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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30671062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12-1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 집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있다. 우리뿐이고 아무도 오지 않는 곳. 물론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대 우리 집에서 일흔여덟 걸음 정도 떨어진 집에 나이 든 부부가 살았으니 말이다. 그 집의 이름은 서닝데일이다. 그 부부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종말’ 이후에 떠났다.
(…) 그 집에 살던 소프 부부가 기억에 남아 있긴 하지만 뚜렷하진 않다. 큰 키에 머리가 하얀 데이비드 할아버지는 안경 렌즈 위로 반사된 빛 때문에 눈을 마주 보기가 어려웠다. 수전 할머니는 작고 마른 몸에, 말할 때면 상대를 빤히 보곤 했다.
두 사람이 떠난 뒤로도 서닝데일은 거의 그대로다. 조금 달라진 데가 있다면 내가 그 집 정원에 채소를좀 심고, 그 집 나무 몇 그루를 땔감으로 벤 정도. 집 안으로도 들어가 보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다고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엄마는 서닝데일과 소프 부부 이야기만 나오면 조금 이상해진다.
_덜란
전에도 기록을 시도했지만 잘 안 됐다. 쓰고 나서 읽어보면 현실 같지가 않았다. 꼭 남에게 일어난 일 같고, 진짜 세계의 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종말 이후로 작가들이 세상을 떠났으니 나라도 무언가를 써야 할 것 같다. 지금 쓰지 않으면 앞으로도 쓰지 않을까 봐 두렵다. 종말은, 눈 깜짝하는 사이에 일어났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궁금해할까 봐 처음부터 확실하게 말해두는데, 나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는 뜻이다.
_로웨나
짐승들은 죽을 때 꼭 나를 쳐다본다.
나는 손에 든 가벼운 칼을 무겁게 느끼며 덫에 걸린 짐승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다 깨달았다.
토끼가 멀쩡하지 않았다.
토끼 한 마리라기보다 두 마리에 가까웠다. 몸은 하나지만 머리에 물렁물렁한 덩어리 같은 것이 붙어 있는데, 거기에 작은 입과 이빨, 조그만 귀 두 개가 있었다. 마치 눈알을 빼앗긴 듯한 죽은 눈 두 개도 있고.
나는 구토했다.
역겨웠다. 얼굴이 두 개인 토끼라니. 한 몸에 사는 하나 반의 생물이라니. 토끼의 두 번째 얼굴, 뒤통수에 달린 그 죽은 얼굴에는 토끼라는 동물의 모든 귀여운 점이 끔찍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그 토끼는 울고 있었다.
_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