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84017870
· 쪽수 : 8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잔치
내가 왕이야!
거짓말
바람의 냄새
다시 만난 엉덩이점
새봄왕은 너야!
책속에서
잔치
산벚꽃 잎이 폴폴 날리는 봄날입니다. 단산 골짜기 벚나무 아래서 고양이들의 새봄왕 잔치가 한창입니다.
잔칫상 한가운데는 올해 새봄왕이 된 왼발치기가 의젓하게 앉아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갓 잡은 신선한 먹이를 왼발치기 앞에 바쳤습니다. 따뜻한 봄 햇살도 축하를 하는지 왼발치기의 검회색 털을 반짝반짝 비추어 주었습니다.
“축하한다, 왼발치기! 참으로 기특하고 장하다. 고속도로에 버려졌던 네가 꿋꿋하게 산으로 올라와 이렇게 늠름하게 자랐구나.”
이 단산골에서 가장 오래 산 잘린 꼬리 할아버지도 한마디 했습니다.
온몸이 노란 털인 할아버지는 꼬리가 반쪽이 잘려 나갔습니다. 그래서 잘린 꼬리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랬습니다. 이 단산 골짜기는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원래 산에서 살던 고양이도 있고 사람들에게 버려져 산으로 올라온 고양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터 싸움을 해서 큰 상처를 입고 소란스러웠지만 새봄왕을 뽑고부터는 질서도 잡히고 싸우는 일도 없었습니다.
단산골 고양이들은 삼 년에 한 번 한 살이 된 수컷 중에서 가장 용맹한 고양이를 왕으로 뽑았습니다. 올해는 체격도 좋고 힘도 좋은 왼발치기가 왕이 되었습니다. 모든 고양이가 주로 오른발을 잘 사용하는데 왼발치기는 유난히 왼발도 잘 사용했습니다. 날아다니는 곤충도 펄쩍 점프를 해서 왼발로 낚아채곤 했습니다.
“축하해, 왼발치기.”
고양이들은 왼발치기와 축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엉덩이점이 안 보이는구나.”
잘린 꼬리 할아버지가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어? 정말이네. 왕 겨루기에서 졌으니 왕에게 예를 갖춰야 하는 건데.”
다른 고양이들도 웅성거렸습니다.
그러자 왼발치기가 서둘러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엉덩이점은 왕 겨루기에 져서 지금 많이 속상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해를 해주셔야 합니다. 며칠이 지나면 나타나겠지요.”
“에이, 비겁하다. 졌으면 정정당당하게 졌다고 하지 왜 숨어.”
“엉덩이점에게 실망이야. 욕심도 없고 샘도 없는 줄 알았는데.”
고양이들이 소곤거렸습니다.
잘린 꼬리 할아버지와 막 한 살이 된 암컷 다래만이 아무 말 없이 왼발치기를 바라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저 멀리 달빛 계곡을 돌아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음, 엉덩이점이 저 계곡으로 간 뒤 보이지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