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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분노

우리 시대의 분노

조정환, 공진성, 김기성, 정명중, 한순미, 이선옥, 조태성, 강소희, 주선희, 최유준, 류시현, 김창규, 김경호, 이영진, 박수정 (지은이)
전남대학교출판부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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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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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우리 시대의 분노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사회과학계열 > 사회학
· ISBN : 9788968490552
· 쪽수 : 322쪽
· 출판일 : 2013-10-30

책 소개

본서는 세 가지 감정인 슬픔ㆍ분노ㆍ사랑을 각각 독립적으로 다루는 세 권의 시리즈 총서 가운데 ‘분노’를 다루는 두 번째 권으로 만들어졌다. 저자들은 분노의 현장을 탐색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안개처럼 형성된 음울한 감성적 풍경의 이면을 들춘다.

목차

제1부 들끓는 분노
분노의 정치경제학 _조정환 ㆍ 13
공적 분노의 소멸 _공진성 ㆍ 39
조직의 역설 _김기성 ㆍ 59
증오사회 _정명중 ㆍ 79

제2부 저항의 몸짓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_한순미 ㆍ 101
분노의 화폭 _이선옥 ㆍ 128
마당정신의 시학 _조태성 ㆍ 152
영화는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는가ㆍ _강소희ㆍ주선희 ㆍ 171
친밀함의 스펙터클을 넘어 _최유준 ㆍ 191

제3부 폭력과 일상
87년, 뜨거운 여름 _류시현 ㆍ 215
지식인의 분노와 부끄러움 _김창규 ㆍ 239
분노한다 고로 살아간다 _김경호 ㆍ 259
아, 대한민국! _이영진 ㆍ 279
파견 노동자의 일상 _박수정 ㆍ 298

