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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0694303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0-11-2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오래된 문짝 / 어머니의 답장 / 우리는 무논에 살면서 / 글쓴바우 / 귀거래사歸去來辭 / 포로수용소 / 문상하고 오다가 / 아뿔싸, 큰일 났네 / 해인사에서 / 어머니의 텃밭 / 때죽나무꽃 / 불두화나무 / 봄, 2019 / 깜불이네 돌배나무 / 매화 / 모종을 하며 / 두릅
제2부
미루나무 / 널따란 그물 / 널따란 화분 / 백합 / 금호강 어리연꽃 / 만복주점 / 목포행 / 밀양 얼음골 / 어머니의 접시꽃 / 요세미티 밸리 / 화석 숲 / 텍사스 목화밭 / 더라면 타령 / 사막에?놓인?다리 / 나무 심은 분들을 생각함 / 각북角北 도보여행기 / 죽이 맞다
제3부
구름의 뿌리 / 다리가 있는 세 개의 풍경 / 훠어이 / 깡통밭 약사略史 / 수성못가에서 / 젖은 시 / 11월 / 아내의 시집 / 가을날 / 가을 꽃 / 연못 파기 / 섬진강 칼국수 집 / 팔공산 일엽초 / 이렇게라도 / 바위가?있는?텃밭 / 어머니가 주신 약 / 부인사 / 옛 나무들을 회상함
제4부
세한도歲寒圖 / 탱자나무 안테나 / 나목이 별에게 / 나목이 별에게 2 / 파지破紙 / 파초 가꾸기 / 배내기 / 짱구 / 짱구 2 / 그의 탈고 / 도덕산명동道德山鳴動 다람쥐 이필二匹 /
지금은 따스하고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 강가에서 / 홍도에서 / 용선대龍船臺 / 구두 한 켤레
해설 북방족제비의 꿈과 시_김상환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랜 감나무 그늘 아래 샘을 파다 보면 알게 되지
구름도 생뚱맞은 뿌리를 가졌다는 것을
그 감나무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뿌리 깊은 구름 타고 마냥 흘러가는 내가 보이지
한번은 구름 뿌리에 발목이 잡혀 몽상에 빠진 적 있었지
그때 나는 똑똑히 보았네
담금질 중인 편자, 잔디에 덮인 묘지, 거기서 부는 내 트럼펫마저
아름다운 구름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오늘 나는 뿌리가 튼튼한 구름 묘목 아홉 그루를 심었네
터무니없이 빨리 자랄 것이므로
머지않아 다시 구름을 탈 수 있을 것이네
친구 따라 강남 가기 좋아하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그 구름, 가문 보리밭 위에서 잠시 머뭇거릴 때
그동안 우리가 마셔 대던 맥주를 소나기로 흠뻑 갚아 주면
보리는 무럭무럭 자라겠네
자라서 그 또한 든든한 구름의 뿌리가 되겠네
―「구름의 뿌리」
달랑게처럼 세 식구 달랑 살던
초가 허물고 양옥 지을 때
썩은새*, 서까래, 기둥, 문짝들 쌓아 놓고 불태우다가
섭섭해서 문짝 하나만은 남겨 두었네
문고리 잡으면 손이 쩍쩍 얼어붙던 시절, 아랫목 눌은 장판 위엔 익어 가던 술 단지, 윗목엔 앉은뱅이책상, 등잔, 재봉틀, 콩나물시루, 휘어진 시렁에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들과 함께 문풍지 떠는 소리 듣던 방, 머리를 수그려 문 열고 나오면 시리게 다가오던 하늘, 별들은 또 얼마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반겨 주었던가!
그 문짝 바람벽에 걸어 놓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네
부러진 문살은 무명실로 동여맨 곳이 여럿
문고리는 녹슬었지만 마음은 날마다 들락거리네
저 문 열면 닿지 않는 길 없네
엄마 손 잡고 외갓집 가던 강둑길부터
달걀귀신 나오던 모퉁이, 호젓했던 사춘기 적 꽃길
아버지와 함께 지게 지고 다니던 산길
내가 마지막으로 가야 할 그 쓸쓸한 길까지도……
오늘은 새벽부터 문짝이 환하다
먼 길 떠난 봄바람이 돌아오나 보다
―「오래된 문짝」
옛집 담 너머에도 피던 꽃
청도 남산을 오르는 오솔길에서
내 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네
벚꽃 목련 할 것 없이 질 때는 모두
제 모습 잃고 분분히 흩어지고 마는데
그래서 내겐 아픈 추억이 더 많은데
때죽나무꽃은 땅에 떨어져서도
환하게 빛나는 별이 되어 있었네
지난날 그 숱하던 밤하늘의 별들이
여기 키 큰 때죽나무 그늘 아래
다 떨어진 것만 같았네
져서도 저렇게 환할 수 있다면
나도 모든 것을 놓고 지고 싶었네
그대의 쓸쓸한 길에 슬프지 않은
별이 되어 환하게 수놓고 싶었네
―「때죽나무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