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콘다 죽이기

1. 다섯 살 효정이의 궁금증
2. 추억
3. 사랑 그리고 그리움
4. 자화상
5. 여행
6. 물상
7. 세상만사

집에서 망치로 못을 박다가
손가락을 내리쳐서 생채기가 생겨도
어머니 얼굴을 보니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축구 하다가 부딪쳐서 발가락이 부러져도
미안해 하는 친구 얼굴을 바라보니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회사 동생이 라면을 끓여준다고 하다
내 발에 엎질러서 다리에 화상을 입었어도
안절부절못하고 몸둘 바를 모르는 동생을 보니
차마 아픈 내색 한번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대 내게 헤어지자는 말에
시려오는 내 가슴이
왜 그리 찡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대 시린 나의 마음도 모르는지
내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가슴이 메여오고 저려옵니다
주체할 수 없는 무엇이 내게 생겼습니다
밤이면 잠 못 이루는
나를 바라보니
그대가 너무나 야속합니다

시퍼렇게 멍든 나의 가슴에는
자꾸자꾸만 멍하니
눈물만 흘러내립니다
저기 푸른 하늘은 내 마음 알까요

사랑이 이런 줄 알았더라면
바보같이 그대를 보내지는 않았을텐데

- '난 바보인가 봅니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