저자소개

이선옥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술사로 석사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회화사에 관심을 갖고 사군자화를 비롯한 문인들의 그림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대우재단 연구원을 지냈으며, 아주대, 명지대 등 여러 대학 강사를 거쳐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HK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호남지방문헌연구소에서 호남 서화 연구에 매진하면서, 전남 국제수묵 프레비엔날레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호남의 감성으로 그리다』(전남대학교출판부, 2014), 『사군자, 매란국죽으로 피어난 선비의 마음』(돌베개, 2011), 『선비의 벗 사군자』(보림출판사, 2005), 『한국의 미술가』(공저, 사회평론, 2006) 등이 있다. (이메일 : lso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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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준 (옮긴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과 호남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 분야는 미학과 예술비평, 음악학과 문화연구다. 저서로 《음악문화와 감성정치: 근대의 음조와 그 타자》(2011), 《크리스토퍼 스몰, 음악하기》(2018), 《조율과 공명》(2018), 《모모는 철부지: 전일방송 대학가요제의 기억》(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뮤지킹 음악하기: 지금 음악회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2004), 《아도르노의 음악미학》(2010), 《비서구 세계의 대중음악》(2012) 등이 있다. 근대성과 지역성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바탕으로 전 지구화 시대의 음악과 예술, 일상 문화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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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전남대학교 호남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0여 년간 ‘감성’을 매개로 한국시가 다시읽기를 시도해오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고전과 감성』(2012), 『감성시학의 새지평』(2014), 『한국시가와 공감장』(2018)을 출간한 바 있다. 현재는 감성연구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시가를 매개로 ‘공감장’과 ‘지역성’을 천착하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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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호남학과·호남학연구원 교수 강원도 고성의 공현진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거쳐 <율곡 이이의 심 성론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철학과 지역지성사를 가르치면서 감성유학론과 한국인의 감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횡단적 보편학으로서 감성인문학과 호남학의 이론 정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동양적 사유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리와 기의 조화와 충돌 그리고 탈출』,『감성유학의 지평』 등이 있으며,『공감장이란 무엇인가』,『우리시대의 사랑』,『한국유학사상대계』,『조선유학의 개념들』 등을 여러 사람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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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중 (지은이)    정보 더보기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현재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및 호남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으로 「인식되지 못한 자들, 혹은 유령들 : 5월 소설 속의 ‘룸펜’」, 「괴물의 탄생 : 신자유주의, 유연성 그리고 ‘지존파’」, 「신자유주의와 자기서사」, 「역사를 뚫고 솟아난 귀수성의 세계 : 신동엽의 ‘금강’ 읽기」, 「국가폭력과 증오체제」 등이 있다. 저서로 『신자유주의와 감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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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미 (지은이)    정보 더보기
현재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다초점 렌즈로서의 재난인문학: 그물망과 교차점』(2022),『격리-낙인 -추방의 문화사: 한센병 계몽 잡지 《새빛 The Vision》과 한국문학』(2022),『불면의 감촉: 한국소설 읽기 2016-2017』(202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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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4년 서울 을지로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학부, 석사, 박사를 마쳤다. 한국 근현대 사상사·문화사 전공자로서 ‘조선적인 것’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최남선 연구』(2009), 『최남선 평전』(2011), 『한국 근현대와 문화 감성』(2014), 『동경삼재』(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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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환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6년 경남 진양군 대평면 내촌리에서 태어났다.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68년 국민학교 6학년 때 아이러니하게도 전교어린이승공회 회장을 맡았다. 진주중학교에 진학했으나 남강 댐공사로 마을이 수몰되어 서울로 전학했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했으나 군인들이 교문을 지키고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학교가 싫어서 자취방이나 다방에서 소설과 시를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학원에서 한국근대문학을 연구하던 중 광주민중항쟁의 진상을 알게 되면서 친구들과 모여 맑스주의 미학을 공부했다. 이후 문학은 노동자·민중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민중미학연구회> 창립에 참여했다. <민중미학연구회> 사건으로 1986년 12월 31일 오후에 남산 안기부로 끌려가 고문당했다. 1987년 1월 19일 서울구치소로 이감되었는데 소내에서 1월 14일에 박종철 군이 물고문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서울구치소에서 벌어졌던 재소자인권투쟁 현장이 대학, 대학원보다 더 진정한 학교이고 함께한 동지들이 교수보다 더 훌륭한 스승이었다고 느낀다. 감옥에서 구상한 노동계급 당파성 문학을 실천하기 위해 1988년 김사인, 박노해, 신은주를 비롯한 여러 문학예술가들과 『노동해방문학』을 창간하여 주간으로 활동했다. 1990년 10월 30일 전국 지명수배가 되어 1999년 12월 24일 수배해제되기까지 안기부(국정원)의 추적을 받았다. 이십여 년의 기간이 나에게는 1980년대에 가졌던 정통 맑스레닌주의적 관점을 자기비판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었던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1994년경부터는 국가, 자본, 당에서 독립적인 다중의 제헌활력에서 사회혁명의 동력과 지도력을 찾는 자율주의적 관점을 갖게 되었고 갈무리 출판사를 만들어 관련 출판물을 내기 시작했다. 1986년부터 호서대, 중앙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에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와 탈근대사회이론을 강의했다. 『실천문학』 편집위원, 월간 『노동해방문학』 주간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다중문화공간왑>, <다중네트워크센터>, <다중지성의정원>으로 이어지는 집단지성 공간을 만들어 현재 대표 겸 상임강사로 활동 중이다. 5·18 광주민중항쟁을 분석한 『공통도시』, 21세기 자본주의의 거대한 전환을 다룬 『인지자본주의』, 인지자본주의하에서 다중 누구나가 예술인간으로 되고 있음에 주목한 『예술인간의 탄생』, 대의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에 의해 섭정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망을 다룬 『절대민주주의』 외에 십수 권의 책을 썼고 수십 권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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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과 호남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 분야는 사회 철학과 지역학이다. 