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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775217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3-03-1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 우연일까?
2장 : 어이없는 제안
3장 : 도망치고 싶은 현실
4장 : 지울 수 없는 상처
5장 : 카멜레온 같은 남자
6장 : 그와 그녀의 거리
7장 : 혼란
8장 : 잔혹한 진실…… 그리고 지독한 상처
9장 : 현실에 눈을 뜨다
10장 : 그녀의 존재
11장 : 낯선 기류
12장 : 선택의 기로
13장 : 거센 폭풍
14장 : 이대로 조금만 더……
15장 : 감정의 여로
16장 : 영혼의 고백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새까만 눈동자.
그 강렬한 눈빛은 단아의 시야 속에서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시선 속에 그대로 갇혀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 눈빛을 무시하는 것은 유리병 안에 갇힌 가련한 나비의 부질없는 날갯짓에 불과했다.
단숨에 투명한 액체를 들이켜며 맞은편 상대에게 한껏 우아한 미소를 짓는 순간에도 그녀는 불편한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 시선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는 탓이리라.
목이 탔다. 이미 몇 번이나 액체를 들이켜 목을 축였는데도 그 갈증은 그 밤 내내 단아를 괴롭혔다. 마른침을 삼키며 깊은 심호흡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여지없이 날아와 꽂히는 시선이 날이 선 신경을 낚아챘다. 숨이 탁 막혀 오자 그녀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를 미친 듯 의식하며 평소의 자신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만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남자. 그리고 그도 그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듯했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이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반듯한 이마를 덮은 검은 머리칼에서부터 우아하게 곧게 뻗은 코, 세상을 조롱하듯 살짝 비틀린 붉은빛 입술,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 단단한 장신의 몸을 감싼 윤기 흐르는 검은 턱시도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며 그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켰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남자가 바로 그였다.
단아는 그가 누구인지 안다. 그리고 그가 왜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도…….
서강우. 무시할 수 없는 제일제약의 막강한 일인자라는 이유만이 아니라도 그는 이미 34살의 나이에 그만의 탄탄한 왕국을 구축한 상태였고, 섹시한 남성적 매력까지 덧붙여져 그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중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의 발아래 무릎을 꿇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단아 역시 결국 그중 한 사람이 되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순간 벗어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에 쓴물이 밀려왔다.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상황, 이 순간을 외면하고 싶었다.
“당신은 도망칠 수 없어.”
낮게 깔린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몸은 금세 얼어붙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형식적인 미소마저 사라졌다. 강우의 등장에 지금까지 그녀에게 끝없는 환심을 보이던 젊은 남자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사라졌다. 결국 이 남자의 손에서 그녀를 구해 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뜻이었다. 스스로를 지키지도 못하는 가련한 신세.
“언제쯤 그 사실을 깨달을 거지?”
언제쯤…… 그래, 언제쯤 그런 일이 가능해질까? 매정한 현실에 굴복하며 내 자신을 완전히 놓게 될 때가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 하는 약자의 고통을 잘 알면서도 그는 여지없이 잔인한 말로 가슴을 후벼 판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그의 조롱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