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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8140461
· 쪽수 : 206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목차
1. 자연을 꿈꾸며
지피지기(知彼知己) 14
비빔밥의 전설 18
봄가을 봄봄 22
감자 이야기 27
문자의 시원 32
신(新) 관동별곡(關東別曲) 36
놀이 인간 46
대통령의 시간 50
애국 시민 운동사 55
독자들께 59
자연을 꿈꾸며 62
2. 시옷별
작은 새(This little bird) 68
안 갔으면 어쩔 뻔! 73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78
행복한 결말 81
진달래 강 86
청개구리 91
나는 자연인이다 96
Ann의 시간 103
추억의 음악 109
그리운 발자국 113
시옷별 118
3. 연작수필
인연 122
화양연화 124
엄마와 딸 127
미나리 130
다시 삼척 133
수고했어요 135
흐르는 강물처럼 137
슬기로운 노후 생활 141
진달래꽃 필 무렵(46주년) 143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144
고마워요, 당신 147
메멘토 모리 148
4. 운정
내 귀는 소라껍질 154
운정(雲井) 159
함께한다는 것은 163
농(欌) 174
함부르크 산타 178
북으로 가는 길(nor way) 183
행복한 숙질 189
허준박물관 193
6월의 노래 196
백년 원(願) 200
다시 봄 204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
초크베리를 수확하는 시기는 중복과 말복 사이, 연중 가장 무더운 때다. 십 년 차 농부들, 올해도 더위를 무릅쓰고 밭에서 구슬땀을 쏟는다. 초크베리는 우리나라에서 학명인 아로니아로 불린다.
덥다. 챙 넓은 모자에 수건을 쓰고, 풀쐐기에 쏘일까 봐 긴 옷에 토시까지 끼었다. 혹시 모를 긴 짐승의 출현에 대비한 두꺼운 신발을 신어서 더 덥다.
더울 때 수확하는 것만 빼면 아로니아는 나처럼 게으른 농부에겐 최적 작물이다. 개성 강한 맛이라 병충해가 거의 없다. 시고, 쓰고, 떫기까지 하니 벌레가 꼬이겠는가. 고구마나 도라지 순을 깡그리 잘라먹는 고라니도 덤비지 않는다. 냉이, 달래, 엄나무 순을 잽싸게 따가는 동네 여인도 맛이 없으니 요건 안 따간다. 더위와 추위, 가뭄도 타지 않는다. 그럴 때일수록 뿌리를 깊이 내린다고 한다. 거름을 안 줘도 잘 자란다. 자라긴 하는데 때깔은 별로다. 나무가 작았을 땐 전지 요령을 배워 체형을 잡아주기는 했다.
통제라! 나무는 굵어지고 농부는 쇠해 기구를 작동할 힘이 없다. 전지도 안 해주면서 더 무성해질까 봐 거름을 안 준다. 안 주는 대신 기대도 소박하다. 그래선지 예전만큼 열리지 않는다. 덜 미안하다. 먹을 만큼만 따오고 나머지는 거름이 되게 둔다.
인간의 손을 탄 작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낸 농부에게도 적이 있다. 잡초와 칡넝쿨과 싸우는 일이다. 초크베리는 원래 야생식물이다. 거친 환경에서 자라 이삼십여 종에 달하는 베리 중 항산화 물질이 가장 많다고 한다. 슈퍼 후드로 알려져 중세 유럽의 왕들이 만병통치약으로 먹었기에 킹스베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다. 좋다는 소문이 알려지며 너도나도 먹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심기 시작한다. 나도 심었다. 그렇더라도 물정 모르고 너무 많이 심었다. 땅 정비하고 잡초 방지용 매트 깔고 묘목 심느라 초기 비용이 꽤 든다. 심은 다음 해부터 열리기 시작했고, 해마다 점점 많이 열렸다. 수확의 기쁨과 노동의 고통이 함께 따랐다.(하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