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소

1 이분법의 삶
오후의 산책
삶의 의미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소
봄바람에게
김영갑 갤러리 일화
내 식탁 위에
식성
새벽에
이분법의 삶
사랑은 짧고 이별은 길어
빈 뜰에 그림자 하나
풍류가인은 어딜 가고

2 어느 날의 심사
백주의 가로등
울지 않고 사는 법
오일장날 풍경
미로 속에 갇힌 염치
혼자 있다고 고독한 건 아니지
너 때문에 마신 천 잔의 커피
어느 날의 심사
리틀 라이온

3 네 말이 맞다
네 앞에 나를 도열시키지마
자조
혼돈
이별 실은 열차를 타고
빨강꽃엔 빨강 설법 노랑꽃엔 노랑설법
하긴 그래
허상의 표면
네 말이 맞다

4 밀감꽃 향기
미당 시문학관에서
밀감꽃 향기
너무 좋은 봄볕인데
인사동 찻집에서
매창묘 앞에 앉아
풍요삼선에서 만난 여인
오월에 남긴 이별
눈길을 걸을 때면
두 포기의 히아신스

5 성산포 포구에서
맥문동을 심어놓고
청령포 빈 나루에
그리움
지천명에 피는 꽃
틈틈이 구름에게 물어보는 말
어치를 기다리며
찔레꽃이 피었다는 말
그래서 그랬습니다
성산포 포구에서
서울역에서

6 수선화를 보며
상현달이 지던 관음사 명부전의 밤
나 이제 그만 그리워해도 되겠니
구품연지에 핀 연꽃을 보며
수선화를 보며
달맞이꽃은 진다해도
잊은 듯이 사는 일도 삶일 거야
달맞이꽃을 심어녾고

7 카페에 앉아
턱 밑에서 쏟아지는 행복
카페에 앉아
빈 조개
낙엽을 보며
이 사람아, 이 사람아
잡사

해설 : 시적 아이러니와 그 무엇에 대한 그리움 - 김용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