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뾰로통 삐지네

시인의 말 5

제1부 그녀 어리광
바보 인간 11 / 섭섭 12 / 그녀 어리광 14 / 이쁜 짓 16 / 거미 18 / 기막힌 삶 20 / 평화주의자 22 / 행복 전도사 24 / 그 아가씨 26 / 환생 28 / 삼십 분 인생 30 / 코로나19의 간청 32

제2부 시
요상한 세상 37 / 시 38 / 할미꽃 40 / ㄱ자 인생 42 / 늙은이 놀이 44 / 인생길 46 / 홀로 먼 산 바라보네 48 / 에라 50 / 무념 52 / 인생 54 / 저승 56 / 나비 58

제3부 넌 누구냐
불로 막걸리 63 / 넌 누구냐 64 / 하늘 주막 66 / 돈키호테 68 / 누룩 70 / 막걸리 찬가 72 / 삼강 주막 74 / 보름달 76 / 막걸리 정치 78 / 메밀 막걸리 80 / 덕산 막걸리 82 / 이화주 83

제4부 어느 노부부의 사랑
부부 87 / 옛 추억 88 / 맹추 아이가 89 / 달빛 사랑 90 / 고향 생각 92 / 학교 가던 날 94 / 사모곡 96 / 어느 노부부의 사랑 98 / 축하 방송 100 / 멈추게 하소서 102 / 아름다운 것들 104 / 옹알이 106

제5부 반곡지
반곡지 109 / 외사촌 간 110 / 현대판 111 / 욕망 112 / 즐거운 사기 114 / 바보 116 / 신오적 118 / 카페 아메리카노 120 / 학생 견공 신위 122 / 겨울 커피 124 / 꽃나무 126 / 퇴원하며 128

해설
사실과 상상의 세계 133

뽀송뽀송 노란 꽃 머리 이고
고두밥 손잡고 술 빚으려 가는
누룩곰팡이
이보다 더 아리따운 뒤태 있으리오

술 익는 향기 못 기다려
독 뚜껑 열고 코로 맡으며
인간들 불콰한 얼굴 환해지네

얼씨구 좋구나, 절씨구 좋구나
어깨춤 절로 절로 흥에 겨워

발아래 한세상
무엇이 부러우리

저들끼리 마시고 대취해
노랫소리 밤하늘 찔러대면서
고맙다, 말 한마디 없네

아서라, 누룩아
섭섭해도 어쩌리

사랑이 익고 인생이 익어
한세상 미쳐 돌아가는 건
오직, 그대의 공이라네
---「섭섭」 전문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지 마라

미생물과 반평생
티격태격 다투었네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워
그녀에게 헤어날 수가 없지

잠시만 자리 비워도
어디 가느냐고 뽀로통 삐지네

꽃처럼 피어나는 미소
예쁜 그녀 어리광에 손을 잡네

함께한 반백 년
그녀도 이제 허리 굽었네

그녀와 나 다정히 늙어 가는 모습
함박꽃처럼 환하네
---「그녀 어리광」 전문

꺾어지고 굽어지니

안 보이던 제비꽃 보이고

할배 지팡이 굽은 할매 허리

걸어가는 쌍기역이 되고

ㄱ자 서로 손잡으니

늙은 입구자口字 닮아

손자 손녀 품어 주고

꺾어지고 굽어지니

뒷산 무덤에 걸린

하얀 낮달이 다 보이고

그렇게 ㄱ자 넷 모여

만卍자 이루니

저승 갈 때 서로서로

위로하며 건너라는

부처님 말씀이지
---「ㄱ자 인생」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