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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을 복

엄마의 죽을 복

(순리대로 살다 깔끔하게 가겠다는)

신문자 (지은이)
한사람연구소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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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을 복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엄마의 죽을 복 (순리대로 살다 깔끔하게 가겠다는)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702365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6-01-03

책 소개

여든의 엄마는 순리대로 죽고 싶다 했고, 딸은 치료를 멈추지 못했다. 항암과 돌봄의 시간 속에서 ‘죽을 복’의 의미를 묻는 기록이며 부모의 죽음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감정을 따라간다.
2023년 어느 날, 엄마가 아팠다.
우리 엄마 박순철 여사는 평생
“나는 주삿바늘 꽂고는 안 살 거야.”
“집에서 평소처럼 살다가 죽을 때는 깔끔하게 갈 거야.”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깔끔하게 갈 거라는 사람이 진짜 나의 엄마가 되었을 때,
나는, 큰언니는, 작은언니는, 오빠는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요양원을, 요양병원을, 암 전문 요양병원을, 응급실을, 대학병원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유우머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픈 엄마를 돌보는 자식의 시간은
아픈 자식을 돌보는 엄마의 시간에 견주고 보면
한없이 어색하다. 어쩐지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래도 이 시간에 국으로 꼬깃꼬깃해질 수는 없지.
엄마는 주삿바늘 꽂고도 집에 있는 고추장 걱정을 한다.
우리는 파킨슨에 췌장암이 걸린 엄마와 농담을 할 거다.
그리고, 엄마가 영, 엄마한테는 없을 건가 보다며 아쉬워하는
그놈의 '죽을 복'을 찾아 줄 거다.
조금 앓다 죽거나, 집에서 죽거나, 자다가 죽거나,
트러플 전복죽 같은 그런,
그런 죽을 복 말고,
진짜 죽을 복을 내가 300쪽 가까이 찾아 써 두었으니,
엄마 딸이 찾아 준 진짜 복을 한번 읽어 보기나 하셔.
- 《엄마의 죽을 복》, 신문자, 한사람연구소, 2026

이야기의 시작, 엄마의 죽을 복을 찾아서

《순리대로 살다 깔끔하게 가겠다는 엄마의 죽을 복》을 쓴 저자 신문자의 엄마이자, 형제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박순철 여사는 여든 살이 되던 해인 2023년 파킨슨과 췌장암을 진단받았다.
박순철 여사는 평소에 입버릇처럼 “나는 절대로 몸에 주삿바늘 주렁주렁 달고는 안 살 거야. 순리대로 갈 거야. 죽을 때라도 복이 있어야지.”하던 사람이었다. 쿨하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해 두기까지 했더랬다.
그렇지만 막상 자기 엄마의 일이 되고 보니, 문자는 가파른 내리막이 예정된 병 앞에서 치료를 멈추는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말한 ‘순리’는 아주 매운 맛이었다. 문자를 비롯해 자식 넷이 달라붙어 엄마를 설득해 억지로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순리를 거스르는 독한 치료로 엄마의 몸은 서서히 망가졌다. 산을 들로 쏘다닐 수 있었던 엄마의 세상이 침대 크기만큼 좁아졌다. 그렇게 요양원으로 들어간 엄마는 이제,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하던‘엄마의 죽을 복’이 영 사라진 걸까.
엄마와 같이 낭패감에 빠져 있다가 문자는 문득, 오기가 생겼다. 엄마의 죽을 복을 찾아나선 것이다.
“도대체 그놈의 죽을 복이 뭐길래? 어디 가면 있는데? 내가 찾아줄게!”
아직도 텔레비전에서 노인들이 나오면 지치지도 않고 부러워하고, 반질반질 닦아 놓은 장독대에 고추장이 무사한지 걱정하고, 우울증에 걸려 허우적대는 아빠보다도 더 짱짱한 마음을 가진 박순철 여사가 아닌가.

《엄마의 죽을 복》은 누워서 똥오줌을 싸는 신세가 되었다면서 ‘죽을 복’이 없다고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엄마에게, 막내딸 문자가 엄마의 죽을 복을 찾아주기 위해 시작한 수색 일지이다.

