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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문/사회
· ISBN : 9788972972037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6-03-20
책 소개
목차
1장. 여돌과 남돌은 뭐가 달라요?
여돌은 청순하고, 남돌은 터프하고?
애교와 이중 잣대, 그 속에 숨은 먼지 차별
세상을 구하는 남돌 vs 사랑에 빠진 여돌
‘여돌’과 ‘남돌’이라는 이름을 넘어서
*함께 생각하기: 성 역할 고정관념
2장. 외모지상주의가 삼킨 케이팝 월드
예쁘면 다 좋은 거 아니야?
무대 위의 몸은 왜 다양하지 않을까?
*함께 생각하기: 외모지상주의
3장. 좋아하니까, 응원하니까 그런 거예요
어떤 ‘사랑’은 그런 사랑이 아니다!
내 아이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연애는 절대 안 된다는 말
*함께 생각하기: 소비자주의
4장. 아이돌도 일하는 사람입니다만?
아이돌도 노동자인데요?
아이돌, ‘연습’만 하다 끝났으면은요?
*함께 생각하기: 노동자의 권리
5장. 덕질하면서 ‘정치적’ 목소리 내면 안 돼요?
포카 수집이 남기는 것들
덕후가 정치적인 게 어때서요?
*함께 생각하기: 정치
6장. ‘모두’가 즐기는 케이팝 시대
케이팝이 ‘다른’ 문화를 훔친다고?
케이팝에 다양성을!
*함께 생각하기: 문화적 전유
책속에서
[돈 냈으니까,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팬과 아이돌의 관계는 점점 ‘소비자와 상품’의 관계처럼 바뀌고 있어. 유료 팬클럽 가입비, 앨범 구매, 콘서트 티켓, 그리고 버블·위버스 같은 유료 소통 플랫폼까지, 팬들이 ‘덕질’하는 데 지불하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 이런 상황에서 일부 팬들은 “내가 돈을 냈으니, 아이돌에게 원하는 걸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서 아이돌의 활발한 활동이나 빠른 답장을 원하고, 아이돌이 답이 없거나 좀 느리면 아이돌로서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이 된다는 건 분명 그 사랑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지. 그런데 아이돌들의 어떤 ‘잘못’은 그들이 아이돌이라서, 인기를 얻는 사람이라서, 심지어 어린 나이에 명성과 돈을 얻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어. 정말 잘못이라기보다 가벼운 실수나 오해에서 비롯된 일인데도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도 꽤 있거든. 또한 전혀 잘못하거나 실수한 게 아닌데도 사과를 강요받는 경우도 있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애교 강요를 했던 것도 마찬가지야.
[내 최애는 자판기가 아냐]
사실 이런 마음은 소비자주의에 기반한 생각이야. ‘소비자주의’(Consumerism)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아주 쉬운 예를 들어 볼게. 네가 문방구에서 용돈을 털어 비싼 볼펜을 샀다고 해 보자. 집에 가서 신나게 쓰려는데 잉크가 안 나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할까? 문방구에 가서 환불을 요구하거나 교환을 요구하겠지. 이건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어.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을 때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아이돌을 좋아할 때도 이 ‘문방구 볼펜’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거야. 사실 기획사들은 팬들이 돈을 쓰게 만들기 위해 온갖 상술을 부려. 팬들이 팬 사인회에 가려면 앨범을 수십 장 사야 하고, 유료 소통 어플을 정기 구독해야 최애에게 메시지를 받을 수 있지. 돈을 쓰면 쓸수록 내 아이돌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구조야. 그러다 보니 팬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돼. “내가 너한테 쓴 돈이 얼마인데, 이 정도도 못 해 줘?” “내가 앨범 100장 사서 음악 방송 1위 만들어 줬으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팬과 가수의 관계가 ‘응원하는 사이’가 아니라, ‘돈을 냈으니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이’, 즉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처럼 변질되는 거야. 하지만 팬과 아이돌의 관계는 단순한 상품 판매 . 구매 관계로만 환원될 수 없다는 게 문제야. 팬이 자신을 ‘소비자’로만 생각하면, 아이돌은 그저 ‘돈을 주고 소비하는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 버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이돌은 공장에서 찍어 내는 볼펜이나, 버튼만 누르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판기가 아니라는 거야. 그들도 감정을 느끼고, 피곤하면 지치고, 때로는 실수도 하는 ‘사람’이잖아. 그걸 잊으면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거야. “돈 냈으니까 웃어” “돈 냈으니까 연애하지 마” “돈 냈으니까 살 빼” 이런 요구들을 ‘정당한 권리’라고 착각하게 되거든. 누군가를 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 대하는 건 당연히 옳지 않아. 팬들이 “우리가 돈 냈으니 내놔라” “사과해라” “더 보여 줘” 하고 요구하는 순간, 아이돌은 자신의 자율권을 빼앗기게 돼.
[아이돌은 노동자일까, 아니면 특별한 존재일까?]
무대 위에서 반짝이고 노래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는 그 모습만 보면, 아이돌은 단순히 ‘일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화려한 꿈속 세상을 보여 주는 사람’처럼 보이지. 하지만 우리가 잘 잊어버리는 사실이 하나 있어. 아이돌도 결국 일하는 노동자라는 점이야.
아이돌은 넓게 보면 예술가 범위에, 조금 더 좁게 보면 연예인의 범위에 들어가지만 특수한 점이 하나 있어. 케이팝 산업 내에서의 아이돌은 단지 춤과 노래, 무대에서의 매력이 빛나야 하는 것뿐 아니라 그 외 많은 걸 갖추길 요구받거든. 외모와 몸매, 패션 센스도 좋아야 하고 성격과 말투, 팬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다정하고 친절해야 해. 게다가 팬들과는 진정성 있는 친밀한 관계를 쌓아야 하지. 아이돌은 자신의 거의 모든 면모를 공개하고 관리해야 하며, 그 모든 게 상품화돼. 그러니까 아이돌은 단순한 ‘예술가’나 ‘연예인’이 아니라, 존재 전체가 노동으로 소모되는 직업이야.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아이돌을 ‘노동자’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야. 무대 위 화려한 이미지와 ‘사랑받는 존재’라는 상징성에 가려져, 아이돌이 감정까지 포함해 자기 자신을 끝없이 내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잘 보이지 않아. 게다가 그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돈을 버는 ‘스타’라는 지점도 그들이 노동자라는 점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야. 이는 아이돌의 화려하고 멋있는 부분을 주로 조명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이돌도 분명히 일하는 사람, 노동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