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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고전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88970551661
· 쪽수 : 19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이 책의 특징 및 구성
압록강을 건너며(도강록)
십리하에서 소흑산까지(성경잡지)
신광녕에서 산해관까지(일신수필)
산해관에서 연경까지(관내정사)
열하로 가는 길(막북행정록)
태학에 머물다(태학유관록)
연경으로 돌아오는 길(환연도중록)
부록
책속에서
그때 시냇가에서 다투는 듯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말소리가 마치 새가 지저귀는 듯하여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급히 가서 보니, 득룡이 되놈들과 예물의 많고 적음을 다투고 있었다.
대개 예단을 나누어 줄 때면 반드시 전례를 따라 그대로 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봉황성의 교활한 청인 관리들은 반드시 무슨 꼬투리를 잡아 한 가지라도 더 빼앗으려고 기를 썼다. 이런 일을 잘 처리하고 못하고는 순전히 *상판사의 마두에게 달린 것이다. 만일 그가 일에 서툰 풋내기라든지, 중국말을 제대로 못한다든지 하면, 그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년에 이렇게 했다 하면 내년에는 벌써 그것이 전례가 되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든 전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사신들은 이와 같은 내막을 모르고 오직 책문 안으로 들어가기에만 급하여 자꾸만 역관을 재촉하고 또 역관은 마두를 재촉하여, 그 폐단이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 35~36페이지
열하(熱河)
열하는 청나라 황제들이 사냥을 즐겼던 휴양지다. 온천이 많아 강물이 얼지 않는다고 해서 열하라고 부른다. 북경에서 약 230킬로미터 떨어진 내몽고 지역에 있다. 열하는 처음 여행 일정에는 없었다. 그러나 박지원 일행이 북경에 도착했을 때 황제가 열하에 머물러 있는 바람에 그곳까지 가게 된 것이다. 한양에서 출발해 압록강을 건너 북경으로 갔다가 다시 열하까지 가는 데는 한 달 보름 정도가 걸린다. 그 거리는 무려 4천 리, 1천 6백 킬로미터나 된다.
‥‥‥‥‥‥‥ 29페이지
우리나라는 명나라를 2백 년 동안 섬기며 충성하기를 한결같이 했다. 비록 속국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한 나라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을 당하고(명나라의 멸망을 가리킨다.), 온 백성이 머리를 깎아서 모두 오랑캐가 되고 말았다. 대륙의 한쪽 구석에 있던 우리나라는 다행히 이런 수치를 면할 수 있었지만, 중국을 위해 원수를 갚고 치욕을 씻으려는 마음이야 어찌 하루라도 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청나라에는 성곽과 궁궐과 백성 등이 예전 그대로 남아 있으며, 훌륭한 가문과 학문도 사라지지 않았으며, 하나라·은나라·주나라 이후의 성스럽고 지혜로운 임금과 한나라·당나라·송나라·명나라의 좋은 법률과 아름다운 제도가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저들은 오랑캐일망정 중국 문물의 훌륭함을 잘 알고 있어서, 곧장 이를 빼앗아 차지했다. 그래서 이제는 중국의 문물이 마치 그들 만주족이 본래부터 지녔던 것처럼 되기에 이른 것이다.
천하를 위하는 것은, 진실로 백성에게 이롭고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비록 그 법이 오랑캐에게서 나온 것일지라도 취하여 본받아야 한다. 공자가 《춘추》를 지을 때 ‘중화를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친다’고 한 것은, 오랑캐가 중국을 어지럽혔던 것을 분하게 여겨 본받을 만한 좋은 점마저 물리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선비들이 진실로 오랑캐를 물리치려면, 그들이 중국에 영향을 미친 부분을 모조리 배워서, 먼저 우리나라의 어리석고 융통성 없는 풍속부터 개혁시켜야 한다. 밭을 가는 법이나 누에를 치는 법, 그릇을 굽는 법이나 풀무를 부는 법에서부터 공업을 장려하고 상업을 풍성하게 하는 것까지 모두 배워야 한다.
‥‥‥‥‥‥‥ 87~88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