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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76040558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0-04-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등장인물
1. 폭풍우 몰아치다
2. 음모의 소용돌이
3. 운명의 세여인, 그리고 두 남자
4. 인현왕후가 국혼을 올리다
5. 장옥정이 다시 입궁을 하다
6. 감고당의 여인
7. 영조의 탄생
8. 왕비의 눈물과 한
9. 희빈이 사약을 받다
10.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에그 내 새끼.’
안씨는 어린 딸을 꼭 껴안았다. 새끼라서 그런가. 아무리 가슴에 품고 있어도 사랑스러웠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 동이도 민씨댁 같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회방의 민 규수를 생각하자 안씨는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최효원을 처음 만났을 때는 부귀나 재물도 필요 없고 오로지 사랑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딸이 태어나자 그렇지가 않았다. 딸에게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었다. 남편이나 자신은 평민으로 살아도 상관이 없었으나 딸만은 귀하게 키워서 좋은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었다.
‘민 규수와 비교하면 우리 딸이 더 예쁜데….’
안씨는 딸이 꽃이라고 생각했다. 민 규수를 딸에게 비교하면 어림없다고 생각했다.
- 폭풍우 몰아치다 중에서
‘아…!’
신여철을 따라 사랑채에 이른 장희재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속이 또 다시 매슥거려서 토할 것 같았다. 신여철을 따라온 포졸들도 웅성거리고 다모는 돌아서서 헛구역질을 했다. 사랑채 마루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하나가 나뒹굴고 있었다.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아 시체는 남자이고 집주인인 오정일로 보였다. 마룻바닥이 온통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잔인한 놈들. 꿈에 보일까 무섭구나.’
장희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포도청에서 일을 하다가 보면 살인사건을 많이 접하지만 머리를 자른 시체를 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역모사건에 연루되면 참수형이나 거열형을 집행하기 때문에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장희재가 포도부장이 되었을 때는 그런 사형을 집행한 일이 없었다.
“머리를 가져간 것인가?”
신여철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현상운에게 물었다.
“나무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음모의 소용돌이 중에서
숙종은 궁녀의 뒤로 부엌을 들여다보았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던 듯했다.
“음식을 만들고 있었느냐?”
“예.”
“과인이 시장하구나. 네가 만든 것을 좀 주려느냐?”
궁녀는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황하고 난처한 기색이다. 어쩌면 장옥정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장옥정은 벌써 숙종이 승은을 내린 궁녀에게 가혹하게 매질을 했다.
“방으로 안내하라.”
“처소가 누추하여…”
“괜찮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 하지 마라.”
숙종이 내관에게 영을 내리고 마루로 올라섰다. 궁녀는 화들짝 놀라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음식을 차려 오너라.”
“황공하오나 음식은….”
“어찌 그러느냐? 음식에 독이라도 넣었느냐?”
숙종이 궁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농을 했다. 그러고 보니 궁녀의 얼굴이 낯익었다. 인현왕후의 처소에 있다가 장옥정의 처소로 옮긴 궁녀다. 7품 궁녀였는데 무수리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죄를 지어 강등 당한 것이다.
“소인이 부엌에서 만들던 음식은… 폐비 민씨의 생일 음식입니다.”
“뭐라?”
숙종이 눈을 부릅뜨고 궁녀를 쏘아보았다. 이런 망할 놈의 계집이 있나? 숙종은 눈에서 불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스름한 불빛에 비친 궁녀의 얼굴이 마음을 끌었다. 저고리 사이로 살짝 엿보이는 가슴도 풍만했다.
“내일이 민씨의 생신입니다. 소인이 모시던 주인이라… 약간의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감고당의 여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