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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야기/건축가
· ISBN : 9788985127370
· 쪽수 : 215쪽
책 소개
목차
에세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만든 것들 _ 조병수 5
경험과 인식 _ 조병수 137
사과 상자에 대한 생각 _ 조병수 209
프로젝트
평창동 ‘ㅡ’자 스튜디오 주택 17
어유지동산마을 33
옆집을 바라보는 ‘ㄷ’자 양철지붕집 49
카메라타 황인용 음악 스튜디오·갤러리·주택 65
‘ㅁ’자 집 81
땅 집 : 윤동주의 하늘과 땅과 별을 기리는 집 97
세 상자집 113
아름솔유치원 141
감성마을 이외수 주택 및 집필실 157
사간갤러리 173
한일시멘트 방문센터/게스트하우스 189
트윈 트리 프로젝트 195
키스와이어 도쿄 오피스 201
아트 오브젝트
광주비엔날레 ‘住’전시 _ 글로벌, ‘하나의 지구, 하나의 태양’ 133
라이트 스터디 9
비평
건축가 - 발명가인가, 수행자인가? _ 김봉렬 129
조병수: 사이의 공간 _ 로버트 아이비 205
대담
의도하지 않은 불완전함, 한국적 감수성을 담다 _ 조병수 × 캐서린 하비스트 11
연표 214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가 지나칠 정도로 재료의 물성과 잠재력에 탐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와이어의 새로운 표현에 몰입하고 있지만, 대개 조병수가 선택해서 사용한 재료들은 콘크리트, 합판, 철판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이 친숙한 재료들을 익숙지 않은 방법으로 처리함으로써 새로운 체험들을 가능케 한다. 익숙지 않은 방법은 특유의 디테일을 통해 드러난다. 이질적 재료들을 맞대 병치하기 위해서 숨어 있는 복잡한 디테일들이 필요하게 된다. 얼핏 보면 그의 건축들은 디테일이 없는, 그래서 거칠고 약간은 투박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의도된 모자람으로 고도의 정교함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그가 좋아하는 노자는 “큰 기교는 어찌 보면 서툴러 보인다(大巧若拙)”고 했다. 조병수 건축의 대교약졸은 반복과 차이를 통해 완숙의 경지에 달했다. 최근 준공한 수곡리의 땅집은 지상으로 노출된 어떤 구조물도 없다. 땅속에 파묻힌 마당과 계단만 있을 뿐이다. 머리를 부딪칠 정도로 낮은 출입구, 몸통을 움츠리고 내려가야 하는 좁은 계단 폭, 도배마저도 거부한 방 안의 벽과 바닥…. 이 촌스럽고 서툰 건축을 위해 땅속에 목조 구조 틀을 묻어야 했고, 두텁고 복잡한 거푸집을 여러 차례 변경해야 했다.
- 본문 131쪽(비평│김봉렬, “원초적 감성을 담은 원형” 일부분)
나는 오랫동안 땅 속에 박힌 사과상자와 같은 본질적 건축을 꿈꿔왔다.
그저 편평한 광야의 땅 속에 박혀 있는 사각 나무상자, 그 크기가 약간 길어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 있으면 나도 그 안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를 만나 얼어붙을 듯 초롱초롱한 밤하늘의 별과 더불어 많은 침묵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날씨가 흐려 안개 낀 밤공기라도 좋겠다.
(중략)
이렇게 땅 속에 박힌 사각 상자는 형태는 없고 공간만 존재한다.
그 공간은 땅과 하늘을 잇는, 땅과 자연을 잇는 장소가 된다.
즉, 땅의 한 부분을 비운 채 void로 자연 등 주변과의 관계를 설정해주는 장소성을 제공한다.
(중략)
이렇게 내가 상자들을 통해 주목하는 것은 만물의 상자화를 통한 세상과의 단절이 아닌ㅡ 그들을 틀로 한 “우리에 대한 설정”인 것이다. 따라서 내가 만든 사각 상자들은 서로 묶이고, 엮이고, 또 때론 변형되어 있다.
(중략)
나는 사과상자의 텅 빈 공간에서 그 순수성과 절제에 감동받는다. 그리고 나는 그 효용성 및 경제적 가치에도 주목한다. 그 사과상자 자체만큼 나는 또 사과상자 판자 사이로 스며들어 파장하는 빛과 바람을 좋아한다. 또 그렇게 나는 사과상자가 나와 삼라만상을 단절시키는 것으로써가 아닌 ‘우리에 대한 설정’의 기회로 작용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설정의 기회를 통해 나는 나 속에 있는, 우리 속에 있는 진동과 삼라만상을 발언하고 싶다.
카메라타 황인용 음악스튜디오/갤러리/주택, 조병수, 사진_김종오
- 본문 209쪽(에세이│조병수, “사과 상자에 대한 생각” 일부분)
ㅁ자집, 조병수, 사진_김종오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문화를 접하는 것은 내 사고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 샌드위치를 함께 먹는 것, 서로를 바라보는 것, 나는 이런 것들이 우리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것들은 우리 삶에서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 본문 15쪽(대담│조병수×캐서린 허브스트, “의도하지 않은 불완전함, 한국적 감수성을 담다” 일부분)
조병수는 수행자의 길을 가는 대표적인 건축가다. 과거 전통적 의미의 건축가는 대개 수행자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태도가 되었다. 급변하는 지식 체계의 발전, 전 지구적 시장 확대, 그리고 사상적 탈이데올로기라는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건축가는 늘 놀랄 만한 새로움을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 때문이다. 렘 쿨하스나 장 누벨로 대표되는 발명가적 건축의 길에 익숙한 국내 환경에서 하나의 길을 고집하고 깊이를 추구하는 조병수의 작업은 의미 있는 소수일 수밖에 없다.
- 본문 129쪽(비평│김봉렬, “원초적 감성을 담은 원형” 일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