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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7751135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3-01-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저 그런 남자
1. 최 사장 장가보내기 프로젝트
2. 강남에 사는 꽃거지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3. 빈대의 정석
4. 마음을 푸는 비밀번호
5. 그 남자의 플랜
6. 상처에는 반창고
7. 보스의 매력
8. PAST 혹은 FUTURE
9. 그 남자와 나의 거리
10. 봄봄!
에필로그 1. 내기의 진정한 승자
에필로그 2. 그 남자의 꿈
작가 후기.
hidden track. 별 숲이 빛나는 밤에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랫동안 뉴욕에 나가 있었어. 그래서 아직 한국은 잘 몰라.”
“그래서 강남에서 청담까지 택시 타고 오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단 말이죠.”
그녀의 말에 현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흉보는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그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나리는 한숨을 쉬었다.
“뉴욕 촌놈.”
“응? 뭐라고?”
“아니에요.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안 해 주셨네요. 제가 뭘 해야 하는지요.”
“아아, 그건 말이야. 내가 할아버지랑 내기를 하나 했어. 평생 내가 살 여자는 내 손으로 고를 수 있어야 하잖아?”
“뭐, 그거야 그렇죠.”
“골든당 자리를 골든 주얼리 청담점으로 만들기로 했어. 그러면 할아버지가 나 선 안 봐도 된대. 내 인생에서 신경 끄시기로 한 거지.”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하는 커플도 이혼하는 세상이다. 나리는 선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보면 감정적으로 엮인 사랑보다는 좋은 점도 많다는 사실을 그에게 역설해 주려다 입을 다물었다. 굳이 이 문제에 대해 그와 토론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나리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에? 그거면 쉽잖아요. 어차피 제품이야 다 있고, 본사에서 직원교육해서 보낼 거고. 그럼 인테리어만 하면 되잖아요.”
나리의 말에 현승은 그제야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승은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리를 향해 활짝 웃었다.
“6개월 안에 흑자로 만들어야 하거든.”
“……그걸 받아들였어요?”
“응!”
“아저씨…….”
나리는 뒷말을 삼켰다. 정말 멍청한 사람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의 밝은 얼굴을 보니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6개월 안에 직원 월급부터 시작해 월세, 인테리어 비용, 제품 비용, 홍보 마케팅 비용 등등. 금액을 따지자면 자신은 감히 상상도 안 되는 금액일 텐데, 그 금액을 모두 갚고 흑자로 돌려놔야 한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일까? 그것도 6개월 안에?
나리는 생각의 결론을 내리며 말했다.
“할아버지한테 제대로 낚이셨네요. 그걸 어떻게 해요? 제가 알기로 여기 주위에 있는 매장들도 몇 년 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해 철수하거나, 직원을 줄이고 있는 판국이라고요.”
나리가 주위 가게들의 사정을 말했다. 경제가 힘들어지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사치품이다. 물론 이곳까지 와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경제가 힘들다고 해서 굳이 사치품까지 줄이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되었든 전체적으로 매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 사람들은 한국 제품이 아닌 명품 주얼리도 차고 넘치는 사람들이었고, 한국에서 열리는 신제품 쇼에 가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니까.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외계인 같은 존재들이었지만 현실은 그러하다. 그러므로 아주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번 내기에서 현승이 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가게 위치부터 시작해 아주 악조건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승은 나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휘어지는 것을 보던 나리는 붉은빛 입술에서 튀어나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넌 평생 내 밑에서 일해야 하는데 괜찮아?”
그의 말에 나리는 잠시의 생각도 하지 못하고 버럭 소리 질렀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너도 나한테 낚인 거야.”
“…….”
“할아버지와의 내기에서 내가 이기면 6개월. 지면 피곤해지는 나의 인생과 더불어 나리의 인생도 피곤해지는 거야.”
“……우, 우씨…….”
“역시 우리 나리는 똑똑해.”
포기도, 결론도 참 빨리 내려. 현승은 점점 구겨지는 나리의 얼굴을 보며 뒷말을 속으로 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