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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9760906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4-06-25
책 소개
목차
1권
#프롤로그_서로의 길
#발칙한 맞선
#쇼윈도 부부
#섬씽블루Something Blue
#손 틈새로
#눈부신 해후
#굴레의 유혹
#네 이웃을 탐하지 말라
#열정이 갈대를 어루만지다
#불량한 맛의 유효 기간
#봄 볕 같은 그대
#크랙crack
#야릇한 사육
#처절한 비
#당신이 내 안에서 자라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2권
#겁이 나서
#먼발치에서
#서로에게 젖어 들어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
#난폭한 그대의 품속
#검푸른 안개에 휩싸이다
#불꽃같은 세상
#푸른 바람의 저편으로
#회자정리와 오매사복寤寐思服
#그래, 당신만이
#네 주변의 싱그런 공기
#Let's Stay Together!
#에필로그-푸른 구두는 사랑이다
#작가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좀 앉아요.”
가만히 지켜보던 해무가 소파에 앉았다. 이 집 안에 남자를 들이는 건 결단코 결혼하게 될 사람이라고 단언했건만, 상황이 참 바보 같다. 예라가 피식 조소를 띠었다.
“왜 웃어?”
“아니에요. 이 집에 처음 들어온 남자예요. 해무 씨가…….”
해무는 입가가 꿈틀하려는 걸 겨우 참고 무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있죠. 정말 내 심장을 뜨겁게 데우는 남자 아니면 들이지 않을 예정이었는데, 망했어요.”
예라가 웃으며 말하고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1인용 스툴에 풀썩 앉았다.
“전 이렇게 살아요. 해무 씨는요?”
“난 아직 집을 알아보는 중이야.”
“그렇다면 회사 근처로 알아보겠네요?”
“아마도.”
잠시 둘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고요한 순간엔 공기 자체에 살얼음이 얇게 끼는 것 같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라는 피가 마르는 기분이어서 침도 가까스로 꿀꺽 삼키고 그를 쳐다봤다. 평소와 같이 숨 쉬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원래 이 집 안 공기가 이렇게나 덥고 답답했던가?
“늦었는데, 이만 가야 하지 않아요?”
빨리 보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해무는 예라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다. 이혼 전까지만 해도 예라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와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나 흥분될 줄이야.
그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내내 예라의 입술과 목선을 훑고 있다는 걸 그는 자각하지 못했다. 다만 심장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기 직전이라는 것만 또렷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호흡이 점차 가빠져왔다. 하지만 예라 앞에서 짐승으로 돌변해 덤벼들었다가는 영영 그가 풀고 싶은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내일 출근해?”
“네,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요.”
“내일 잠깐 보지? 저녁 같이하자.”
“시간 안 돼요.”
“날 피할 생각이라면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서울중앙지검 내에 공표하고 널 쫓아다닐 수도 있으니까. 어느 게 당신이 편할까?”
“왜 그래요? 정말!”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뭔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이게 해결되어야 내가 가진 문제가 해결돼.”
오예라에게 품고 있는 이 강력한 성적인 열망이 해결되어야 예라를 완전히 지우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또렷한 목적을 예라 앞에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랑 살다가 서로의 이해득실 때문에 헤어지는데 합의를 했어. 그런데 돌이켜 보면 ‘왜 헤어지셨어요?’라는 질문엔 완벽한 대답을 못 하겠더군. 나는 나의 이혼 사유를 타인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혼 사유를 어물어물 댈 게 아니라. 오예라는 안 그래?”
“전 그냥 간단하게 ‘성격 차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당신이 그 당시 나와의 성격에 큰 갭을 느꼈던 모양이지. 하지만 난 당신과의 관계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어. 그런데 상황에 쫓기듯 이혼이라는 걸 해 준 거였어.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해 주지 않으면 당신이 평생 날 원망할 것 같았거든.”
그건 그랬을 것이다. 예라는 그때 그가 무섭고 불편했으니까. 그저 그에게 붙들려 있는 새 같은 신세였다. 그래서 그와 헤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처사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 이상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 보려는 건데요?”
“내가 부르면 당신은 얼굴만 비추면 돼.”
“저, 검사예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정말 바빠요.”
“알아. 식사는 해야 하잖아? 그 시간을 이용하자는 거지.”
왜 그렇게까지 해 줘야 하나 싶다가도, 예라는 그가 오죽하면 이럴까 싶기도 해서 잠시 망설여졌다. 그보단 사실 그녀가 품고 있는 기대감이 문제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해무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 당시 그가 다른 여자와 외박을 하는 장면을 목도한 이후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것일 뿐, 그것 외엔 딱히 그는 그녀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앞에 선 그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중무장한 남성다운 모습이었다. 그와 자꾸 마주치다 보면 다시 그에게 매료될 게 뻔해서 거부했다. 하지만 그가 매달리는 듯한 뉘앙스로 시작한 이 만남에 아주 흥미가 없진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예라는 차라리 이 기회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에게 품은 그녀의 감정이 한결같은지 궁금했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심정으로 그렇게 하죠.”
“이웃?”
“전남편이었잖아요. 대충 따지고 보면 이웃 아닌가요?”
예라가 피식 웃었다. 저런 게 좋은 거였다. 저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였나 보다.
해무는 실로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에 행복해져 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귀향했다는 마음이 온전히 와 닿았다. 내내 이방인 같던 자신이 비로소 한국 땅에 발을 딛고 선 기분이었다. 대체 저 여자가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