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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미국 환상곡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8042040
· 쪽수 : 612쪽
· 출판일 : 2025-11-10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8042040
· 쪽수 : 612쪽
· 출판일 : 2025-11-10
책 소개
1978년 발표되자마자 전쟁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카차토를 쫓아서』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훗날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로 거장의 입지를 다진 팀 오브라이언의 2023년 신작 장편소설이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카차토를 쫓아서』의 거장
팀 오브라이언의 21년 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 장편소설
『미국 환상곡』은 1978년 발표되자마자 전쟁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카차토를 쫓아서』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훗날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로 거장의 입지를 다진 팀 오브라이언의 2023년 신작 장편소설이다. 2002년 『줄라이, 줄라이』 발표 후 소설을 출간한 것은 21년 만으로, 그사이 그는 50대 중반이 넘어서 얻은 두 아들에게 들려주는 양육기이자 작가론 『아빠의 어쩌면책』만을 출간했을 뿐이다. 그 정도라면 명성이 잦아들 만큼의 지독한 과작이지만, 그의 소설은 미국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읽기/쓰기 정규 교과에서 지금도 다루어지고 있고, 더구나 그의 뒤에는 스티븐 킹, 무라카미 하루키, 제임스 엘로이 등 그의 소설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존경을 밝혀온 많은 동시대 작가들이 있었다. 특히 『미국 환상곡』의 일본어판 번역가로 나서면서 팀 오브라이언의 소설만 지금껏 네 권을 번역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소설의 미국 초판이 출간될 당시 아예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보내기도 했다.
“내게 팀 오브라이언은 최고로 기다려지는 작품을 쓰는 단 한 명의 미국 작가다. 그의 소설에 담긴 이라크 전쟁 이후, 코비드 중반, 트럼프 중반 세상에 대한 아이러니한 묘사는 비수 같고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 번역가)
팀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징집되어 다녀온 베트남전쟁을 끈질기게 주제/소재로 다룬 베트남전쟁의 고발자로 특히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장르 무방 어떤 작품이든 섬세한 관찰, 과잉 없는 문장, 따뜻한 인간미로 깊이 있게 빚어내는 귀감형 작가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일군 성취로부터 후광을 받지 않으려는 노력형 작가이기도 한데, 아마 이런 점이 그를 데뷔 반세기 동안 단 열 권의 책만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다.
21년 만의 신작인 『미국 환상곡』은 그런 그가 일흔일곱 살(현재 일흔아홉)에 내놓은 장편으로, 스스로 밝히듯 어쩌면 그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그는 코로나 시대, 트럼프 시대를 지나는 동시대의 미국을 다룬다. 거짓말로 삶이 망가진 전직 저널리스트의 은행 강도 행각과 그 도주를 섬세하고 애틋하며 때로는 냉혹한 로드 트립으로 그려, 미국적 가치라 여겨졌던 것들의 와해와 그것들에 대한 향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체념 내지 기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그의 이전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환상곡』도 인물과 인물, 인물과 현실의 관계에서 배어나는 유머와 애수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전직 저널리스트 출신의 마트 매니저와 소도시 은행 출납원이
로드 트립을 함께하며 마주하는 여러 겹의 삶
“기만이라는 역병에 걸린 나라를 종횡하는 풍자적 소동극. 개인도 국가도 못 미더운 속에서의 황당하고 어두운 추격을 담았던 그의 유명한 베트남전쟁 소설 『카차토를 쫓아서』의 반향이 있다. 『미국 환상곡』은 저자 스스로 즐거움에 젖은 걸 독자가 감지할 수 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로, 그 여정에 올라타기가 즐거운 책이다. 대다수에게 매력적일 유쾌한 작품.”
