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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75276934
· 쪽수 : 540쪽
· 출판일 : 2015-04-30
책 소개
목차
初 꽃가락지 청혼 7
一 그릇된 줄 알면서도 행하는 게 욕망이다 25
二 걸음마다 버리는 것 41
三 가락지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60
四 개지기 가히 73
五 괭이와 개가 만나면 앞일은 불 보듯 뻔하다 89
六 계집아이, 두 명 105
七 까실함을 녹이는 온기 130
八 갓난쟁이 울음 끊이지 않고 146
九 구곡간장(九曲肝腸)이 녹다 165
十 그대가 없는 겨울 179
十一 귀머거리 216
十二 그리운 모습 그대로 243
十三 괴상한 손님 258
十四 구린내가 나는 이유 280
十五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 300
十六 깊숙이 파고들 뿐 326
十七 가만히 있으면 바뀌지 않는다 349
十八 구렁텅이 378
十九 괜찮아, 오라버니니까 389
二十 개꿈이 아니었구나 409
二十一 끊어서 해결될 수만 있다면 436
終 가히 사랑할지어다 450
外傳 一 그래도 그대 잊지 마오 473
外傳 二 각시는 집요했고, 사랑은 집요한 자가 승리한다 492
外傳 三 가지 말라는 말 대신 523
後記 개와 사람과 사랑 53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홍가희는 천천히 약속 장소로 걸으며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게 혼쭐이 났는데도 홍가희는 문수진의 애정이 고팠다. 홍미진에게 가는 그 애정 한 줌, 시선 한 번이라도 받기 원했다. 사실 도진을 두고 뭐라고 할 처지가 안 된다. 문수진에게 따뜻한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홍가희도 마찬가지이기에.
타박타박, 탁.
점점 발걸음이 빨라진다. 늦봄의 따스한 바람이 홍가희의 뺨을 간지럽힌다.
‘너무 어려워.’
왜 문수진은 홍미진만 예뻐할까? 친자식이라서? 왜 홍가희를 그리 미워하는 것일까? 도진에게는 또 왜 그러고? 사람의 관계란 참 어려웠다. 그래서 홍가희는 이제 남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차라리 개를 이해하는 게 훨씬 쉬우리라. 그네들은 늘 솔직했다. 애정에는 애정을, 호의에는 호의가 따라오니. 어찌 싫어할 수 있으랴.
탁탁탁.
걷던 것이 이제는 달리는 것이 되었다. 가쁜 호흡 속에서도 홍가희는 오늘 만날 사람을 떠올렸다. 개가 더 좋다. 사람보다 훨씬 이해하기도 쉽고, 마음도 잘 통한다. 그런데도 딱 한 명. 개만큼이나 혹은 개보다도 더 마음이 잘 통하는 상대가 있다면,
“이제 왔느냐?”
2년째 몰래 만나고 있는 최윤호였다.(<꽃가락지 청혼> 중에서)
“붙지 마.”
“안 붙으면 추운데?”
“안 얼어 죽어.”
딱딱한 신의 대답에 가히의 눈매가 샐쭉해진다. 그 눈초리에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신이 슬금슬금 일어나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와악!”
가히가 온몸을 던져 신을 덮쳤다. 신이 비명을 지르든 말든 가히는 제 몸으로 그를 꾹꾹 눌렀다. 마치 이불이라도 된 기분이다. 손을 신의 허리에 휘감고 다리로는 움직이지 못하게 얽었다. 그래놓고 축축한 흙바닥을 뒹굴었다. 흙이 묻고 긁히는 통에 신은 정신을 쏙 뺐다. 저리 비키라는 둥 망할 계집애라는 둥 욕설도 간간히 섞였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기운이 쏙 빠졌다.
신이 얌전해지자 가히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하지?”
“망할 계집애.”
“추운 것보다는 낫잖아.”
“뭐가 낫다는 거야. 이렇게 따듯하면…….”
그녀의 말이 맞다. 따뜻하다. 추운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그것은 달콤한 독과 같은 것이었다. 신은 가히에게서 전해지는 이 온기가 무서웠다.
“떨어질 때 더 춥잖아.”(<까실함을 녹이는 온기> 중에서)
“겨울이다, 가희야.”
눈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최윤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펑펑 내리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아마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이 편치는 않으리라.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인가. 그는 아예 뒤로 드러누웠다.
“겨울이 찾아왔다…….”
대답하지 않는 내 님이여.
“이제 이곳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텐데, 쓸쓸해서 어쩔까.”
최윤호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버릇이 될 것만 같다. 이렇게 눈을 감고 홍가희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 하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 시시때때 그녀를 잊을 것 같아 최윤호는 무서웠다. 혹여나 조금이라도 그 모습이 흐려질까 두렵다. 잊고 싶지 않다. 잊지 않을 테다.
부스럭.
눈을 감은 채 소매를 뒤진다. 그러자 익숙한 둥근 감촉이 느껴졌다. 옥가락지. 그것을 쥐고 쭈욱 하늘 위로 뻗었다. 다시 눈을 뜨자 잿빛하늘에 가만히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옥가락지가 보인다.
“봄이 오면.”
이 옥가락지처럼 맑고 티 없는 봄이 오면.
“이제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야.”(<그대가 없는 겨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