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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8898754811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1-03-22
책 소개
목차
제1부 믿음 편 ㆍ 7
갈릴리 바다의 물빛을/박목월 ㆍ 8
진범眞犯/구 상 ㆍ 10
꽃이 피는 너에게/ 김수복 ㆍ 12
땅에다 쓴 시/ 최문자 ㆍ 14
겨울이 있는 문명국 어머니들에게/ 차옥혜 ㆍ 16
아침기도/유안진 ㆍ 18
天요일/이종섶 ㆍ 20
달동네/김정원 ㆍ 22
수산물 시장/ 박부민 ㆍ 24
그윽한 산 /김성찬 ㆍ 26
하늘살이/윤영배 ㆍ 28
은밀/함창석 ㆍ 30
제2부 소망 편 ㆍ 33
돌아와 보는 밤/윤동주 ㆍ 34
개안開眼/ 박목월 ㆍ 36
불완전/김현승 ㆍ 38
잎/최문자 ㆍ 40
겨울 메아리/ 김수복 ㆍ 42
제가누구인지 모르는 바람/ 이은봉 ㆍ 44
고비의 시간/ 안상학 ㆍ 46
은밀하게 잔인하게/김정원 ㆍ 48
낙법/권순진 ㆍ 50
내려오기/문복희 ㆍ 52
나는 허정虛靜이라는 말을 좋아해/김정숙 ㆍ 54
절벽,구절초가 다짐하다/김금희 ㆍ 56
제3부 사랑편 ㆍ 59
마법의 새/ 박두진 ㆍ 60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ㆍ 62
사랑의 말/ 김남조 ㆍ 64
가정/박목월 . 66
소나기/최문자 ㆍ 68
아픈 사랑 일수록/도종환 ㆍ 70
몸의 중심/ 정세훈 ㆍ 72
별 하나를 사랑하여/김창규 ㆍ 74
내려오기/문복희 ㆍ 76
유다의 하늘에도 달이 뜬다/ 최연숙 ㆍ 78
섣달그믐밤의 풍경/ 최천호 ㆍ 80
가슴 추운 날의 기도/ 유영배 ㆍ 82
수록 시인 소개(가나다 순) ㆍ 84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1부 믿음 편
갈릴리 바다의 물빛을
박목월
갈릴리 바다의 물빛을
나는 본 일이 없지만
어머니 눈동자에
넘치는 바다.
땅에 글씨를 쓰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나는 본 일이 없지만
믿음으로써
하얗게 마르신 어머니.
원광(圓光)은
천사가 쓰는 것이지만
어머니 뒷모습에
서리는 광채.
아들의 눈에만 선연하게 보이는.
Faith Essay_ 박목월 시편들 중에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과 섭리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어머니다. 시인의 어머니는 한국 선교초기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 어머니의 눈동자 속에서 갈릴리 바다를 보고, 어머니 뒷모습에서 광채를 보는 서정적 자아에게 어머니는 창조주 하나님께 이르게 하는 대속자이자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메타포로서 표현하고 있다. 신앙의 중보자인 어머니와 영적으로 인격적으로 믿음이 일체화되어 가는 것을 노래하는 것이다. 남들의 눈에는 안 보이지만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천사가 쓰는 원광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신앙적 동일성이 철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 눈동자에 넘치는 갈릴리 바다를 본다는 것은 절대자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어머니의 믿음을 자기의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믿음이 우리의 2세들에게 어떻게 비추어 지고 있을까? 모골이 송연해진다. 문득 사도 바울의 외침이 크게 들린다.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 그리고 너희가 우리를 본받은 것처럼 그와 같이 행하는 자들을 눈여겨 보라”(빌 3:17)
진범(眞犯)
구 상
날로 범죄는 늘고
흉악해 가는데
진범엔 손을 못 댄다
여기 시체가 있다
여기 흉기가 있다
여기 목격자가 있다
그리고 온 몸을 떨며 범행을 시인하는
자백이 있다
그러나 저들을 조롱하는 진범은
따로 있다
