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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88987548425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4-10-15
책 소개
목차
제1부 하늘 농부
작품 ‘공간 배열’ • 13
여섯 개의 유리컵 • 15
생명의 ‘빛’ • 17
시간에서 영원으로 • 20
하늘 농부 • 25
한나와 요나, 그리고 욥 • 29
새해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 33
빈자의 복 • 37
3월의 에스더 • 41
수상쩍은 적군파 • 45
가을의 詩 • 49
수장절 단상 • 53
소래포구 • 56
업둥이 인생 • 61
제2부 막힌 출구
중생, 그 ‘막힌 출구’ • 67
‘나메리카와’의 신기루 • 71
다섯 개의 「봉안터널」 • 75
귀향 • 79
해변에 • 83
‘호렙 산’ 언약 • 83
그 이름 ‘바요나 시몬’ • 85
침묵하는 별 • 89
낙타와 바늘귀 • 91
‘바알세불’과 집파리 현상 • 95
마천루의 환영 • 99
동짓날 팥죽 한 사발 • 103
자정의 송구영신 • 107
떡두꺼비 • 111
마지막 잎새 • 115
제3부 비아 돌로로사
Via Dolorosa • 119
가시면류관 • 121
‘아사셀’을 위한 염소 • 123
어린양과 아사셀 염소 • 126
남은 자 ‘7천 명’ • 129
부활절 소회 • 135
어린양의 신부 • 138
부활절 기념전 • 141
사순절과 사육제 • 144
조선의 새벽 등촉 • 147
그 이름, ‘아무개’ 사도 • 151
환향녀에게 돌팔매 • 155
애양원의 꽃송이 • 159
접동새 누이 • 163
춘삼월 진달래꽃 • 167
제4부 해골산의 케루빔
하늘 두루마리 • 173
영광의 면류관 • 175
세 개의 검 • 177
세상의 ‘平和’ • 179
‘모리아’산 삼일 길 • 183
‘제6시’의 묵상 • 187
갑질의 비수 • 188
MORNING GLORY • 191
성자의 혼인잔치 • 193
생명의 떡 • 196
‘가나’ 혼인잔치 • 201
혈루병 12년 • 205
삼위일체론 각축 • 209
시온의 딸, 예루살렘 • 212
결문 제사장적 소명으로서 예술 • 218
평설 황학만 화백의 작품을 바라보며 • 222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 평면에 같은 물체를 배열함으로써 평면과 물체간의 긴장상태가 형성되고 질서의 아름다움이 조성된다. 이 작품은 그중 하나로서 여섯 개 소품이 모여 한 작품이 되었다.
스카프가 담긴 같은 컵이라도 배경색에 따라 느낌은 다르다. 그것들을 하나로 모아 통일성을 이루는 가운데 다양한 배경의 색채가 어우러져 풍성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나열된 컵들은 시대와 환경이 다를지라도 때가 되면 사라질 인생의 메타포다.
인간이 영적존재라는 점에서 떠남이란 소멸이 아니라 흩어짐이다. 피차 상면할 일도, 그렇다고 딱히 갈 곳도 없는 처지가 종말로 귀결되는 인생이다. 그 어둠으로 떠나보내는 이들이 그 날만큼은 검정의상을 하고 비통한 회합을 한다. 그런 운명임에도 창조주께서 땅위에 은총을 베풀 듯이 창작자의 손 또한 작품마다 생명을 불어넣어 또 하나의 예술작품을 완성한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흩어짐을 앞두고 간절히 기도하셨다. “나는 아버지께 가오니, 거룩하신 아버지여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들을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17:11) 그 하나 됨이 에덴동산에서 깨졌기에, 새 아담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기도는 더욱 간절했다. (여섯 개의 유리컵 중)
‘장 프랑수와 밀레’는 꿈꾸던 예술가명성을 접고 파리를 떠난 후 평생에 ‘바르비종’ 농촌풍속화를 남겼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바르비종파派를 대표하는 화가로 명성을 얻었다. 그를 각별히 흠모하던 화가는 후기인상파의 한 축인 ‘빈센트 반 고흐’였다. 밀레는 파리를 떠나 농부들 곁에서 그림을 그렸고, 그를 흠모하던 고흐는 그가 섬기던 교회에서 파직되어 화구를 짊어지고 농촌 들녘을 헤맸다.
밀레는 ‘나오미와 두 며느리’를 연상케 하는 《이삭줍기》, ‘보아스’가 ‘룻’에게 은혜 베푸는 《추수 후의 휴식》, 일과를 마친 부부의 감사기도 《만종》, 황혼 깃든 초원의 목자 《양치기 소녀》 등, 농촌 풍경에 스며있는 하나님 은총과 성경 이야기를 중첩해서 목가적인 풍속화를 남겼다.
