으나 오늘은 영 밥맛이 안 난다. 몇 숟갈 뜨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어, 아부지 기성회비 좀 주셔유.” 큰 죄라도 지은 양 이 말을 간신히 하고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밥만 퍼먹었다. 밥 한 사발을 다 먹도록 아무 말도 없는 엄마 아버지.
형아, 동생들은 학교 길을 떠났으나 나는 책보를 등에 메곤 마당에 서서 기성회비 달라고 조르며 서 있었다. “빨리 줘유.” 담에 줄게 어서 가라는 엄마. “안 돼유. 오늘 안 가져가면 벌 받어유.” “요놈이 담에 준다니까 속을 뒤집어놔, 왜?” 싸립문 밖까지 부지깽이를 휘두르며 따라오시던 엄마는 담에 꼭 줄 테니까 얼른 가라는 말을 하고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신다.
키도 나보다 작고 힘도 없으면서 선생님이 봐준다고 언제나 얕잡아보는 게 화가 났는데, 오늘은 발로 차기까지 하니 울컥 화가 치밀어 “얌마, 왜 때려” 했더니, 돈도 안 내는 거지 같은 새끼가 덤빈다며 한 번 더 걷어찬다. 거지라는 말에 화가 난 나는 달려들어 밀치고 배에 올라타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려주었다.
우체부가 오면 행여 영숙이 편지 또 있나 달려가보고, 고운 글로 곱게 써내려간 편지. 읽고 또 읽고…… 좋아한다는 대목엔 가슴이 떨려오고, 마음이 들떠 하늘을 날 것만 같다. (…) 하얀 눈이 사르르 녹아 흐르는 날, 서울로 식모살이 떠난다고 편지가 왔다. 하늘이 돈다. 땅이 돈다. 눈물이 나도록 슬퍼온다. 담배 두엄 지어 나르는 어깨가 더욱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