그 앞에선 모두가 무릎을 꿇고
판사(判事)랑은 쪽도 못 쓴다
저 춤추는 황금 송아지
그 번쩍대는 몸뚱아리에
새 십계판을 던질
의인은 없는가
Faith Essay_ 시인 구상은 해방직후 등단한 이래 줄곧 기독교세계관을 바탕으로 60년 시를 써왔다. 때로는 그의 시는 신앙인의 정서를 헤아리기도 하다가 세속적으로 타락하는 모습에 비판을 가하는 철저한 기독교 영성을 추구하는 시인이었다. 작품 「진범(眞犯)」은 현대사회의 죄와 악을 고발하며 그 원흉은 다름 아닌 맘몬에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정치인도, 기업인도, 법관도, 심지어 종교인까지 황금송아지(물질)앞에 무릎을 꿇는 공범의 모습이 있다. 이 작품을 썼을 당시와 지금은 반 백 년이 훨씬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약한 자들의 범행은 고발하면서 강한 자들은 돈의 권력 아래 숨어 있다. 최근 기독교 일부가 정치에 매몰되고 매관매직의 부정이 밝혀져도 맘몬의 힘으로 진범을 가리는 모순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 자신의 신앙의 목적은 무엇인가 질문하게 된다. 기복(祈福)이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그 기복이 어디를 향하는 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오직 자신의 부요, 출세, 명예, 권력을 위한 기도의 행위라면 그것은 곧 황금송아지를 여호와 하나님이라고 믿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우리의 신앙 안에 침투한 가짜 신(神), 가짜 신념(信念)의 우상 앞에 모세의 심정으로 돌판을 던져야 할 때는 아닌가 돌아보게 되는 시편이다. 일찍이 성경은 인간의 물신숭배를 경고한 바 있다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 십계명을 받으러 시내산에 올라 간 사이 “아론이 그들의 손에서 금 고리를 받아 부어서 조각칼로 새겨 송아지 형상을 만드니 그들이 말하되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 하는지라”(출32:4) 이어 모세가 “진에 가까이 이르러 그 송아지와 그 춤추는 것들을 보고 크게 노하여 손에서 그 판들을 산 아래로 던져 깨뜨리니라. 모세가 그들이 만든 송아지를 가져다가 불살라 부수어 가루를 만들어 물에 뿌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마시게 하”(출32:10~11)는 진정한 의인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돌아보게 되는 시다.
꽃이 피는 너에게
김수복
사랑의 시체가 말했다
가장 잘 자란 나무 밑에는
가장 잘 썩은 시체가 누워 있다고
가장 큰 사랑의 눈에는
가장 깊은 슬픔의 눈동자가 있다고
Faith Essay_ ‘꽃으로 피는 나무 밑에는 가장 슬픈 눈동자가 있다’는 시인의 상상력은 죽음으로 상징되는 절망과 희생과 상처의 내적 자양분을 통해 사랑의 대상을 꽃으로 피워내고 있는 시다. 잘 자란 무성한 나무 밑에는 근원적인 슬픔과 희생이라는 사랑의 시체가 있다는 것을 발견케 해주는 이 시의 힘은 기독교의 아가페적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노래는 아름다운 슬픔을 지니게 된다. 시인은 화려한 생애에 가려진 소멸에 대한 헌사(獻詞)를 통해 숭고한 사랑의 내면과 외적 표현이 마치 저녁노을에 비친 꽃처럼 아름답게 피워내고 있다. 슬픔이 묻어 있지 않는 사랑은 덜 익은 사랑일지 모른다. 깊이 배인 그리움이 있어야 사랑이 사랑으로서 향기가 나는 법이다. 마치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로 읽히기도 한다. 우리의 신앙도 사랑의 예수를 깊이 사랑하지 않고서 감히 세상에 사랑을 노래할 수 있으랴. 주님은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이렇게 고백하셨다.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요 10: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