공저로『공감장이란 무엇인가』(2017),『감성적 근대와 한국 인의 정체성』(2018),『철학과 삶』(2020),『가족커뮤니티의 개념들. 관계편2 - 나와 타자』(2023)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지구화 시대의 지역학에 관한 철학적 성찰」(2022),「경계투쟁과 아장스망 -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의 횡단지역성」(2022),「마을공동체의 공공성과 공감장」(2023),「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구조변동에 관한 사회철학적 의미와 전망」(2024) 등이 있다. 사회비판이론과 감성인문학의 연장선상에서 지구화 시대의 도시와 마을에 관한 비판적 지역학을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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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희 (옮긴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HK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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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HK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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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교수로 있다. 주요 논저로서 「파국과 분노-3·11 이후 일본 사회의 脫원전 집회를 중심으로」, 「부끄러움과 전향-오월 광주와 한국사회」, 「‘질병’의 사회적 삶-미나마타병의 계보학」, 「‘평범한 악’과 함께 살아가기-아우슈비츠 이후의 윤리」,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그린비, 2026), 『애도의 정치학』(길, 2027), 『죽음과 내셔널리즘-전후 일본의 특공 위령과 애도의 정치학』(서울대 출판문화원,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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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지은이)    정보 더보기
르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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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교수 전남대 사학과(학사)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석ㆍ박사)에서 중국현대사를 전공했다. 현재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20세기 초 중국의 민주정치론 연구』, 『부사년(1896~1950)과 그의 시대』, 『슬픔의 기억과 분노의 유산들』, 『중국의 근대와 근대성』 등이 있다. 최근 우리 지역사에도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논문으로 「횡단적 보편성으로서의 東學의 ‘有無相資’」, 「‘5ㆍ18민주묘지’ 조성과 獻樹운동」, 「인식 공간으로서의 호남과 지역 주체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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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우리 시대의 분노’라는 이 책의 제목은 ‘우리 시대 속에 있는 분노’, ‘우리 시대가 만들어내는 분노’, ‘분노라는 감정으로 비추어보는 우리 시대’ 등으로 다양하게 풀이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풀이가 이 책의 기획의도에 가장 잘 어울려 보이지만, 제목을 어떻게 풀어보든 폭넓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이 책의 주제와 포괄적으로 연관될 것이다. 다만 한국의 현 상황을 ‘분노의 시대’로 일반화하여 규정하는 것은 이 책의 의도와 무관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세 가지 감정(슬픔ㆍ분노ㆍ사랑)을 각각 독립적으로 다루는 세 권의 시리즈 총서 가운데 두 번째 권으로 만들어졌다. 감성적 스펙트럼을 통해 서로 다른 색깔로 포착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각각의 책 속에 담아내려 할뿐 ‘슬픔의 시대’ 혹은 ‘분노의 시대’ 등으로 한국의 동시대를 특징지으려 할 의도는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이 ‘분노의 시대’ 자체를 주제로 한 것처럼 읽힌다면 그것은 책을 기획하거나 글을 쓴 이들의 부주의 때문이라기보다는 한없이 부조리한 이 시대의 탓일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면 한국 사회에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 부정한 정치권력의 패악은 수천 년 유지해 왔던 한국의 강과 자연을 일순간에 파괴했고 목숨을 건 희생과 피로 얻어낸 민주적 제도 또한 허망하게 무너뜨렸다. 부채금융의 한탕주의 잔치로 훼손된 경제 생태계는 적은 보수나마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자 하는 소시민적 꿈조차 짓밟고 있다. 하지만, 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감정의 갈래들을 분노라는 한 가지 이름으로 요약해내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분노는 이 시대를 특징짓는 하나의 단어라기보다는 우리 시대의 여러 모순적 면모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창문 내지는 현미경과도 같은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참담한 분노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비탄조의 진단이나 ‘분노하라!’와 같은 뜨거운 선언적 명제를 제시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좀 더 차분한 분석적 물음들을 던져보고자 했다. 분노를 생산하는 우리 시대의 물적 토대는 어떻게 구축되어 왔는가? 일상 속에 스며드는 폭력과 분노는 어떻게 체념과 자기파괴로 연결되는가? 분노는 예술작품이나 문화적 양식을 통해 어떻게 재현되고 공명을 일으키는가? 분노를 거세하거나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는 무엇인가?
저자들은 또한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면서 학술적 이론과 개념을 동원하기보다는 분노의 현장을 탐색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안개처럼 형성된 이 음울한 감성적 풍경의 이면을 들추는 방식을 취했다. 이에 따라 이 책에는 세계화와 자기계발의 논리로 장식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노동자들의 연대를 무너뜨리고 삶의 제반 조건들을 파괴하는 과정, 이러한 사회적 과정에 순응하여 개인들이 스스로 권위주의와 폭력을 용인하게 되는 현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거나 은폐하는 문학ㆍ미술ㆍ음악ㆍ영화 등 다양한 대중문화 텍스트와 예술작품들, 그리고 시민들과 지식인들이 참여했던 분노와 저항의 기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어느 한 편의 일방적 시각에서 보는 것을 경계했지만 분노의 감정이 요청하는 도덕성과 관련하여 기계적인 중립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자칭 ‘애국 시민들’의 이글거리는 극우적 파토스와 적대감을, 그들에 의해 모욕당하는 이들의 분노와 동등하게 다룰 수는 없다. 인문학의 소명 가운데 한 가지는 비인간적 모멸과 부당한 폭력에 단호하게 맞서는 일에 있음을 이 책의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것은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공감의 논리이다. 요컨대 이 책의 저자들에게서 만일 서로 닮은 정치적 태도가 느껴진다면, 그것은 공감의 논리가 이끄는 최소한의 도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슬픔ㆍ모멸감ㆍ혐오ㆍ절망ㆍ공포ㆍ연대감 등 수많은 감성적 범주들과 구별할 수 없도록 얽혀 있다. 감성 연구라는 지난한 작업은 이렇듯 얽히고설킨 감성의 갈래들을 논리적 잣대로 분별해내기보다는 그 감성의 기원이 되는 사회적 차원을 짚어냄으로써 그 동역학적 흐름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다. 그것은 이론적인 작업인 만큼 실천적 작업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분노에 대한 글쓰기는 어느 정도 ‘분노의 글쓰기’를 동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을 의뢰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필자들을 향해 여러 가지 요구가 가해졌다. 이론적 층위의 분석을 가급적 자제하고 논문이 아닌 에세이풍의 편안한 서술 방식을 취해달라는 등의 요청이었다. 기획의 취지에 공감하여 익숙지 않은 글쓰기에 조건 없이 동참해준 필자들의 따뜻한 연대에 고개 숙이면서 이제 독자들의 확장된 공감과 연대를 기대해본다.

