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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71993453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0-08-10
책 소개
목차
나의 고래를 위한 노래 9
저자의 말 292
감사의 말 301
리뷰
책속에서
지각했지만 수업을 들어도 좋다는 허가서를 받아서 교실로 돌아오자 담임은 내 수어 통역사 찰스 선생님에게 말했다.
“니나 옆으로 가서 수업 내용 파악하라고 아이리스한테 말해 주세요.”
담임은 대체로 이렇게 나를 둘러서 말한다. 내게 직접 말하면 된다고, 어차피 자신이 통역하니까 ‘아이리스한테 말해 주세요’ 같은 말은 필요 없다고 찰스 선생님이 한두 번 말한 게 아니지만 소용없다. 그래서 찰스 선생님도 포기했다.
그는 다른 고래들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했지만 다른 고래들에게 그 대답은 뜻 모를 소리였다. 그래서 다른 고래들은 그가 자신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른 고래들은 그를 빼고, 그가 없는 것처럼 대화했다. 마치 그가 바닷속에서 지나치는 산호초나 해초 숲인 것처럼. 하지만 그에겐 다 들렸다.
그는 다 알아들었다. 끝내 체념한 다른 고래들이 그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그만두자고 할 때도 알아들었고, 포식자를 봐도 경고 못 하고 먹이 가득한 바닷물 냄새를 맡아도 알려 줄 수 없는 고래가 무리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화낼 때도 다 알아들었다.
아빤 수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대강 뜻을 전달할 순 있어도 우리가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아빠에게 엄마 수준의 수어를 바라는 건 아니다. 엄마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입을 떼기 전부터 수어를 했다. 내가 아빠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수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좀 더 해 주는 거다. 아빠는 자신이 늘 언어 머리보다는 숫자 머리가 트인 사람이었다며,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자기 자식이랑 대화를 거의 못 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