그의 작품 중에 《씨 뿌리는 사람》이 있다. 한낱 씨를 뿌리는 사람이었음에도 고흐는 그 농부를 모사하거나 인용한 작품을 십여 점이나 남겼다. 예술가로서 타인작품을 모사해서 자기 작품으로 남기는 예는 찾기 어려운데, 그는 무슨 까닭에 그토록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에 집착했던가.
‘씨 뿌리는 사람’은 예수께서 천국을 비유로 설파하실 때 가르치신 ‘하늘 농부’다. 예수께서는 돈에 눈먼 제자로부터 죽음에 팔리고 제자들은 모두 달아났는가 하면 백성들마저 십자가 처형에 가세함으로써 결실을 얻지 못한 하늘 농부였다. 그처럼 고흐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에서 본 것은 교회 강단에서 배척당하고 들판을 헤매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아내는 학창시절 조각가 ‘권진규’ 작업실에 몇 차례 놀러간 이야기를 종종 했다. 6·25전쟁으로 피폐했던 환경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쏟던 그 시절은 예술가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난의 시기였다. 금속이 귀했던 탓에 그의 작품은 거의가 진흙을 구은 ‘테라코타’였으나, 그중 감정이 절제되고 더할 수 없이 아름답게 빚어진《남자두상》이 있다.
그가 빚어놓은 두상의 숭고함에서 흙으로 빚은 첫 사람 ‘아담’이 연상되었는데, 머리를 밀고 재를 뒤집어쓴 ‘욥’과 오버랩 되어 떠오르곤 했다. 하루아침에 아들이 모조리 살해당한 데다 재산은 강탈당하고 불살라진 알거지 신세 욥. 그에게 찾아온 것은 전신에 돋은 악창과 집요하게 회개를 재촉하는 세 친구였다. 작품 왼쪽에 욥과 마주한 ‘공기 돌’ 셋이 그 이미지다.
왜일까? 아내 말대로 하나님을 욕하고 죽어버릴까? 오른편으로 누워도 왼편으로 돌이켜도 하나님은 찾을 수 없는 그에게 충심어린 세 친구의 고언은 악창을 찔러대는 가시바늘이었다. 참담한 지경에서 하나님을 찾던 욥의 귀에 문 듯 하나님 음성이 들렸다. “내가 땅에 기초를 놓았을 때 너는 어디에 있었나? 너의 억울한 까닭을 밝혀보겠다고 나와 대면하겠다니, 네가 대체 무언가?
죽음의 변죽에서 뒹굴던 30세, 그때 그랬다. 벼랑 끝에서 온몸을 긁어대던 욥은 흙에서 와서 바람처럼 사라질 한줌의 재였다. 풍문으로만 듣던 주를 뵈었으니, 이제는 족할까? 그래, 영광을 꿈꾸던 머리를 밀자. 재를 뒤집어쓰고 드러누워 제 얼굴에 떨어질 허공에 침을 뱉자.
고흐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에서 고달픈 자신을 보았듯이, 권진규의 《남자 두상》에서 머리를 밀고 재를 뒤집어 쓴 또 하나 아담을 보았다. 그는 흙에서 왔다가 한 줄기 바람에 살아질 재였던 것이다. 그리고는 욥처럼 읊조렸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正金같이 되어 나오리라.” (하늘 농부)
언약 백성들은 광야 시절 만나를 입에 가득 물고도 애굽에서 먹던 노예 음식을 그리워했고, 오병이어로 배불렀던 후손들은 예수를 자기들의 왕으로 삼으려 했으며, 사도들은 스승과 더불어 누릴 천하 만국의 영광을 꿈꿨다. 예수께서 고난 중에 죽고서 사흘 만에 살아나실 것을 예고하시자 베드로가 스승을 붙잡고는 가르치듯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예수께서 그에게 일갈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광야에서 유혹하던 마귀가 이번에는 사도의 혀를 타고 끈질기게 뇌까렸던 것이다.
종국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남은 힘을 다한 그 절규조차도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었다.(시21:1) 예수께서 보내신 공생애는 시험받으시던 광야의 실제로서 속죄일에 제비 뽑힌 두 염소는 공생애 시작과 그 끝의 묵시였다.
선악과 앞에서 뱀의 속살거림에 그리도 쉽게 넘어감으로써 아담의 근원이었던 땅이 덩달아 저주받은 줄 몰랐는가, 광야를 배회하다 어둠 속에 영멸할 40년 인생아. 가장 충성스럽던
사도가 ‘적그리스도’로 돌변하는 사태가 사망의 땅이었는가 하면, 또한 사도는 돈이 좋아 그리스도를 죽음에 팔아 넘겼던 그곳도 땅이었지 않은가 (아사셀을 위한 염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