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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8176159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8-04-20
책 소개
목차
1부 푸른 겨울
눈인사
참새의 절규
마니산이 주는 선물
이원익 재상의 리더십
알찬 문학 기행
양지陽地
귀거래 다방의 추억
입신立身의 빚
걸림돌과 디딤돌
푸른 겨울
2부 글이 전파를 탄다
손에 손잡고
까치집
나는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
옆 보고 크는 나무
낙우송
그해 봄, 그리고 7년
봄바람 좀 들어 봤으면
공중화장실의 행복
말표, 그 하얀 고무신
글이 전파를 탄다
3부 묵은 갈대
지문이 다 닳은 줄도 모르고
윤동주, 별과 시와 그의 삶
세 번의 기회
뜻밖의 폭풍우
굳은살
호칭의 벼슬
나목 앞에서
작은 배려
아, 한줄기 소낙비
묵은 갈대
Old Reeds
4부 징 소리
정상 오르기
스트레스를 좀 받아야 건강하다
숫눈길
향나무
세한에 세한도를 공부하는 뜻은
봄, 소망의 봄
난蘭을 키우며
만남, 길 열어가는
고독, 감수해야 할
징 소리
5부 개나리꽃 앞에서
겨울 소리
주목, 곱게 오래 사는
붉은 치마들
어머니의 사철, 나의 사철
손풍기
인심, 박해져 가는
땀이 주는 맛, 맛, 맛
밭 방석
정다운 마음이 좋은 작품을 낳는다
개나리꽃 앞에서
6부 그리움은 기다림이다
꿀잠
산은 혼자 살지 않는다
외로운 수은행나무들
긴 여행, 긴 보람
옥산서원을 찾으며
국수와 우동
까마귀 소리, 까치 소리
스마트 시대, 가로수도 춤추는
도전이 준 영광
그리움은 기다림이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걸림돌과 디딤돌
늦가을 맑은 날, 산길을 걷는다. 눈앞에 날아드는 단풍잎을 쳐다보다가 돌부리에 부딪힌다. 엄지발가락이 쓰리고 아프다.
‘이 돌이 왜 여기에!’라고 탓하며 내려다본다. 경사진 길 한가운데 깊숙이 박힌 차돌이다. 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밟히기도 하고 부딪쳐 몸은 반질반질하지만, 돌부리가 위로 솟아있다.
조금 전 고맙게 여기며 건너온 계천의 징검다리 디딤돌과 비교된다. 놓인 자리에 따라 좋은 일을 하기도 하면서 남의 행보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돌의 다양한 얼굴이 영상처럼 흘러간다.
주인을 잘 만나면 대궐 같은 집을 둘러쌓는 높은 담의 중간중간에 박힌다. 이웃집에 호박떡을 건너는 여느 농가의 낮은 담에 놓이기도 한다. 살을 에는 겨울날, 등을 뜨뜻하게 해주는 온돌방의 구들이 되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머니가 방에 드나들 때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르던 댓돌로 놓이기도 한다.
건축하는 사람에게 만나면 집채 앞뒤에 놓이는 돌층계의 섬돌이 된다. 때론 짓는 집의 머릿돌이 돼 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지진이나 자연재해로 산기슭 바위에서 무너진 돌은 물결 따라 오대양을 돌면서 주먹만 한 작은 돌로 깎이고 다듬어져 몽돌이 돼 소녀의 책상 위에 다소곳이 놓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넓적하게 잘려져 적군을 막는 성城으로 쌓여 총알받이가 되는 험한 풍상을 겪는다. 어쩌다가 마을 앞 저수지에 놓이면 고기들이 알을 낳고 까는 산실이 된다. 무덤 앞에 선 비석은 망인의 넋을 지켜준다. 그 외에도 선돌?표지석?망부석 등 놓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돌이다.
이처럼 돌은 그의 견고성과 항구성으로 우리 생활 주변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하는 성실한 존재다. 같은 돌이지만 누구를 만나느냐,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디딤돌이나 버팀돌이 되기도 하고 걸림돌로 천대받기도 한다. 오늘의 그 차돌처럼.
나는 인간 생활 주변, 어디에 놓여 있을까.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혹여 내가 부딪친 걸림돌은 아닌지, 산길을 걸으며 곰곰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