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5278433
· 쪽수 : 299쪽
· 출판일 : 2010-01-04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203호실을 노크했다. “열렸어요.” 안에서 합창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보니 안쪽에서 도우미와 마이미가 서로 어깨를 딱 붙인 채 비디오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
(……)
“너희들, 기술이 좋구나.”
“어쩔 수 없잖아요.”
“맞아요. 이렇게 안 하면 게임이 왼 되는 걸요.”
(……)
“기분 나빠 하지 마. 난 그저 감탄한 것뿐이니까.”
나는 아이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비위를 맞췄다.
“너무 많이 하면 눈 나빠진다. 의자, 하나 빌려가도 되겠니?”
“그러세요. 근데 의자는 왜요?”
“설마 호사카 오빠, 잘랐어요?”
“아냐. 그럼 빌려가마.”
-여보세요.
낯익은 남자 목소리. 무라이 기획부장의 휴대전화인 것 같다.
나는 온 신경을 귀에 집중했다. 무라이의 휴대전화 스피커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상대방 성별은 알 수 있었다. 여자다.
-그래, 다바타인가. 뭐? 밑에 공중전화에서 걸고 있다구? ……그래, 괜찮네. 지금 회사에는 나밖에 없어. 지금 바로 경비를 처리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게.
탁, 휴대전화를 책상에 놓는 소리. 톡톡톡, 버튼을 세 번 누르는 소리. 책상 위에 있는 내선전화기를 누르는 소리인 듯싶다. 경비실의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따르릉.
-네, 경비실입니다.
-기획부 무라이 부장인데. 저기 말이야. 밖에 왠지 좀 수상해 보이는 남자가 얼쩡거리는 거 같은데.
-네? 제가 당장 알아보겠습니다. 어디쯤입니까?
(……)
-여보세요, 다바타. 지금 막 경비가 나갔으니까 뒷문으로 들어오게.
누군가가 건물로 들어가는 발소리.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것 같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 멈춘다. 다시 들리는 하이힐 소리. 5층 복도를 걸어간다.
(……)
-그래, 다바타인가? 경비는 없었지? 내가 적당히 말해서 밖으로 내보냈어. 이봐, 왜 그러나?
무라이의 발소리가 사무실을 가로지른다.
-뭐하는 거야?
문 쪽으로 다가간다.
-다바타?
달칵. 문이 열린다. 옷이 재빨리 스치는 소리. 쥐가 짓밟힌 것처럼 짧은 외마디 비명 소리. 뭔가 커다란 물체가 쿵 하고 바닥에 쓰러진다.
“외눈박이 원숭이.”
“유럽 민화야. 언젠가 ‘지하의 귀’ 마스터가 해줬어. 그 사람은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알거든.”
옛날에 원숭이 구백아흔아홉 마리가 사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원숭이들은 모두 외눈박이였다. 얼굴에 왼쪽 눈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라에 딱 한 마리, 두 눈이 모두 달린 원숭이가 태어났다. 온 나라의 원숭이들이 그 원숭이를 놀리고 비웃었다. 고민 끝에 그 원숭이는 결국 자신의 오른쪽 눈을 빼버려서 다른 원숭이들과 똑같아졌다…….
“원숭이가 빼버린 오른쪽 눈이 뭐였을 거 같아?”
내 물음에 후유에는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원숭이가 빼버린 건 자존심이 아닐까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