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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3451095
· 쪽수 : 105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빗소리 베고 잠든 날 허다했지요
장다리꽃
까치집
결빙의 시간
수면과 불면 사이
벙어리 피아노
바람의 가출
개망초
꽃 몸살
그믐
산정 저수지
모서리는 서럽다
가파도
제2부
뿌리도 없는 것들이 어찌 천 년을 사는지
와온해변
바람의 유령처럼 당신은 늘 떠나려 한다
바람의 변주
꽃등
게발선인장
편의점 앞 꽃다발자판기
등
혓바늘
연애의 종점
벚꽃, 스캔들
내레이션
늦봄, 봉정사
제3부
빈집에 풀씨 날아와 속절없이 번지고
신천지의 봄
내부 수리 중
스토커
비의 악기
노을 지게
빈집에 풀씨 날아와 속절없이 번지고
헛제삿밥
춤추는 섬
넝쿨손 부부
거름 손
빨래
독거
제4부
북방의 장미를 아시나요
살구의 시간
기억의 서랍
국수
뜬 눈
오월의 그늘
김치 담그는 여자
그 여름의 허기
생인손
펄펄 끓는 가마솥 속으로 슬픈 눈발 뛰어내리고
소나기 밥
눈 오는 날에는 황태국을 끓이고 싶다
북방의 장미
해설 시와 사랑의 변주, 그 울림의 미학 | 장하빈
저자소개
책속에서
장다리꽃
어둑한 다용도실 안에 무꽃이 올라왔다
깊은 어둠 속에서 싹을 틔우는
야생 기질은
흰나비 노랑나비 불러들이지 않아도
비밀연애 탄로 난 게 아닐까
검정비닐 속 캄캄한 시간 빠져나와
맹랑하게 핀,
본성은 명랑 쾌활일 수도 있겠다
오늘도 주둥이 꽁꽁 묶인 어두운 골방 안에서
줄기 쑥쑥 올라와 핀 장다리처럼
꽃대를 밀어 올리는 나의 시
한 줄기 빛조차 스미지 않는 보꾹 낮은 방
허공중에 매달려
싱싱한 남새로의 환생을 꿈꾸는
까치집
쪽창 너머 졸참나무 한 그루
명상에 잠긴 듯 함박눈 맞고 있다
빈 둥지처럼 정 붙일 곳 없는 한설의 시간
북풍에 무심히 흔들리는 저 나무와 내통하는가
사락 사르락
고독이 하는 말을 들으면 돼*
하얀 침묵 수북이 쌓이는 북향집
거친 바람소리에 밤새 귀가 가렵다
새들은 가을 건너 어디로 갔는지
졸참나무 우듬지 간당대는 떨림으로
물음표처럼 매달려 있다
*말라르메가 발레르에게 한 말.
결빙의 시간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눅눅한 벽지에다 일기를 써요
전화기가 온종일 귀찮게 보채거나 울리지 않아요
어떤 날 귀 파다 콧구멍 후비다 집을 나서
개미행렬 끝까지 따라가도 바람조차 다가오지않아요
개울 건너 늘 비어있는 정자 이름 지어볼까
풍류정 독거정 휴휴정 심심정 미운정 고운정 깊은정……
한나절 내내 말 걸어오지 않는 부재중 당신
오늘 밤 당신의 위로가필요해!
문자 보내도 묵묵부답,
불면은 습기를 머금고 청승은 독버섯처럼 자라요
빗소리 베고 잠든 날 허다했지요
그물코 꿰듯 홀로 지샌다고 아침이 오지 않는 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