-커커스 리뷰
상습적인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일삼았다는 구설로 언론계에서 쫓겨나 지금은 소도시 마트에서 매니저 일을 하는 보이드 핼버슨. 설상가상 이혼까지 하여 모든 걸 잃고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임계점에 다다라 은행을 털기로 마음먹는다. 토요일 오전, 권총 한 정과 식료품 종이봉투를 들고 들어간 지역 은행에는 지난 몇 년간 그와 추파를 주고받아온 앤지 빙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돈을 챙긴 뒤 그녀를 인질로 데리고 멕시코로 국경을 넘지만 웬일로 미국발 은행 강도 뉴스는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그는 도피처인 멕시코에서 인질인 앤지 빙과 예정에 없던 휴양을 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 전부터 세워온 더 큰 계획을 실행하고자 미국으로 다시 국경 넘을 준비를 한다. 그에겐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전 장인어른 짐 두니에게 갚아줘야 할 빚이 있다.
한편 보이드 핼버슨과 앤지 빙을 뒤쫓는 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과자이기도 한 앤지 빙의 남자 친구 랜디 재프가 멕시코에서 온 앤지 빙의 엽서를 받고는 그녀와 은행 돈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예금을 강탈당한 은행 측에서는 은행의 비리가 들통날 것을 염려해 피해 사실을 쉬쉬하면서도 지역 경찰과 담합, 그 돈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한편 전 사위인 보이드 핼버슨에게 쫓기게 되었음을 알게 된 짐 두니는 자신의 파트너를 동행한 채 미국 서부와 중부, 남부와 북부, 그러고 다시 서부로 길고 피로한 여정을 계속해간다.
『미국 환상곡』은 캘리포니아에서 멕시코, 텍사스, 네바다, 미네소타 등 미국을 종횡무진하는 두 남녀 주인공의 로드 트립을 중심으로 여러 등장인물의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힌 드라마이자 범죄물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장르적 요소는 단지 이야기를 거들 뿐, 실은 크고 작게 틀어진 인생 또는 입지를 바로잡으려는 저마다의 노력이 이 소설의 큰 축을 이룬다. 인물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여러 겹의 삶이 여기엔 있다. 『미국 환상곡』은 팀 오브라이언의 여느 소설과 마찬가지로 생동감 넘치는 인물, 사건의 우발성과 우연성, 그것이 자아내는 블랙코미디, 그리고 미국식 유머가 담긴 노골적인 대사 등 지극한 리얼리티로 무장하되, 그 속에서 일말의 인간미와 희망을 놓지 않는 삶에 대한 애정이 깃든 작품이다.
코로나, 트럼프 시대를 지나는 동시대의 미국 소설
말년의 미국 작가가 소설에 담은 미국과 미국다움
“소설가에게 ‘해설’은 사형선고예요. 이야기가 전부죠. 우아한 문장이 도움이 되긴 합니다. 놀라운 문장도, 만약 놀라움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놀라울 만큼 도움이 돼요. 소설가로서 내 경우, 우아함과 놀라움은(그리고 훌륭하기만 하다면 코미디도) 이야기, 단지 이야기에 늘 봉사하는 것이고, 따라서 나는 이런저런 등장인물 내지 이런저런 사건에 대한 내 의견을 억누르려고 노력합니다.”
-599쪽, 「작가와의 대화」
1946년생인 팀 오브라이언은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지 모를 『미국 환상곡』에서 자신의 고국 미국의 이면과 표면을 어느 때보다도 노골적으로 들여다본다. 이제는 철 지난 미덕이 되어버린 정직, 오늘날의 미덕인 거짓말, 그리고 언제나 미덕이었던 돈. 나아가 미국의 특산품이라 할 총, 영화, 카지노, 캠핑, 로드 트립, 하느님, 마약 등의 품속에서 사람들이 젖는 공상, 또 그러한 공상들로 가득한 미국의 모습을 애증의 손길로 더듬는다.