2013년 10월
필자들을 대신해서 최유준 씀


분노의 정치경제학
조정환

세계 경영 철학의 파산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산주의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출판된 것은 1989년 8월이었다. 당시는 1987년의 시민항쟁과 노동자투쟁의 여파로 한국사회에 급격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던 때다. 발행된 지 3개월만에 76쇄를 인쇄했고 지금까지 150쇄가 넘게 인쇄된 이 책은 이제 경제경영서의 ‘고전’ 중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 책은 ‘내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청년세대를 의식적인 독자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한 성공한 기업가가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주는 강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그 발화의 내용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그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하는 청년세대들을 한국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위한 노동의 주체이자 혁신의 동력으로 끌어들이려는 분명한 목적과 의지, 그리고 비전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꿈을 가져라, 꿈이 없는 젊음은 젊음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을 아껴라, 젊은 시절에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그 사람의 나머지 삶의 질과 수준을 결정한다.’ ‘젊은이의 목표는 언제나 1등이어야 한다, 한 반의 친구들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바다 건너 일본이나 미국에서 밤을 새며 공부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경쟁하라.’ ‘자기성장과 자기계발을 위해서 항상 깨어 끊임없이 노력하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아무도 해 내지 못한 일을 추구하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개척자가 되라.’ ‘비록 소수라도 창조적인 사람들이 역사와 사회의 수레바퀴를 굴린다, 창조적 일꾼이 되라.’ 또, ‘이러한 젊은 세대들은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한다.’
시간을 아끼며 부단히 자기계발을 함으로써 전 지구적 경쟁에서 승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를 경영할 창조적 소수들의 공동체를 구축하라는 것. 요컨대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산주의’를 건설할 꿈을 꾸고 실천하라는 것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김우중이 전하는 메시지다. 그가 말하는 꿈이 오늘날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금은 청년세대를 짓누르는 악몽으로 현실화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부채경영
3년 뒤인 1992년에 그는, 자신의 신자유주의적 비전과 이 책의 독자층을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세웠지만 김영삼을 대선후보로 확정한 민자당의 세무조사 압력으로 출마의사를 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세계화론과 세계경영론까지 꺽인 것은 아니었다. 그해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은 1994년 호주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후, 세계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시드니 구상을 발표했다. 그 구상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정치적인 것으로 도색한 것으로서, ‘세계로 미래로 뛰자’는 구호로 집약되는 것이었다. 이로써 김우중의 ‘경영철학’은 김영삼에 의해 ‘정치철학’으로 확대되었다. 이 거대한 구호철학들의 요점이 무엇이었을까?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경영 철학의 핵심이 부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창업한 대우실업이 초단기간에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이 바로 부채였다. 김우중은 은행에서 대출한 돈으로 부실기업들을 인수한 후 부채원금 탕감, 이자감면, 조세감면, 손실보상대출 등의 특혜지원을 받았다. 나아가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장부상의 건전기업으로 둔갑시킨 후 그것을 담보로 추가대출을 받아 또 다른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문어발식 확장경영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이 꿈같은 부채기반 확장경영이 도달한 곳은 세계제패가 아니라 파산이었다. 1998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당시 대우그룹의 총부채는 500억 달러로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600%를 넘어섰다. 이런 식의 신자유주의적 부채경영은 김영삼 정부의 국가경영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되었다. 김영삼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인 1992년 말 외채규모는 428억 달러였는데 1997년 9월에는 1706억 달러로 5년만에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이것이 결국, 국가의 경제주권을 국제금융자본가들의 수중으로 넘겨주는 댓가를 치러야 했던, IMF구제금융의 조건이 되었다. 이로써 부채를 수단으로 전문경영인들의 공산주의를 구축하려한 김우중-김영삼식 세계화 실험은 1차 파산을 겪었다.

