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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인문학 일반
· ISBN : 9788968498411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1-12-22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떫은 감의 변증법 - 은우근 / 004
추천사
은우근의 사회변혁의 서사와 이론 - 김민웅 / 010
아주 멋진 날들 - 박구용 / 016
제1부 지금, 우리의 5ㆍ18
제1장 부끄러움 또는 질문하는 역사의식 -5월민중항쟁과 광주ㆍ전남 가톨릭교회 / 29
제2장 지금, 우리의 5ㆍ18 / 85
제3장 촛불혁명과 호남정치 / 109
제4장 ‘도가니’ 깨기가 5ㆍ18의 정신 / 113
제5장 광주에 5월이 오면, 거리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505 보안부대 옛터에서 / 116
제2부 인권과 정의
제6장 인권 거버넌스의 실현으로서 인권도시-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 131
제7장 인권도시의 도전과 성과 / 161
제8장 검찰개혁 운동에 참여하며(2019~2020) / 189
제3부 ‘떫은 감’의 변증법
제9장 파레시아스트와 ‘떫은 감’의 변증법-참여적 지식인으로서 한 교사의 존재방식 / 201
제10장 김용근 선생의 독립운동-‘新社會’그룹과 총독암살단을 중심으로 / 268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1장 부끄러움 또는 질문하는 역사의식* ― 5월민중항쟁과 광주ㆍ전남 가톨릭교회
1. 들어가는 말
1) 연구 개요
5월 민중항쟁은 1980년대 분단 체제의 한국을 장악한 군사반란세력과 맨주먹 호남 민중의 처절한 대결이었다. 이 대결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필연적인 것이었다. 5월민중은 군부 독재와 정직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민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한봉(1947-2007)은 1980년 5월 이전 호남 민중과 군사반란세력 사이의 정면 대결의 불가피성을 예감했다. 그는 호남의 여러 곳을 방문하여 민중과 나눈 대화를 통해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직접 확인했다. 그는 대부분의 민주화운동 참여자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군부의 권력이양을 통한 민주화의 가능성을 낙관할 때 권력욕에 사로잡힌 군산반란세력과 강한 민주화 열망을 가진 호남 민중 사이에 피의 대결을 경계했다.
마침내 민주화에 대한 강한 희망을 가진 민중을 향해 군사반란세력의 정치적 욕망의 폭력적 대리인이었던 공수부대의 폭력이 행사되었다. 5월민중은 군사반란세력과의 이 대결에서 끝까지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다. 군의 무력 행사가 정당화되는 계엄 상황에서, 목숨을 건 민중의 항쟁은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던 국가폭력을 상대화시켰으며, 그 잔인한 본질을 폭로했다. 이 점에서 5월민중항쟁은 김성용 신부의 말처럼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바쳐야 하는 ‘제사’였으며, 민중의 희생은 그 제단에 바쳐졌다. 5월민중이 흘린 피가 없었다면 6월항쟁 시기에 군부가 나섰을 가능성이 컸다는 견해들은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다. 5월민중항쟁은 이른바 87년 체제라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진전을 예비했다.
광주ㆍ전남 가톨릭교회(이하 교회)는 종교와 사회를 막론하고 5월민중항쟁에 가장 깊게 연루된 민간 기구이다. 교회는 1980년대의 격변기에 5월민중항쟁과 관련한 다양한 실천에 참여했다. 죽음의 공포가 지배한 시기에 교회는 5월민중항쟁의 ‘목격자’와 ‘중재자’ 그리고 ‘증언자’이자 ‘진실의 파수꾼’이고자 했다.
필자는 부끄러움, 공동체, 역사의식을 키워드로 5월민중항쟁이라는 역사의 부름에 교회가 어떻게 응답했는가를 고찰하고자 한다. 필자는 부끄러움이 역사적 주체의 성숙과 교양화의 계기로 작용했음을 주장하고, 역사의식으로서 부끄러움이 오늘날 지니는 의미를 성찰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1980년 5ㆍ18과 그 이후 민중의 실천과 교회의 활동을 부끄러움과 연관된 정서의 형성ㆍ발전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실천을 사제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서술할 것이다. 여기에서 ‘사제가 곧 교회의 실체인가?’, ‘5ㆍ18 당시 민중과 교회의 입장이 항상 일치했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어쩌면 중세 이후 아주 오래된 신학적 논쟁과도 연관된 질문이기도 하다. 또 당시 대주교 및 사제들과 평신도, 그리고 교회 신도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입장이 각각 어떤 국면에서 어떤 이유에 따라 어떻게 같거나 달랐는지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5ㆍ18 당시 교회의 실천과 관련하여 사제와 평신도의 입장을 별도로 구분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기에서 다루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의 정서를 5월민중 절대 다수로부터 사제와 평신도를 포함한 교회의 최고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본고의 전개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 김수환 추기경과 윤공희 대주교를 비롯한 여러 사제 및 교회의 실천에 함께 한 일부 5ㆍ18 관련자들의 최신 구술 채록 자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교회 여러 기관의 성명서와 강론을 포함한 교회의 공식 기록을 활용했다. 이 자료는 5월민중항쟁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도전에 당면한 교회의 고위 성직자를 포함한 여러 사제들과 평신도 및 5월민중의 진솔한 고백과 그들의 생생하고 솔직한 정서적 반응을 담고 있어 아주 소중했다.
2) 왜 부끄러움인가?
얼마 전 한 작가는 말했다. 5ㆍ18은 세계사에서 만날 수 있는 권력이 저지른 수많은 잔혹한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많은 사람이 그의 발언에 대해 성토했고, 그는 곧 사과했다. 이 작가의 인식을 비난하지만 우리도 똑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역사인식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작가 류의 시각은 추상적 역사인식에서 비롯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