그러나 팀 오브라이언은 날 선 비판의 순간에도 소설의 소설다움을 잊은 적이 없는 천생 소설가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카차토를 쫓아서』, 『줄라이, 줄라이』 등 그의 소설은 뛰어난 구성, 뛰어난 대사, 뛰어난 묘사로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늘 팔딱팔딱하는 생명력과 강한 여운을 띠어왔다. 그에게 소설은 세상에 대한 해설이나 메시지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로 설득력을 지녀야 하는, 즉 재미와 울림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미국 환상곡』은 또 한 번 그런 소설론이 빚은 작품으로, 풍요로운 이상국인 줄 알았던 미국의 허술함을 드러낸 코로나와 트럼프 시대에 거짓말과 위선이 일으킨 나비효과, 점입가경의 상황을 때론 긴장된, 때론 유머러스한, 때론 애틋한 추격 드라마로 그린다. 쫓고 쫓기는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만나는 미국의 모습들에는 팀 오브라이언이 언젠가 고국에 가졌던, 혹은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의 소설들에서 누차 배어났던 염증도 있고, 체념도 있고, 사랑도 있고, 기대와 희망과 위로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마치 잘 만든 영화를 보듯 빈틈없는 내러티브와 선명한 이미지로 속도감 있게 재생된다. 『미국 환상곡』은 베테랑 소설가의 마지막일지 모를 작품에 걸맞게 오롯이 팀 오브라이언다움으로 채워진 소설이다.
“미국의 비정직한 심장부를 향해 즐겁고 걱정스러운 로드 트립을 해나가는 이 책에선 헌터 S. 톰프슨이 사샤 배런 코언을 만난다. 오브라이언은 순 곤조(Gonzo)스러운 행복에 취해 모든 걸 수면 위로 띄워놓는다. 이것이 정녕 이 작가의 고별 소설이라면 그는 미국 특유의 기백으로 퇴장 중인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팀 오브라이언의 21년 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 장편소설
『미국 환상곡』은 1978년 발표되자마자 전쟁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카차토를 쫓아서』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훗날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로 거장의 입지를 다진 팀 오브라이언의 2023년 신작 장편소설이다. 2002년 『줄라이, 줄라이』 발표 후 소설을 출간한 것은 21년 만으로, 그사이 그는 50대 중반이 넘어서 얻은 두 아들에게 들려주는 양육기이자 작가론 『아빠의 어쩌면책』만을 출간했을 뿐이다. 그 정도라면 명성이 잦아들 만큼의 지독한 과작이지만, 그의 소설은 미국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읽기/쓰기 정규 교과에서 지금도 다루어지고 있고, 더구나 그의 뒤에는 스티븐 킹, 무라카미 하루키, 제임스 엘로이 등 그의 소설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존경을 밝혀온 많은 동시대 작가들이 있었다. 특히 『미국 환상곡』의 일본어판 번역가로 나서면서 팀 오브라이언의 소설만 지금껏 네 권을 번역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소설의 미국 초판이 출간될 당시 아예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보내기도 했다.
“내게 팀 오브라이언은 최고로 기다려지는 작품을 쓰는 단 한 명의 미국 작가다. 그의 소설에 담긴 이라크 전쟁 이후, 코비드 중반, 트럼프 중반 세상에 대한 아이러니한 묘사는 비수 같고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 번역가)
팀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징집되어 다녀온 베트남전쟁을 끈질기게 주제/소재로 다룬 베트남전쟁의 고발자로 특히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장르 무방 어떤 작품이든 섬세한 관찰, 과잉 없는 문장, 따뜻한 인간미로 깊이 있게 빚어내는 귀감형 작가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일군 성취로부터 후광을 받지 않으려는 노력형 작가이기도 한데, 아마 이런 점이 그를 데뷔 반세기 동안 단 열 권의 책만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다.
21년 만의 신작인 『미국 환상곡』은 그런 그가 일흔일곱 살(현재 일흔아홉)에 내놓은 장편으로, 스스로 밝히듯 어쩌면 그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그는 코로나 시대, 트럼프 시대를 지나는 동시대의 미국을 다룬다. 거짓말로 삶이 망가진 전직 저널리스트의 은행 강도 행각과 그 도주를 섬세하고 애틋하며 때로는 냉혹한 로드 트립으로 그려, 미국적 가치라 여겨졌던 것들의 와해와 그것들에 대한 향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체념 내지 기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그의 이전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환상곡』도 인물과 인물, 인물과 현실의 관계에서 배어나는 유머와 애수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전직 저널리스트 출신의 마트 매니저와 소도시 은행 출납원이
로드 트립을 함께하며 마주하는 여러 겹의 삶
“기만이라는 역병에 걸린 나라를 종횡하는 풍자적 소동극. 개인도 국가도 못 미더운 속에서의 황당하고 어두운 추격을 담았던 그의 유명한 베트남전쟁 소설 『카차토를 쫓아서』의 반향이 있다. 『미국 환상곡』은 저자 스스로 즐거움에 젖은 걸 독자가 감지할 수 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로, 그 여정에 올라타기가 즐거운 책이다. 대다수에게 매력적일 유쾌한 작품.”
