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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88987648873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1-12-10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회사원에서 덤프공으로
공과대학에서 자원공학을 전공한 나의 첫 직장은 한라시멘트(주)였다. 입사 일자가 1986년 3월 1일 삼일절이었으니 그 정도로 정말 바쁜 시기였던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회사 본관 사무실 까지는 1km 남짓 되는 거리인데 마침 폭설이 내려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길을 힘들게 걸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관리자로서 광산부에서 장비과, 조쇄과 업무를 담당하였고 이후 기획실 경영혁신팀으로 보직 이동되었다.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시멘트업계 최초로 TPM을 도입했고 TPM 팀장을 역임하였다. 한라시멘트(주) 퇴사 이후 특수선박회사 공장장, 석회석 광업소 소장 역임을 끝으로 2009년에 오랜 회사 생활을 마감하였다. 회사 생활 도중 도저히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 과감하게 세 번 사표를 내었는데 두 번은 어떤 일이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또 한 번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해서였다.
나와 15톤 덤프트럭과의 특별한 만남은 다른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이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혹독했던 IMF 사태를 몸소 겪고 난 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 2002년 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름에는 큰아들의 난치병 발병으로 치료차 서울아산병원을 빈번하게 오가느라 정상적인 회사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태풍 루사와 매미가 할퀴고 간 심각한 수해로 인해 복구작업에 투입할 장비가 부족했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건설기계 매매업을 하던 고향 후배의 권유로 중고 15톤 덤프트럭을 구입하여 1년 남짓 일하게 되면서였다. 이렇게 일하며 큰아들의 병원 치료를 병행했는데 다행히 꼬박 7년의 치료 끝에 완치되었다.
2009년 스트레스가 많았던 회사 생활을 완전히 마감한 이후 2010년부터 다시 종전에 운전했던 기종인 1996년식 삼성 15톤 덤프트럭을 중고 구입하여 현재까지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이제는 제2의 직업이 된 셈이다. 늘 로망이던 시골집 정착 이전에 몸은 피곤할 수 있으나 비교적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순전히 일과 사진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자연스럽게 전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름에 석(石) 자가 있어 그러했을까. 첫 직장을 석회석(石灰石)이 주원료인 시멘트 회사에서 시작했고, 15톤 덤프트럭으로 일하면서 주 작업장도 석회석 광산이었으며, 지금도 석회석 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각별한 인연이 어쩌면 운명인가 생각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