사랑도 분노도 계급적이다
주옥같은 착취의 논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제안한 김우중의 자서전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여러가지 자료들은, 많은 청년들이 그의 제안에 주목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그 책에 대한 여러유형의 폭발적 반응들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안철수는 의학을 공부할 때인 청년시절의 일화로, 밤에 자다가도 문득 지구 반대편에서 지금 어떤 사람이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벌떡 일어나 공부를 하곤 한 사례를 들었는데 여기서도 김우중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여러 폭발적 반응들 중의 주목할 만한 다른 사례는, 당시에 해고된 청년노동자이자 전위활동가의 한 사람이었던 노동자시인 박노해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는 ‘김우중 회장의 자본철학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에 대한 전면비판’이라는 부제를 단 논쟁서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를 통해, 김우중의 ‘주옥같은’ 글 속에 착취의 논리가 알알이 새겨져 있음을 고발한다.
그는 김우중의 생각과 자신의 대안을 대치시키는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기업을 키워 세계에서 으뜸가는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내고,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김우중의 꿈은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의 노동과 꿈을 잡아먹고 실현된 꿈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꿈이 아니며 오직 노동해방의 꿈만이 노동자들의 진정한 꿈이다.’ ‘시간을 아끼라는 김우중의 말은 휴식시간을 줄여서 노동시간을, 잉여노동시간을 늘리라는 말이다. 노동자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노동시간단축투쟁이다.’ ‘김우중은 1등을 하라, 창조적이 되라,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지만 1등의 노동자가 되라는 것은 실제로는 자본에 충직한 훌륭한 머슴이 되라는 것이다.

역사적인 것인가, 정치적인 것인가?
‘노동자는 오히려 주인의식 대신에 철저한 노동계급 의식을, 창의성보다는 비타협적인 계급적 적대감을 가져야 한다.’ ‘김우중이 말하는 창조적 소수는 반동적 소수다. 진정한 창조적 소수는 노동계급의 전위들이다.’
박노해는 이렇게 김우중의 기업철학을 노동계급의 노동해방 철학에 적대적인 부르주아지의 착취철학으로 규정한 후에, 노동계급이 가져야 할 두 감정을 구별한다. 하나는 분노인데, 그것은 노동계급이 자본가계급에 대해 가져야 할 계급적 적개심이다. ‘우리들의 분노는/ 치떨리고 살떨리는 적개심은/ 너의 자본과 권력을 적으로 삼아/ 가차없이 파괴하는 공격이다.’ 또 하나는 사랑인데 노동계급의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와 일치의 감정이다. ‘우리들의 사랑은/ 가난하고 거친 손을 맞잡아/ 뜨거운 가슴 불타는 눈동자로/ 피에 젖은 작업복을 깃발로 일떠세운/ 아 파도처럼 몰아치는 투쟁이다/ 거대한 불꽃으로 타오르는 전쟁이다’.
여기서 분노는 계급의 적에 대한 적개심과 파괴적 공격의 감정으로, 사랑은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와 적에 대한 투쟁의 감정으로 규정된다. 이 두 감정은 자연적이고 본원적인 것인가,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것인가,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것인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인가, 능동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인가? 전제인가 과제인가? 이후의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물음 앞에 서도록 만든다.

