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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2181047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어느 늙디늙은 남자의 죽음 Death of an Old Old Man
아프리카 이야기 An African Story
마담 로제트 Madame Rosette
카티나 Katina
어제는 아름다웠네 Yesterday was Beautiful
그들은 늙지 않으리 They Shall Not Grow Old
개 조심 Beware of the Dog
오직 이뿐 Only This
당신 같은 사람 Someone Like You
옮기고 나서
리뷰
책속에서
아테네 전투는 고작 열다섯 대의 허리케인이 백오십 대에서 이백 대에 이르는 독일군 폭격기와 전투기를 상대로 반시간 동안 투쟁한 길고 멋진 난투극이었다. 독일군 폭격기들은 이른 오후에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날은 아름다운 봄날이었고, 처음으로 햇살에서 진정한 여름 온기가 느껴지던 날이었다. 여기저기 성긴 구름이 몇 조각 떠 있을 뿐 하늘은 새파랬고, 그 파란빛을 배경으로 산들이 새까맣고 선명하게 도드라져 보였다. 이제 펜텔리콘 산은 구름 속에 머리를 묻고 있지 않았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모든 행동이 부질없음을 말하면서, 준엄하고 무서운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간들은 어리석고 죽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 반면, 산과 강은 영원히 지속되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않았다. 펜텔리콘 산만 하더라도 아주 오래전 테르모필레 산길을 내려다보면서, 한줌밖에 안 되는 스파르타 병사들이 침략자들로부터 이곳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한 명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싸우던 광경을 지켜보지 않았던가? 또한 페르시아 병사들이 마라톤 평원에서 레오니다스 왕에게 난도질당하던 장면도 보지 않았던가? 살라미스 섬과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테미스토클레스가 이끄는 아테네 병사들이 이곳 연안에서 적을 몰아내던 광경, 적의 배를 이백 척 넘게 쳐부수던 광경을 지켜보지 않았던가?
펜텔리콘 산은 지금까지 이 모든 광경들과 수많은 다른 광경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제, 가소롭기 그지없는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의 얼굴에는 거의 경멸어린 표정마저 드러났으며, 나는 잠시나마 신들의 웃음소리를 들은 듯했다.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숫자가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 결국에는 지고 말리란 것을. - '카티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