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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2487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07-11-30
책 소개
목차
7번 국도
마라토너의 흡연
아름다운 날들
족제비 재판
정력가
돼지
손톱
해설 / 강유정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채는 마라톤 선수가 갖춰야 할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회사 동료들이나 채와 클럽에서 마라톤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평가는 대체로 이랬다. 채는 우선 새가슴이다. 사내로서 이 새가슴은 상당히 꼴 보기 싫다. 그러나 마라토너에게 우람하고 떡 벌어진 가슴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게다가 채는 보기 흉할 만큼 왜소하다. 황영조 선수보다 더 왜소하고, 황영조 선수만큼 새가슴이다. 칼로 가슴을 열고 자를 대고 재보지는 않았지만 심장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채에게는 마라톤 선수에게 꼭 필요한 인내심이 있었다. 채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새가슴에 별 볼품없는 키와 얼굴, 별 쓸 것도 없는 얇은 월급봉투를 갖고 들어가는 남자지만 절세미인을 아내로 얻었던 것은 순전히 인내심 덕분이었다. 그는 절세미인인 아내를 얻기 위해 기다리고 기다리기를 거듭했다. 채는 아내가 될 여자를 이 회사에 입사하던 그해에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때부터 기다렸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두 번이나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고 두 번이나 이혼하고, 애도의 기간을 가지고, 그리고 세 번째 남자와 동거하고 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여자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막다른 골목에서 기다렸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여자가 안길 곳은 채의 새가슴뿐이었다. 자그마치 십삼 년이었다. 그것은 인내심이었다.
- '마라토너의 흡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