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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9761774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5-01-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안한 자와 선택한 자
1. 정의할 수 없는 사이
2. 사실은, 너의 마음을
3. 시리도록 아련했던 날들
4. 단 하나 남은 명제
5. 너를 잡지 못하는 이유
6. 깊고 깊은 당신의 마음에
7.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로
8.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
9. 결론에 도달해서
10. 너의 바람이 되어
11. 완전히 서로에게 닿다
에필로그. 바람과 바람
외전. 사랑, 바람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비밀번호가 급하게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다급한지 누르면서 한 번 틀렸다. 그러나 곧 문이 급하게 열렸다.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분명 두 사람이지만 딱 달라붙어 있어서 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뜨거운 숨결이 얽혔다.
막 들어온 남자는 여자를 문으로 확 밀었다. 쿵, 소리가 나며 여자의 등이 문에 바짝 닿았다. 그 순간 차가운 느낌이 여자의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그러나 그런 느낌을 느낄 틈도 없이 떨어졌던 남자의 뜨거운 입술이 다가왔다.
등은 차가운데 입술은 뜨겁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을 서로 주고받았다. 남자는 마치 여자의 입술을 삼켜 버릴 것처럼 입을 거칠게 맞췄다.
부드러움이라고는 결코 없는 행동이었다. 그저 다급한 행동. 그러나 한편으로는 애타기도 한 모습이었다.
여자는 남자의 입술이 다가오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나 남자의 힘으로 인해 고개가 고정되었다.
그대로 거친 키스가 다시 이어졌다. 벌어진 입안을 파고들었다. 닿아 오는 여자의 혀에 남자가 옭아매었다. 그러곤 그대로 빨아들였다.
여자의 몸이 점점 더 비틀거렸다. 반항, 아니, 저항이다. 남자는 잔인하도록 웃었다. 자학적인 웃음일지도 모른다. 그에 여자는 열기에 띤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몸이 뒤집혔다.
“그렇게 싫으면…….”
남자의 두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잡았다. 아, 이건 싫어……. 여자의 입에서 저절로 새어 나오는 소리에 남자는 아릿하니 아프도록 웃었다. 여자는 자신의 표정을 보지 못하도록 금방 지워 버렸다.
“얼굴을 보지 마.”
그러자 여자의 몸이 돌아오려고 비틀렸다. 그에 따라 남자의 마음도 비틀렸다.
나는, 당신에게 결코 싫어하는 존재밖에 될 수 없는 거야?
비릿하니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이 정도로 싫을까. 남자의 마음이 비틀림에 따라 말도 비틀리게 나왔다.
“그럼, 윤아. 그렇게 싫다면 ‘그 사람’을 떠올리지 그래?”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샤워실에서 나온 남자는 매끈한 등만 내놓고 아래만 가린 채, 엎드려 누워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저려 왔다. 저런 모습을 보고자 함이 아니었다. 하나 자신의 잔학한 마음은 저런 모습을 보고서라도 붙잡아 두려고 한다.
완강한 거부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은 싫은 것이다.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은 되겠지.
그 사실이 피부로 스며들어 와 뼈저리게 아픈 고통을 만들어 낸다.
“이제 더 이상 마음은 필요 없어. 대신, 당신 몸을 나에게만 줘.”
그렇게 말을 했던 것은 먼저 남자였다.
그리고 저는 뭐라고 했더라.
“그래. 몸은 너에게 줄게. 대신…… 마음은 바라지 마.”
그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저였다. 그래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점점 책임을 질 수 없게 만들어진다.
마음을 바라지 않는 대신 몸만 가져간다.
그렇게 서로 동의를 했고, 그렇게 시작한 관계였다. 그러나 남자는 조금씩 마음을 바라기 시작했고, 여자는 더 이상 몸을 줄 수 없게 되었다.
두려워서. 그래…… 두려워서였다.
‘그런데…… 무엇이?’
그 의문 하나가 여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우린…….”
옷을 빠르게 입고 나가려고 하던 남자의 걸음이 멈췄다. 뒤는 돌지 않았다. 다만, 여자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여자는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
“왜 이렇게…… 어긋나 버렸을까……?”
남자는 뭐라고 말을 하려고 입을 들썩이다, 결국 닫아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현관문을 향했다.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남자로 인해 여자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