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로맨스냐

섭섭하기로 말한다면 내가 더 섭섭하다 이놈아. 실연의 아픔을 호소한답시고 술 마시고 전화 걸어서 전화통 붙잡고 통곡하기 일쑤인 대학 남자 동기 놈들. 내가 얌전히 컨설턴트 노릇 해주기도 벌써 3년째. 평소에 나랑 친하던 남자 동기들은 모두들 얌전한 내숭쟁이 여자애들과 연애를 하고, 나에게는 항상 그들의 연애담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아니 들어줘야만 하는 컨설팅 역할만이 주어져 왔다. 많은 남자들과 친하게 지내며 같이 술 마시고, 밥 먹고, 놀러 가기를 일삼았지만 그 누구와도 'Something Special'이 일어나질 않는 '남자 같은 여자친구', '의리파 친구'라는 평판과 더불어 '목석 같은 늙은이'라는 별명이 보너스로 따라붙는 싱글 인생. 나도 이젠 어리고 순진한 1, 2학년생이 아니란 말야! 네 놈들 눈에 난 뭐 여자로도 안 보이냐?

"시끄러! 나 잘 테니까 한강 다리에서 떨어지든지 도로에 뛰어들든지 네가 알아서 해!"
"어? 수형아! 야, 허수형!"

실전에는 약하지만 이론에 있어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연애상담사 허수형. 하지만 이제 그런 건 그만두고 싶다. 의리 있는 친구건, 마음 좋은 상담사건 이젠 졸업하고 싶다. 나도 사실은 '여자친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여자'라구! 내게도 로맨스가 좀 생겼으면 한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