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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2757672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서문 - 로제 그르니에
프렐류드
1. 한밤의 울부짖음
2. 2009년 12월 2일
애견가의 수첩에서 나온 쪽지 - 일기 발췌문 1
I. 예민한 존재, 다정한 존재
3. 두 번의 탄생
4. 첫날 밤의 슬픔
5. 첫 식사
6. 첫 산책을 기다리며
7. 첫 외출
8. 타오르는 젊음
애견가의 수첩에서 나온 쪽지 - 일기 발췌문 2
10. 첫 이별
11. 새끼들
12. 연민
애견가의 수첩에서 나온 쪽지 - 일기 발췌문 3
II. 절대적인 변함없는 사랑 : 죽을 때까지의 기다림
13. 구해주세요!
14. 구토
애견가의 수첩에서 나온 쪽지 - 일기 발췌문 4
15. 징계
16. 산책
17. 샤워
18. 사산
19. 어느 날 저녁
20. 기다림
애견가의 수첩에서 나온 쪽지 - 일기 발췌문 5
III. “내가 너를 잊는다고? - 걱정 마라, 사랑하는 그대여”
21. 깨울까, 말까?
22. 나를 먹어!
23. 항심과 변심
애견가의 수첩에서 나온 쪽지 - 일기 발췌문 6
24. 마지막 나날들
25. 화장
26. 멜로디와 그의 동반자
애견가의 수첩에서 나온 쪽지 - 일기 발췌문 7
27. 충실성으로 불타는 불충실한 사람
피날레
28. “모든 동물은 죽었다” 멜로디의 사후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우리가 단나의 새끼 강아지를 집에 들이기로 결정한 순간 그의 이름은 정해졌다. 화음과 리듬으로 가득한 음악의 집에서 살게 될 강아지가 음악과 조화롭게 공명되는 이름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강아지는 자신이 방석 위에 있는 것에 놀라며 눈을 떴다. 어미의 물결치는 듯한 하얗고 부드러운 털에 기대있는 것을 꿈꿨을까? 강아지는 일어나 떨며 기지개를 폈다.
“잠이 막 깼어요.” 딸아이가 속삭였다.
나는 주방에 들어갔다. 강아지의 불안해하는 눈빛과 마주했다. 마치 내게 묻는 듯했다. 앞발 하나를 허공에 들고 있었고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며 마치 아주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내 몸짓과 얼굴 표정을 해석하려는 듯 내게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강아지의 눈빛이 이토록 설득력 있게 의문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멜로디는 동반자 이상, 친구 이상이 되었다. 걱정이 되어 병이 날 정도로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동물’이나 ‘짐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도, 참을 수도 없는 피조물이었다. (…) 멜로디는 세상에 아이가 오기를 바라는 나와 아내가 주인공이 되어 불타는 사랑의 놀이, 사랑 행위로 잉태한 아이 같았다. 멜로디는 나의 진정한 딸이었다. 알 수 없는 문명의 전설 속에서 개로 변한 나와, 마찬가지로 암캐로 변한 아내가 교미를 행해 강생한 딸이었다. 있을 수 있는 수억 마리 강아지 중에서 바로 멜로디가 내게 주어졌고 이는 기적이었다. 어느 긴 밤에 유일한 만남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남녀로부터 아이가 탄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적적이었다.
몇 주 후 새끼들이 다른 하늘 아래서 그들의 삶을 살기 위해 집을 떠날 때 우리 둘 사이에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가족 중 아무도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고통받지 않으면 멜로디는 가능한 한 자주 내 곁에 있으려 했다. 자주 내 팔이나 다리에 매달려, 우리 사이에 1밀리미터의 간격도 참을 수 없다는 듯 나에게 힘주어 기댔다. 멜로디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와 뒤섞이고 녀석의 따스한 배가 항상 차가운 내 발을 따스하게 덥혔다. 녀석의 깊은 숨이 내 귓가에 울렸고 따스한 숨결이 내 폐를 파고들었다. 녀석의 규칙적인 호흡은 내 심장박동에 답했다. 우리는 항상 붙어 다녔고, 친밀하고 또 친밀했고, 서로 한없이 친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