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

1. 긴 모가지의 당신
지울 수 없는 얼굴/ 유월이 오면/ 엽서, 엽서/ 즐거운 편지/ 바다가 내게/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사랑/ 사냥/ 첫눈 오는 날 만나자/ 갈대

2. 은밀한 그리움
편지/ 가을 문안/ 사모/ 이미지들/ 사랑을 위한 노래/ 아침 식사/ 결혼에 대하여/ 그 사랑에 대해 쓴다/ 그대는 별인가/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복종/ 사랑의 힘/ 빈집

3. 천국 같은 애인아, 지옥 같은 애인아
행복/ 꽃피는 시절/ 참 좋은 당신/ 그가 `영혼`이라고 말했을 때/ 레인 피플/ 창 밖은 오월인데/ 잊자/ 사랑의 편지/ 키 큰 남자를 보면/ 고독/ 꽃/ 나의 마음을 위해서라면/ 그대를 위하여

4. 내 가슴 속 슬픈 짐승 하나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목마와 숙녀/ 방상우음 1/ 사랑을 위한 각서12/ 또 기다리는 편지/ 가을에는/ 터키석 반지/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산안개/ 뜻깊은 인생이라고 속삭여 줘/ 잃어버려야 할 것을 찾아서/ 우리들이 달려가는 비포장 지방도로/ 그대 잘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순례의 서/ 한 잎의 여자/ 날개/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보이지 않는 정/ 남자들/ 시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