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은 딥스

딥스는 교실의 맨 가장자리를 기어다니지 않으면 책상 밑이나 피아노 뒤에 숨어서 오랫동안 책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딥스의 행동에는 선생님들이 어떻다고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점이 없었다. 그의 행동은 고르지 못했다. 어떤 때는 아주 정신장애아처럼 보였다. 또 어떤 때는 일을 아주 조용히 그리고 빨리 처리하는 것이 지능이 꾀 높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곤 했다. 자기 혼자서 무슨 일을 하다가도 누가 쳐다보는 것을 눈치채면, 그 아이는 재빨리 마치 달팽이가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 가듯이 움츠려 들어갔다. 그 아이는 교실의 가장자리를 기어다니거나, 책상 밑에 숨겨나, 책상을 앞뒤로 흔들거나, 한쪽 손을 지근지근 씹거나, 엄지손가락을 빨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선생님이나 아이들이 딥스에게 무슨 일을 하게 하려고 애쓰다가 지칠 때쯤 되면 마루에 드러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딥스는 외로운 아이였다. 그에게 이 세계는 차디차고 불친절한 것처럼 느껴졌음에 틀림없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