-커커스 리뷰
상습적인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일삼았다는 구설로 언론계에서 쫓겨나 지금은 소도시 마트에서 매니저 일을 하는 보이드 핼버슨. 설상가상 이혼까지 하여 모든 걸 잃고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임계점에 다다라 은행을 털기로 마음먹는다. 토요일 오전, 권총 한 정과 식료품 종이봉투를 들고 들어간 지역 은행에는 지난 몇 년간 그와 추파를 주고받아온 앤지 빙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돈을 챙긴 뒤 그녀를 인질로 데리고 멕시코로 국경을 넘지만 웬일로 미국발 은행 강도 뉴스는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그는 도피처인 멕시코에서 인질인 앤지 빙과 예정에 없던 휴양을 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 전부터 세워온 더 큰 계획을 실행하고자 미국으로 다시 국경 넘을 준비를 한다. 그에겐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전 장인어른 짐 두니에게 갚아줘야 할 빚이 있다.
한편 보이드 핼버슨과 앤지 빙을 뒤쫓는 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과자이기도 한 앤지 빙의 남자 친구 랜디 재프가 멕시코에서 온 앤지 빙의 엽서를 받고는 그녀와 은행 돈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예금을 강탈당한 은행 측에서는 은행의 비리가 들통날 것을 염려해 피해 사실을 쉬쉬하면서도 지역 경찰과 담합, 그 돈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한편 전 사위인 보이드 핼버슨에게 쫓기게 되었음을 알게 된 짐 두니는 자신의 파트너를 동행한 채 미국 서부와 중부, 남부와 북부, 그러고 다시 서부로 길고 피로한 여정을 계속해간다.
『미국 환상곡』은 캘리포니아에서 멕시코, 텍사스, 네바다, 미네소타 등 미국을 종횡무진하는 두 남녀 주인공의 로드 트립을 중심으로 여러 등장인물의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힌 드라마이자 범죄물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장르적 요소는 단지 이야기를 거들 뿐, 실은 크고 작게 틀어진 인생 또는 입지를 바로잡으려는 저마다의 노력이 이 소설의 큰 축을 이룬다. 인물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여러 겹의 삶이 여기엔 있다. 『미국 환상곡』은 팀 오브라이언의 여느 소설과 마찬가지로 생동감 넘치는 인물, 사건의 우발성과 우연성, 그것이 자아내는 블랙코미디, 그리고 미국식 유머가 담긴 노골적인 대사 등 지극한 리얼리티로 무장하되, 그 속에서 일말의 인간미와 희망을 놓지 않는 삶에 대한 애정이 깃든 작품이다.
코로나, 트럼프 시대를 지나는 동시대의 미국 소설
말년의 미국 작가가 소설에 담은 미국과 미국다움
“소설가에게 ‘해설’은 사형선고예요. 이야기가 전부죠. 우아한 문장이 도움이 되긴 합니다. 놀라운 문장도, 만약 놀라움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놀라울 만큼 도움이 돼요. 소설가로서 내 경우, 우아함과 놀라움은(그리고 훌륭하기만 하다면 코미디도) 이야기, 단지 이야기에 늘 봉사하는 것이고, 따라서 나는 이런저런 등장인물 내지 이런저런 사건에 대한 내 의견을 억누르려고 노력합니다.”
