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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8971167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2-11-04
책 소개
목차
10. 진실
11. 본능
12. 먹이 소굴
13. 낙원
14. 설전
15. 상사의 본색
외전 1
외전 2
외전 3
저자소개
책속에서

“미안하지만 뒷문 좀 잠가줄래?”
나정은 냉큼 일어나 뒷문을 잠갔다. 그러다 뒤늦게 의문점이 생겨났다. 오늘 수업이 뭐길래 문을 잠그지?
“상체 누드 소묘요.”
옆에 앉은 태오가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동시에 재현이 강의실 앞문을 가리켰다.
“그럼 모델분 모시도록 하죠.”
‘달그닥.’
원목 문이 느리게 반회전하며 어둠 속에서 긴 다리가 걸어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정의 시선은 모델의 발끝에 머물러 있었다.
‘운동화 예쁘다.’
영양가 없는 감상을 하기도 잠시. 모델의 손가락에서 은반지를 발견한 나정은 눈을 가늘게 떠 보였다.
저거 어디서 본 건데…….
기이한 기시감을 느끼며 고개를 슬그머니 들었다. 모델은 워싱이 들어간 청바지만 착용한 상태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탄탄한 상체가 이젤 너머로 아슬하게 보였다.
눈에 띄게 긴 팔과 다리. 깊이 파인 치골근과 자를 대고 그은 듯한 선명한 복근. 두툼하면서도 판판한 가슴 근육. 마지막으로 널찍한 어깨가 눈에 들어오자 나정은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쿵쿵쿵.’
어쩐지 심장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에이, 아니겠지.”
나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모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기 무섭게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하마터면 소리를 내지를 뻔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니까…….
“왜…….”
……팀장님이 거기서 나와요?
몇 번을 다시 봐도 한정우 팀장이 맞았다. 그 순간 정면을 향해 있던 정우의 시선이 돌아갔다. 나정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확 숙였다. 이젤을 방패 삼아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누나, 왜 그래요?”
공벌레와도 같은 몸짓에 태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정은 두 손을 비비며 복화술을 소환했다.
“제하 머르는 처해 져.”
“모른 척해 달라고요?”
‘끄덕끄덕.’
절실한 고갯짓에 태오의 눈매가 가느스름해졌다. 나정을 골똘히 주시하던 그가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브타?”
“왜? 싫어요?”
싫을 리가.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여기서 한 팀장과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나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한정우다. 욕만 안 할 뿐이지, 허를 찌르는 언변과 살벌한 눈빛으로 팀원들을 촌철 살인하는 남자가 아니던가. 나정은 고개를 격렬히 끄덕였다.
“저으니까 나즈에, 나즈에, 꼬오 드러즈게.”
좋으니까 나중에 꼭 들어줄게. 손쉽게 나정의 입 모양을 간파한 태오가 빙그레 웃었다.
“좋아요.”
“하…….”
안도감에 축 늘어지기도 잠시. 나정은 금세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정우는 정면을 응시 중이었다. 수강생들은 그런 남자를 멍하니 감상했다. 그럴 만도 했다. TV에서 본 여느 남자 모델들과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을 단단한 몸은 물론, 살면서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하는 비현실적인 외모는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반면 나정은 도무지, 정우의 맨몸을 볼 엄두가 서지 않았다. 뭐랄까. 큰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