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감성으로 그리다

머리말 ㆍ 5

호남 서화의 기틀
의義와 예藝가 하나였다 __기묘사림들의 예술 ㆍ 12
조선 후기 화단의 빗장을 열다 __공재 윤두서 ㆍ 24
녹우당의 화맥을 이어 __낙서 윤덕희 ㆍ 36
삼대에 이어진 화명 __청고 윤용 ㆍ 44

운림산방의 화맥
호남 남종문인화의 종조 __소치 허련 ㆍ 54
운림산방 화맥의 가교 __미산 허형 ㆍ 68
근대 실경산수화의 개척자 __남농 허건 ㆍ 79
시대를 앞서 간 감각 __임인 허림 ㆍ 89

허백련과 연진회
예도藝道에 노닌 신선 __의재 허백련 ㆍ 102
호남화단의 동강 바람 __동강 정운면 ㆍ 116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전통 __목재 허행면 ㆍ 126
제석산 돌이 오석烏石이 될 때까지 __근원 구철우 ㆍ 134

또 다른 준봉들
나비를 그린 문인화가 __사호 송수면 ㆍ 144
교육자이자 문인화가로 __염재 송태회 ㆍ 153
심오한 학문이 빚어낸 필력 __석정 이정직 ㆍ 165
근대 초상화의 대가 __석지 채용신 ㆍ 174
포도넝쿨에 펼친 감성 __낭곡 최석환 ㆍ 185

호남의 서예
벼루 세 개 붓 천 자루 __창암 이삼만 ㆍ 194
세속과 벗하지 않은 고졸古拙한 필치 __설주 송운회 ㆍ 205
현대서예를 이끌다 __소전 손재형 ㆍ 212
탐라의 바람을 타고 __소암 현중화 ㆍ 220

근대 화단
한국 자연의 빛깔을 담으려 __모후산인 오지호 ㆍ 232
고향을 품고 세계로 __수화 김환기 ㆍ 245
남도의 햇살과 바람의 감성 __옥사 천경자 ㆍ 257

도판 목록 ㆍ 267
찾아보기 ㆍ 272

[머리말]

낮은 산과 너른 들,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호남의 산하는 푸르기만 하다. 그럼에도 요즈음 만물을 키워주는 비가 그저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눈물에 젖은 바다가 있어서일 것이다. 호남은 예로부터 수많은 예술가들이 나고 자란 곳이다. 호남 서화가들의 가슴 속에도 고향의 감성이 넉넉히 흐른다.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그 어느 결이 이들에게 의기義氣와 예기藝氣를 심어주었을까?
‘세계적 소통코드로서의 한국감성’을 연구해 오고 있는 지난 몇 년 동안 필자는 한국감성을 찾아가는 방법의 하나로서 호남의 서화에 깃들어 있는 감성의 결들을 헤아려 왔다. 그러한 작은 노력만으로 호남감성에 어느 정도 다가갔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호남의 서화는 호남감성을 이루는 든든한 뿌리이자 한 줄기이며, 또 호남감성은 한국감성을 이루는 중요한 줄기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호남 서화를 이끌어간 대표적인 서화가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부터 근대기까지 활동한 호남 서화가 24명에 대한 기초적인 전기를 기술하면서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 것이다. 호남은 자타가 공인하는 ‘예술의 고향’이다. 그러한 명성을 얻기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각 분야에서 업적을 내었고, 서화가들의 활동 또한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한 연구와 소개는 몇몇 이름난 서화가들에 국한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짧게나마 여러 서화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화가들을 호남의 서화가라고 했지만 그들의 활동 영역은 전국을 넘어 세계로 향해 있으며, 각자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중요한 예술가들이다. 이들 서화가들의 작품에는 각각 모양과 빛깔은 다르지만 자신을 길러준 고향, 혹은 조국에 대한 다양한 감성이 담겨있음을 볼 수 있다. 짧은 글에 이를 섬세하게 그려낼 수는 없었지만 가능한 담으려 노력하였다.
이 책은 호남 서화의 흐름에 따라 크게 6부 24장으로 나누었다. 각 장에서 다룬 24명의 서화가들만이 호남 서화를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들 이외에도 수많은 서화가들이 각자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이루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의 서화를 이해하고 함께 즐길 줄 아는 이곳의 예술적 분위기가 서화의 꽃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호남화단의 배경과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서화가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원고에 담을 예정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새롭게 엮은 것도 있지만 일부는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창’에 연재했던 짧은 글들이 바탕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선학들이 이루어놓은 연구 성과를 참고하였고, 어느 경우에는 후손이나 제자들의 구술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책의 성격상 하나하나 주석을 달아 소개하기는 어려워 간단한 참고문헌으로 대신하였다.
부족한 책이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호남학연구원의 지원과, 인문한국연구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동료교수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일일이 적시하지는 못하였지만 원고정리와 교정을 도와준 주변 여러 지인들의 도움에도 힘입은 바 크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린다.


2014년 5월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