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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0638294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4-11-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시간의 우물 10
1부 인연으로 쌓아 올린 집 한 채
달빛과 은행나무 24 | 나무 집을 논하다 52 | 고요한 황홀 57 | 섬세한 아름다움 66
인연으로 쌓아 올린 집 한 채 71 | 함양당에 오면 87
2부 가을의 빛
은행잎 지다 96 | 담장 아래 꽃과 나비 99 | 석간수(石間水) 흘러오다 101 | 소나무와 옛 기와 105 국화 107 | 가을의 빛 109 | 땅 위의 물개 111 | 청산을 나는 새 113 | 섬돌 위의 고무신 115
나무 십이지 117 | 블랙커피와 레드와인 118 | 카라얀과 한영애와 임방울 123 | 은행나무 131
황화(黃華) 132 | 행단시사(杏亶詩社) 135 | 작고 길쭉하고 은밀한 방 137
초록 나무와 새의 대문 139 | 옛 장인의 마음 141 | 이런 자물쇠 143 | 저녁이 온다 145
협력해서 선(善)을 이루는 집 147 | 기도의 방 149 | 불타는 석양의 빛 153
집 밖 나들이
시골 교회 155 | 퇴촌장 163 | 더 클래식 167
3부 눈 온 날 오후
절절 끓는 황토방 175 | 백설애애(白雪靄靄) 179 | 고드름을 문 봉황 181 | 흰 눈 속의 학 183
다담(茶談) 185 | 상선약수(上善若水) 187 | 문향(文香) 그윽 188 | 대청마루 191
눈 온 날 오후 193 | 낮닭 울음소리, 수련 잎에 얹히다 195 | 풍경 소리 197
눈 속의 석인(石人) 199 | 그늘 반 근 201 | 기다림 205 | 아아, 어둠이 내린다 207 | 달빛 209
멀리서 개 짖는 소리 210 | 소쩍새 소리 211 | 빛의 밤 215 | 새벽이 온다 217 | 다시 봄 219
리뷰
책속에서
힘들고 팍팍한 날에 뒷마당의 그 늙은 나무 아래로 가면 나무는 쏴아 하는 바람 소리를 머금은 채, 괜찮아, 괜찮아, 이 바람처럼 다 지나가고 만다네,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며 깨끗한 햇빛에 눈길을 주고 있는 사이, 그 조용한 바람 소리는 어느덧 가슴까지 시원하게 쓸어주곤 했다. 늙은 나무 아래 앉아, 나는 그 옛날 어머니가 배앓이하는 어린 나의 배를 쓸어주시면서 희미하게 무슨 노래인가를 혼자 부르시던 때의 그 달콤한 위로감과 평안함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 나무가 사람을 치유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곳의 늙은 은행나무를 대하면서 느끼게 되었다. _<달빛과 은행나무>
이것이 바로 사람이 사는 집이다. 숨소리와 말소리가 스며 있는 집, 체온이 어리고 세월이 녹아드는 집, 빗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는 집, 해가 뜨고 석양이 지는 것이 바라보이는 집, 시간이 고이는 집, 창호에 어리는 댓잎과 하늘하늘 지는 꽃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집, 아아, 이것이 집이다.
아, 언젠가 나도 이런 집을 한 채 지을 수 있다면……. 사회 비판적 의식의 날을 팽팽히 세우고 있는 고학생 형편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날, 아름다운 한옥 한 채에 대한 꿈이 그만 내 마음을 연둣빛으로 물들이고 말았다. _<고요한 황홀>
사람의 말이 아닌 사물의 말, 예컨대 나무의 말, 돌의 말, 흙의 말, 바람의 말 사이에, 혹은 앉고 혹은 서서, 그것들이 서로 조립되고 서로에게 지탱하며 하나의 집이 이루어지는 것을 몰두하여 구경했다. 난무하는 언어들로부터 비켜선 그 몇 달은 내게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자 학습의 시기였다. 비로소 왜 그 많은 종교 서적들에서 말을 경계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말이 아닌 노동의 신성함을 알게 된 것이다. 참선이나 수행을 통한 말 없음과 말 줄임이 아닌, 노동에 의해 언어가 사라져버린 그런 경지를 지켜보았던 것이다. _<인연으로 쌓아 올린 집 한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