엄마의 죽음이라면 날벼락 같기보다, 오래오래 걸리면 좋겠어

우리는 분명 부모가 자식보다 먼저 죽는 것이,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보다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부모가 죽는다는 것을 진짜로 알게 되면 몹시 충격적이다. 엄마가 아프고 문자도 엄마가 죽고 없을 때의 세상을, 그런 세상이 진짜로 닥쳐올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나’를 생각하면 고통없이 깔끔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죽음을 택하겠지만, 그 주어를 ‘나의 부모’ ‘나의 소중한 사람’으로 바꾸어 놓고 보면, 갑작스럽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죽음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엄마의 죽을 복》에서 문자와 엄마는 잔뜩 울고, 실없이 농담을 나누고,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중한 사람의 소멸을 조금씩 천천히 지켜보는 시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고의 노후대책은 비혼의 딸? 부모 돌봄에 N분의 1은 없다

저자 신문자는 4남매 가운데 막내이고, 비혼이고, 딸이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드니 도처에서 늙고 병든 부모를 돌본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런데 그 돌보는 일의 전면에는 늘 결혼 안 한 자식들이 서 있었다.
‘결혼을 안 하면 아무래도 여유가 좀 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결혼을 한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생기는 책임과 의무가 늘어나서 여유가 없다고. 하지만 관계가 어디 책임과 의무만 지우나, 어디? 넓어진 가족은 책임만큼이나 사랑을 가져다주고, 의무만큼이나 기쁨도 준다.
결혼 안 한 사람들은 부모 돌봄에 더 시간을 쏟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일을 더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그 돌봄의 고단함을 나눠질 구성원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죽을 복》은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시간보다도, 부모를 돌보는 자식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문자의 4남매는, 어떻게 나누어도 누군가는 더 지치고, 누군가는 더 억울해지기 쉬운 돌봄의 n분의 1을 어떻게 나누어 가질지 묘책이 있을까?

어쩐지 어색하고, 어쩐지 불편하고, 어쩐지 질문이 많이 생기는 이 부모돌봄의 시간을 어떤 자식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을지, 그 작은 해법들을 모색해 본다.

5개월에 4,250만 원짜리 돌봄

기왕에 항암을 하기로 한 이상, 엄마의 치료와 돌봄은 팔 할이 돈으로 이루어진다. 암 전문 요양병원은 입원비가 4인실을 기준으로 월 400만 원부터다. 문자의 엄마처럼 거동이 어려운 경우, 병원에서는 개인 간병인을 필수로 요구한다. 간병비는 하루에 13만 원. 7일에 91만 원. 한 달에 4주면 월 364만 원이 들어간다. 한 달에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 최소 764만 원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환자의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주사나 약제는 따로 추가비용이 든다. 암 전문 요양병원은 치료보다는 요양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보험 혜택도 받기 어렵다.
엄마가 곁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야 ‘그깟 돈쯤이야’싶다가도, 이 시간이 길어져도 이 마음이 그대로일까 걱정되기도 한다. 문자는 엄마가 암 전문 요양병원에 있던 5개월 동안 병원비로 23,000만 원, 간병비로 1,950만 원. 합쳐서 4,250만 원을 썼다.
엄마의 목숨값. 《엄마의 죽을 복》에서는 평생을 통틀어 자기를 위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곳이 교육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고, 병원비로 다 날려 보내는 돌봄의 비용에 대해서 함께 들여다본다.

돌보는 여자들, 돌보는 마을에 대한 감각

아이를 키울 때만 마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노인을 돌볼 때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 아흔여섯 살 할머니는, 죽을 때까지 옥수수나 쪽파를 다듬고, 담 안팎으로 지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할머니를 할머니답게 살다 죽게 한 건, 엄마와 아빠의 돌봄에 더해, 익숙한 풍경과 사람들로 이루어진 고향 마을에서 지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문자는 믿고 있다.
할머니와 달리 엄마의 돌봄은 돌봄을 일로 하는 중년의 여성들 덕분에 가능했다. 몸을 닦이고, 똥오줌을 뉘이고, 밥을 먹이고, 침대로 휠체어로 엄마를 옮기는 일은 적잖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서툰 데다 여러 감정이 뒤섞여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들은 아픈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엄마의 죽을 복》에는 아픈 사람이 마음껏 아프고, 그 사람을 돌보는 일이 많이 고단하지 않는 관계와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제안이 담겨 있다. 같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이 일은 이제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이 책을 펴든 독자들에게 당면한 일이기도 할 것이기에.

