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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7962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한 명
해설 기억의 역사, 역사의 기억 _박혜경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군인 백 명을 상대할 자가 누구인가?”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군인 백 명을 상대합니까.”
작지만 야무지던 석순 언니가 따지고 들자, 중대장이 병사들을 시켜 석순 언니를 앞으로 끌어냈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군인들은 닭 껍질을 벗기듯 석순 언니의 몸에서 옷을 벗겼다. 석순 언니의 몸은 깡말라 사내아이의 몸 같았다. 겁에 질린 소녀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소녀들을 한 명 한 명 씹어먹을 듯 바라보는 중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얼른 고개를 떨어뜨렸다. 막사 뒤에서 수십 개의 못을 동시에 박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곧 끔찍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위안소에 있을 때 그녀는 몸뚱이가 하나인 것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하나인 몸뚱이를 두고 스무 명이, 서른 명이 진딧물처럼 달려들었다.
하나인 그 몸뚱이도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의 것이 아니던 몸뚱이를 부려 그녀는 이제껏 살아왔다.
사람들은 그녀가 어디 가서 무슨 일을 당하고 왔는지 모른다.
어쩌다 보니 남의 집 식모로만 떠돌다 혼기를 놓친 줄로만 안다. 신세를 지는 것도 아닌데, 혼자 사는 그녀를 짐스러워하고 못마땅해하는 여동생들에게조차 그녀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남자라면 몸서리가 나서 싫다고.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펑 쏴버리고 싶도록.
그녀는 누가 시집가라는 소리만 하면 두드려 패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