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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899552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1-11-09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소라와 소유
마음 분리수거
욕하고 싶은 날
마라탕은 대체로 옳다
마무리는 아이스크림
감정 보관함
돌다리도 한번 두들겨 보고
치마허리 고치기
교실 에피소드 1
미꾸라지처럼 매끈매끈
감정 관리를 위한 팁
수업에는 진심인 편
교실 에피소드 2
감정 보관함을 빌려 드립니다
생일 파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슬슬 시동을 걸었다. 성경이의 하소연에 공감해 주었으니 다음은 내 차례였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태블릿 컴퓨터로 앱을 틀어 놓고 상대의 모습을 감시해 주며 공부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때로는 감정 품앗이도 한다. 서로의 고충을 들어주고 뒷담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미친 듯이 욕을 하며 감정을 푼다.
욕…… 욕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쌍욕은 아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식으로 분리수거만 해도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어쩌다 보니 오늘은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렇다. 성경이는 내게 감정 해소용 친구도 된다. 내 편이 되어 주고 믿어 주니 성경이랑 수다를 떨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살맛이 난다. 내게는 ‘내 마음 받아 주는 회룡포’가 바로 성경이다.
─ <마음 분리수거> 중에서
‘성경이는 이런 나를 용서할까.’
그것이 그 순간 든 생각이었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용서받아야 할 처지도 아닌데 왜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이해가 안 되다가도 소유를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비굴하고 비겁하고 구질구질하고 지질한 애.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면 자존심이며 자존감 따위는 못 쓰는 물건처럼 내팽개칠 수 있는 애. 대학에 가면 더러운 이 기분이 보상될까. 그때는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취직해야 하니까 참아야 한다며 또 미련을 떠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자발적으로! 나중에 회사원이 되면? 그때는 당당할 수 있어? 꼰대 상사가 해고해 버리겠다며 설칠 때 거기에 맞설 수 있느냐고? 결국 나는 평생 이렇게 지질한 모습으로 살다 죽을 것 같다. ─ <욕하고 싶은 날> 중에서
윤호네 집에 도착했다.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가지는 않고 길에 서서 기다렸더니 윤호가 중간 크기의 상자 하나를 들고나왔다.
“내가 사용하던 건데 무척 도움이 되더라.”
“이게 뭔데?”
“일종의 감정 보관함이야.”
그러면서 상자를 나에게 안겼다. 내게 일어나는 감정을 쪽지나 A4용지에 적어 여기에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저금통처럼 생겼는데 돈이 아니라 쪽지를 넣으라고?’
얼결에 받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이물스러웠다. 감정이 아니라 귀신이 보관되어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감정을 보관한다는 거야, 여기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조금만 지나면 이 상자의 가치를 알게 될 거야. 이게 없었다면 내가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나도 몰라. 큰 사고는 아니겠지만 중간 크기의 사고 하나는 치고도 남았을걸.”
─ <감정 보관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