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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수학/과학
· ISBN : 9788972979777
· 쪽수 : 317쪽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에게
책을 내면서
들어가는 말
01 나무: 식물 지능적이라는 말에 대하여
02 문어: 진정한 천재는 증명하지 않는 법
03 범고래: 난 킬러였던 적이 없어
04 집게벌레: 귓속으로 들어오는 건 사양할게
05 나비: 두세 마리의 쐐기벌레는 견뎌야지
06 갈매기: 하필 내 결혼식날 찾아온 그 녀석
07 말벌: 어쩌면 세상을 구할지도 몰라
08 좀벌레: 나의 우주를 조심히 닫아주길
09 도마뱀붙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리는 친구
10 파리: 다리 끝으로도 맛보는 미식가
11 바다거북: 내 눈물은 그런 게 아니야
12 영장류: 툭하면 침 뱉지만 사랑스러운
13 곰: 오래된 숲 모든 곳에 살았던 지배자
14 잠자리: 전쟁을 거부한 화살
15 악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
16 반딧불이: 빛으로 노래하는 곤충
17 개미: 아무도 낙오되지 않을 것이다
나가는 말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거북들은 약았기 때문에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언젠가 한번은 둥지를 만들다가 한두 번 실패한 바다거북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아 함께할 기회가 생겼다. 녀석은 나의 도움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함께 둥지를 만들었다. 반대의 상황도 벌어졌는데, 의심 많은 사람이나 동물이 그렇듯이 어떤 거북이든 내가 옆에 있는 걸 불편해했고, 혼자 있고 싶다는 표시를 분명히 했다. 비록 그 몸 뒤에 숨어서 어두울 때도 전혀 건드리지 않으며 최대한 조심했지만, 녀석은 머리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침입자, 나는 네 도움이 필요 없어, 여기서 나가줘”라고 하는 듯한 무서운 표정을 지은 후, 땅 파는 걸 멈췄다. 그리고 나와 멀리 떨어진 새로운 곳으로 기어가서 그 일을 다시 시작했다.
나는 얼굴을 가리거나 도망쳐 나가고 싶은 미칠 듯한 욕구를 억누르면서 엄청난 용기와 맹목적인 순종으로 두 개의 침이 조금씩 얼굴과 목 아래로 타고 내려오는 느낌을 참아냈다. 아주 길게 느껴진 몇 초 동안 꼼짝도 안 하고 서 있었고, 그녀로부터 휴지 조각을 건네받아 살짝 닦기만 했다. “오스카르, 드디어 해냈어요! 이제 시험을 통과했으니까, 다시는 침을 뱉지 않을 거예요.” 지나는 너무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이다! 적어도 여덟 마리 중 페기를 뺀 일곱 마리는 더 이상 뱉지 않았지만, 페기는 아름다운 꽃처럼 미동도 없이 순진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그 갈색 눈은 늘 내게 “가까이 오기만 해봐, 침을 뱉어버릴 테니까”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또다시 침을 뱉었다.
그때 내 소원은, 만약 죽는다면 상어의 밥이 되는 거였다. 그런데 바다거북과 고래를 만난 후에는 원하는 죽음이 바뀌었다. 지금은 큰 혹등고래가 멋진 점프를 한 후 나에게 떨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운명의 장난으로 그렇게 원하던 상어는 날 공격하지 않았고, 내 팔을 문 건 상어가 아니라 바다거북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몇 미터 되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큰 고래가 나에게 떨어지려 할 때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