노동계급의 분열
<밥.꽃.양>이 보여준 심연
김우중의 신자유주의 기업철학을 자본철학 일반으로 환원하여 비판하고 사회주의적 대안을 제시했던 박노해는 1991년 초 구속되지만 1998년 8월 수감 7년 5개월만에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된다. 하지만 정확히 1년뒤인 1999년 8월에 대우는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김우중은 해외로 도피한다. 이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는 김우중-김영삼식 부채경영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은 신자유주의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노사정위를 통해 그것을 대중적 수준에서 심화하는 것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번에는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우와 유사한 과다한 차입경영과 문어발식 확장의 결과로 경영위기에 처한 현대자동차는 1998년 4월, 4만 6천명의 노동자 중에서 1만명을 해고하겠다고 나섰다. 이 대규모 정리해고는 기업수준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전면화하는 신호탄이자 최전선이었다. 이에 맞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장을 점거하고 36일간의 전면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당시 집권당인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였던 노무현의 중재를 거친 후 노조는 결국 277명의 정리해고를 수용하고 말았다. 이미 8천여명의 희망퇴직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정리해고가 조합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노사합의를 통한 이 정리해고는 하나의 모델케이스가 되어 이후 모든 사업장에 일반화되면서 정리해고의 실질적 제도화를 가져오게 된다.
36일간의 파업투쟁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은 이 노사합의안에 대한 총회의결에서 압도적 다수가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그것은 이 합의안을 받아들인 노조지도부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반대의결에도 불구하고 투쟁동력의 부족으로 인해 정리해고는 원안 대로 집행된다. 그렇다면 이 정리해고에서 누가 해고 대상이 되었던 것일까? 277명 중 144명이 현대자동차 공장의 구내식당 여성노동자였다. 그 숫자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리해고 발표가 있기 전 구내식당여성노동자의 전체 숫자가 276명이었다. (이것은 전체 정리해고 대상자 수에서 1명이 적은 숫자다.) 이 중 132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나고 끝까지 농성텐트에 남아 있던 식당여성노동자의 총 수가 바로 144명이었다.
이로써 식당여성노동자 전원은 희망퇴직하거나 정리해고되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8세, 평균근무연수는 14년이었으며 가난한 가정의 실질적 가장들이었다. 이들은 집에서 남편, 자녀, 시부모를 위해 ‘밥’을 지었고 공장에서는 남성 노동자의 밥을 지었다. 파업이 벌어지자 밥주걱부대로 불리며 투쟁의 ‘꽃’이 되어 사수대의 밥을 지었다. 하지만 노사합의를 통해 이들을 전원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한 노조지도부는 36일만에 파업천막을 철거한다. 식당여성노동자들은 남성 조합원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방패막이 희생‘양’으로 이용된 후, 자신들이 따르던 조합지도부에 의해 버림받았다.