-599쪽, 「작가와의 대화」
1946년생인 팀 오브라이언은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지 모를 『미국 환상곡』에서 자신의 고국 미국의 이면과 표면을 어느 때보다도 노골적으로 들여다본다. 이제는 철 지난 미덕이 되어버린 정직, 오늘날의 미덕인 거짓말, 그리고 언제나 미덕이었던 돈. 나아가 미국의 특산품이라 할 총, 영화, 카지노, 캠핑, 로드 트립, 하느님, 마약 등의 품속에서 사람들이 젖는 공상, 또 그러한 공상들로 가득한 미국의 모습을 애증의 손길로 더듬는다.
그러나 팀 오브라이언은 날 선 비판의 순간에도 소설의 소설다움을 잊은 적이 없는 천생 소설가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카차토를 쫓아서』, 『줄라이, 줄라이』 등 그의 소설은 뛰어난 구성, 뛰어난 대사, 뛰어난 묘사로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늘 팔딱팔딱하는 생명력과 강한 여운을 띠어왔다. 그에게 소설은 세상에 대한 해설이나 메시지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로 설득력을 지녀야 하는, 즉 재미와 울림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미국 환상곡』은 또 한 번 그런 소설론이 빚은 작품으로, 풍요로운 이상국인 줄 알았던 미국의 허술함을 드러낸 코로나와 트럼프 시대에 거짓말과 위선이 일으킨 나비효과, 점입가경의 상황을 때론 긴장된, 때론 유머러스한, 때론 애틋한 추격 드라마로 그린다. 쫓고 쫓기는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만나는 미국의 모습들에는 팀 오브라이언이 언젠가 고국에 가졌던, 혹은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의 소설들에서 누차 배어났던 염증도 있고, 체념도 있고, 사랑도 있고, 기대와 희망과 위로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마치 잘 만든 영화를 보듯 빈틈없는 내러티브와 선명한 이미지로 속도감 있게 재생된다. 『미국 환상곡』은 베테랑 소설가의 마지막일지 모를 작품에 걸맞게 오롯이 팀 오브라이언다움으로 채워진 소설이다.
“미국의 비정직한 심장부를 향해 즐겁고 걱정스러운 로드 트립을 해나가는 이 책에선 헌터 S. 톰프슨이 사샤 배런 코언을 만난다. 오브라이언은 순 곤조(Gonzo)스러운 행복에 취해 모든 걸 수면 위로 띄워놓는다. 이것이 정녕 이 작가의 고별 소설이라면 그는 미국 특유의 기백으로 퇴장 중인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목차
제1부
제2부
작가와의 대화
옮긴이의 말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책속에서

보이드는 출금전표를 작성해 서명을 한 뒤 그 출납원에게 다가갔다.
앤지는 낄낄거렸다. “이 돈이면 한 트럭인데요,” 그녀는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에 갈 거면요, 보이드, 나도 데려가요.” 그러더니 그녀는 또다시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는 보이드와 2년 가까이 추파를 주고받아온 사이였다. 그녀는 출금전표를 박박 찢었다.
“삼십만은 여기에 있지도 않아요. 또 뭘 도와드릴까요?”
“수중에 얼마나 있는지 말해볼래요?”
“수중에요?”
“다 내놨으면 싶은데.”
“나를 털겠단 거예요?”
“당신 말고요,” 보이드는 말했다. 그는 총을 꺼내어 그녀에게 내보였다. 장난감이 아니었다. 템프테이션 38구경 스페셜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둘은 산타로살리아의 호텔에서 주로 지역사회 국법은행의 돈을 써가며, 때론 베란다의 연철 탁자 앞에 앉아 해가 저무는 걸 바라보며 여드레를 보냈다. 늦은 저녁이면 둘은 샌디에이고에서 송출되는 영어 라디오방송을 들었다─은행 권총 강도 뉴스는 일절 없고 국경 이북의 소동에 관해서만 잔뜩이었다. 탄핵의 일로에 선 미합중국 대통령, 페이스북에서 조직적으로 활동 중인 러시아인들, 필라델피아, 투손, 텍사스 서부, 빌록시에서의 총기 난사. “총소리는,” 상원의 어느 정열적인 직원은 공표했다. “미국의 자유가 추는 춤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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