목차

시작하는 글 | 엄마의 ‘죽을 복’을 찾아서
콧물 섞인 얼갈이된장국수
순리대로 죽겠다는 엄마 말리기
엄마가 울음을 그쳤을 때
슬픈 건 슬픈 거고, 묵은때는 닦아야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결국은 도박 같은 치료
n분의 1, 미혼의 돌봄
엄마의 죽을 복
긴병에 효자는 필요 없어
병원에서 나의 미래를 본다
대학병원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불행 배틀의 무대, 응급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공동묘지, 요양병원 집중치료실
5개월에 4,250만 원짜리 돌봄
허리 굽은 아주머니의 죽을 복
엄마의 고추장 걱정
엄마에게 가는 길
돌보는 여자들과 새로운 마을
숙제 같은 쓸쓸한 명절
나의 부모를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늙어서 좋은 건 하나도 없어, 이 양반아
귀엽게 죽는 건 어렵겠지
똥 기저귀를 갈아 줄 사람
해방둥이 부부
집으로 가고 싶은 엄마에게
고백하기 좋은 장소, 택시
아빠의 마음 언저리
둥둥 떠다니는 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하루를 살아 내는 것
엄마 음식으로 이어달리기
맺는 글 | 괜찮아
권하는 글 |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 이야기
덧붙이는 글

저자소개

신문자 (지은이)    정보 더보기
4남매 중 막내, 딸. 비혼, 1인 가구, 결혼 가능성 낮음 국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학교생활이나 학과 공부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나돌았다. 전에 본 적 없는 에너지와 새로움에 사로잡혀, 홍대앞 문화기획자로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마뜩잖을 때도 많지만,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자 무기이다. 글을 쓰기로 한 뒤에 내가 기댈 것 역시 꾸준히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똥을 누듯이’ 조금이라도 쓰기 위해 애썼다. ‘개나 소나 글을 쓰네’라고 욕했던 과거의 어리석은 나를 비웃으며, 나는 기왕이면 오래 쓰는 개나 꾸준히 쓰는 소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펼치기

책속에서

가족을 불러모은 의사는 엄마가 암이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의 암이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그림을 그려 가며 설명했다. 가능한 치료 방법에 대해 말했다. 췌장과 췌장을 둘러싼 장기가 인쇄된 종이에다, 엄마의 종양이 어디에 있는지 동그라미를 그려 표시했다. 이 위치는 수술이 불가능한 위치라고 설명한 다음, 원한다면 사진을 찍어 두라고 했다.
의사에게 바짝 다가섰던 큰언니도 나도 홀린 듯이 사진을 찍었다. 기념할 만한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걸 찍으면 엄마가 걸렸다는 췌장암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처럼.


“저 양반은 어쩜 저런 복을 타고났을까. 저렇게 살 수 없으면 죽을 복이라고 있어야 하는 건데, 나는 영 틀려 버렸네, 틀려 버렸어.”
또 시작이다. 엄마의 죽을 복 타령 말이다. 지그은 건강해 보이는 저 노인 역시 어떻게 죽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엄마는 건강하면 건강한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노인이 텔레비전에 나오기만 하면 죽을 복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자, 엄마의 신세 한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놈의 죽을 복.
엄마의 죽을 복 타령이 징글징글하다. 대체 죽을 복이 뭐길래. 그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엄마가 있는 곳은 어떨까. 그곳에도 꽃이 있을까. 거기서 엄마는 비로소 자유로울까. 침대에 몸이 묶인 말년의 엄마를 생각하면 내가 바라는 것은 이거 하나다. 지금 있는 그곳에서 엄마가 자유롭게, 마음껏, 자기의 두 발로 돌아다니고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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