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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어린이를 위한 고전
· ISBN : 9788984017184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2-05-31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구월산 구경 / 2. 대동강을 판 김 선달
3.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니 / 4. 꿩 먹고 알 먹고
5. 배꼽이 둘인 처녀 / 6. 똥 싸고 돈 벌고
7. 이게 무엇인고 / 8. 김 선달의 복수
9. 복수를 위한 생일잔치 / 10. 양반을 골탕 먹이고
11. 똥 세례를 받은 김 선달 / 12. ‘봉이’라는 별호의 내력
13. 삼각산 도사
저자소개
책속에서
때는 봄. 세상 사람 모두가 근심걱정 없이 잘 사는 좋은 시절 봄이다. 그렇듯 나라의 웃어른인 상감마마를 비롯해 그 아래 모든 문관과 무관, 또 그 밑으로는 수많은 백성들이 한결같이 온갖 시름(시름: 마음에 걸려 풀리지 않고 늘 남아 있는 근심과 걱정.)을 잊고 사는 춘삼월이었다.
평양성(平壤城) 선교리에 있는 허름한 초가집. 울타리는 다 쓰러져 가서 집 안이 훤하게 다 들여다보이고 사립문(사립門: 나뭇가지를 엮어서 만든 문짝인 사립짝을 달아서 만든 문.)은 있으나 마나다. 이 집은 아무리 보아도 주변머리 없는 선비 집이 아니면 게으른 시골사람 집이 분명하다.
귀하고 천한 것을 가리지 않고 따스한 은총을 골고루 뿌려주는 봄빛. 허름한 집 쓰러져 가는 울타리 가장자리 살구나무에도 분홍빛 살구꽃이 피어났다.
“붕붕 부웅붕…….”
꿀벌들 날갯짓 소리가 봄날을 더욱 한가롭게 했다. 배를 쭉 깔고 누어있던 게으른 개가 낯선 나그네를 보았는지,
“멍멍 멍멍멍…….”
짖는 소리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봄 낮을 뒤흔들었다.
“허흠!”
허름한 집 남쪽으로 난 방문 앞마루에서 팔베개를 베고 누워 있던 사나이가 스르르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눈을 감았다 떴다 연신(연신: 잇따라 자꾸.) 선하품을 했다.
“멍멍멍…….”
사르르 눈을 감고 있던 사나이는 개 짖는 소리에 잠이 달아나,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번쩍 떴다.
“저놈의 개새끼가 어째 저렇게 짖어대는 거야. 오는 여름 복날에 보신탕 해먹을까 보다.”
사나이는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중얼거리다가 뜰 앞에 있는 살구나무를 쳐다보았다.
“붕붕 부웅붕…….”
꿀벌들 날갯짓 소리가 한가로웠다.
“휴우…….”
살구꽃송이를 쳐다보던 사나이 입에서 엷은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좋기는 좋은 시절 봄, 봄인데…….”
사나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말 봄은 봄이로구나.”
사나이 마음은 가볍게 설레었다. 봄이라는 계절이 사나이 마음을 설레게 해 가만 있지 못하게 했다.
“흠, 봄빛에 꽃이 활짝 피었겠다. 나도 저 꽃이 지기 전에 어디든 봄을 따라 훌쩍 다녀와야겠구나.”
이 사나이가 바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봉이 김 선달(鳳伊 金先達)이다.
봄이면 산과 들에 피어나는 꽃향기에 취해 정해진 곳 없이 방랑길을 나서는 김 선달[선달(先達): 문무과에 급제하고 아직 벼슬하지 않은 사람. 조선 중기 이후에는 주로 무과에 급제하고 벼슬을 받지 못한 사람만을 가리켰다.]이요, 여름이면 우거진 나무의 푸르름을 즐기고, 가을이면 이 산 저 산에 소리 없이 떨어지는 단풍잎 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무상함[무상함(無常함): 무상하다: 덧없다, 허무하다. 모든 것이 덧없다.]을 달래는 방랑객[방랑객(放浪客): 방랑자(放浪者).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 아닌가. 또 겨울이면 눈 속에 싸인 낯선 주막에 막걸리 한 잔이 그리워 방랑길에 오르곤 하는 이가 바로 봉이 김 선달이다. 그런데 이 봄에 어찌 쓰러져가는 집 안에서 시름없이 가는 봄날을 그냥 보낼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막상 집을 떠나려고 마음먹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 '구월산 구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