조직된 남성 노동자들에 대한 분노
식당여성노동자들은, ‘왜 우리를 팔아넘겼는가? 왜 우리를 속여넘겼는가?’ 물으며 노동조합으로 몰려가서 드러누웠다. 이들은 모두가 사라진 공장을 이러저리 내달리다, 내팽겨쳐진 징을 들고 부러진 각목으로 꽝꽝 두들기기를 반복했다. 밤이 되면 아무 것이나 마구 패대기치며 고함을 질렀다. 이들의 감정의 상태가 무엇이었을까? 배신감, 두려움, 외로움, 슬픔 등 복잡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겠지만 그 핵심에 분노가 요동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박노해가 사랑의 계급으로 묘사한 통일된 노동계급이 그 내부에서 균열되어 서로의 적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정리해고, 복직투쟁기를 기록한 영상보고서 <밥.꽃.양>이 밝혀낸 하나의 역사적 순간이다. 이 분노의 성격이 무엇일까? 계급간 분노의 심층에 놓여 있는 계급내 분노? 아니면 계급 분노와는 다른 성적 분노?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의 윤리적 분노?
이후 정리해고된 식당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회사로부터 하청받아 운영하는 직영식당에 채용되었다. 노조가 정리해고된 여성노동자만을 채용하고 희망퇴직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277명이 하던 일을 144명이 하게 된다. 그 때문에 노동강도는 2배로 높아졌다. 게다가 임금도 40%나 삭감되었다. 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면서 이들은 정리해고 철회와 원직복직을 위한 출근투쟁을 병행했고 알몸투쟁, 삭발시위, 단식농성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분노를 표현했다.
2년에 걸친 긴 복직투쟁은 결국 완성되지 못했고 지친 여성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로 남아 있거나 생산라인 보조직으로, 다른 식당으로 흩어졌다. 이를 계기로 이들의 추락만큼이나 깊게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신뢰도 추락했다. 10년 전, 박노해는 노동계급의 분노가 자본가계급이라는 단일한 적을 향해 서로 사랑하는 단일한 계급의 분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분노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그것은 자신들을 이용한 후에 정리해고하는 자본가계급을 향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는 조직된 남성노동자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분노가 이 둘보다 훨씬 더 많은 표적을 겨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직의 폭력
다중의 분노
현대자동차 노사합의가 노동조합 조직의 추락과 균열의 마지막 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노동자를 희생양 삼기에서 이제 여성을 성폭력 하기로 나아가는 추락과 균열의 심화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수배중이었던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일산의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아파트에 숨은 것은 그해 12월 1일이었다. 그는 닷새 후인 12월 5일 그 아파트에서 체포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이미 수많은 촛불시민들을 연행하고 구속하는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불복종을 다스렸고 이 위원장의 체포와 연행도 그러한 통치과정의 일부였다.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것은 명백한 계급적 폭력으로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폭압정권에 대한 계급적 분노로 발전하기는커녕 민주노총에 대한 다중의 분노를 키우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초등학교 교사 이씨가 이 위원장에게 피신처를 제공하고 은신을 도운 것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전교조 조합원인 손씨의 ‘부탁’을 받고서였다. 그런데 이 이원장의 체포 다음날인 12월 6일 오전에 손씨, 민주노총의 조직강화위원장 김씨와 재정국장 박씨는 이씨에게 ‘조직보위’를 위해 이 위원장의 은신과정에서 누구의 부탁도 없었고 이 위원장이 직접 찾아와 숨겨주게 된 것이라고 진술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것은 손씨를 살리기 위해 이씨를 희생시키는 진술 시나리오였다. 이후의 사건은, 이 요구가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폭력이 행사되면서 거대하게 비화되었다.
그것이 행사된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2월 6일 오후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이씨를 만난 손씨, 김씨, 박씨는 경찰수사에 대비해 이씨에게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진술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시나리오의 핵심은 ‘손씨의 소개’를 사실에서 지우는 것에 있었다. 민주노총 이신행 위원장과 김상완 조직강화위원장은 누구의 ‘부탁’도 없이 이씨의 집으로 ‘직접’ 찾아 왔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김상완과 이씨 사이의 사전의 “밀접한 개인적 친분” 때문이라고 하자는 것이었다.

조직보위를 위한 시나리오?
같은 날 저녁에 이 세 사람은 이씨를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그 중 김씨는 이씨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이씨의 집까지 동행한 후, 이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씨의 아파트로 밀치고 들어와 이씨를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이씨의 완강한 저항으로 김씨의 성폭행은 중도에 좌절되었다. 이것이 2008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골자이다.
왜 민주노총 간부인 김씨가 이씨를 성폭행했을까? 김씨는 ‘자신이 술에 만취해 취중에 저지른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는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것을 성욕에 따른 우발적 폭력이라고 보기에도 정황적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사건의 전후에 전개된 일련의 사정들은 그것이, 이씨로 하여금 조직보위를 위한 시나리오를 순순히 따르도록 만들면서 동시에 그 시나리오에 ‘사후적으로’ 사실성(“밀접한 개인적 친분”)을 부여하려 한 일정한 폭력적 예방조치이지 않았을까하는 추정을 하도록 만든다.
만약 이 추정대로라면 이 사건에서 성폭력은 조직폭력이 발현되는 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 조직폭력은, 부당한 국가권력인 이명박 정부와 싸울 ‘민주조직’을 ‘보위’한다는 명분으로 행사되었다. 이 위원장의 은신과 관련된 처음의 진술시나리오는 부당한 국가폭력으로부터 손씨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조치였지만 손씨의 선배인 이씨를 희생시키는 방향에서 조직적으로 구상되었다(1차 폭력). 그리고 그것은 또 이씨에게 설득, 회유의 방식으로 강제되었다(2차 폭력). 이것은 다시 성폭력이라는 새로운 폭력의 동원으로 이어졌다(3차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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