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나무에 핀 작은 불꽃

책머리에 _ 10

Ⅰ. 학생시절의 일기

1. 대전중학교 제1학년 _ 16
2. 대전중학교 제2학년 _ 37
3. 대전중학교 제3학년 _ 60
4. 대전중학교 제4학년 _ 105
5. 대전중학교 제5학년 _ 153
6. 6·25 전쟁 _ 162
7. 1·4 후퇴 (1951년 1월 ~ ) _ 200
8. 대전고등학교 제3학년 _ 206
9. 서울대학교 _ 236
10. 결혼 _ 241
11. 다시 서울 생활 _ 245

Ⅱ. 나의 대학생활

1. 전시연합대학 _ 254
2. 부산 생활 _ 254
3.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_ 255
4. 친족장학금 _ 258
5. 북평고등학교 _ 259
6. 귀경(歸京) _ 266
7. 교통사고 _ 267
8. 대학 졸업 _ 269

Ⅲ. 나의 집안 이야기

1. 문중(門中)의 형성 _ 272
2. 묘원(墓苑)의 조성 _ 287
3. 응선 공의 수난 _ 292
4. 어머니와 운명 _ 294
5. 나의 탄생 _ 296
6. 청상(靑孀)의 시련 _ 299
7. 어머님의 효심 _ 303
8. 어머니는 _ 305
9. 삼 동서(3 同壻) _ 308

평설 김우종 _ 309
시작 詩作 11년의 학창일기 - 이택신의 『정자나무에 핀 작은 불꽃』을 주목한다

새벽같이 일찍 아침밥을 해 먹고 서순이와 나와 윤서방, 그리고 경중 형, 이렇게 넷이서 장작가리 굴속에 숨었다. 그 토굴같이 생긴 장작가리 속은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들어앉아 있노라니 이것이 무슨 꼴인지 우리들의 하는 짓이 한심스러웠다.
꼼짝 못하고 쭈그리고 앉아 있으니, 하늘에서 나는 비행기의 폭음소리, 집안을 드나들면서 수군대는 부인네들의 말소리, 대꾸는 못하고 듣기만 해야 하는 소리들만 들린다. 강경 쪽에서 쿵, 쿵, 대전 쪽에서도 역시 쿵 쿵. 그렇게 폭격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리의 기분은 살아나고 있었다. 우리를 구하기 위해 죽기로 싸우는 아군 청년들에 대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은 상상하기도 표현하기도 힘들다. (Ⅰ. 학생시절의 일기 중에서)

나는 서울대학교에 합격은 했으나 바로 본 대학에 가서 다니지 못하고 대전에 새로 생긴 전시연합대학(戰時聯合大學)에서 공부를 해야 했다. 당시 1952년도는 6·25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시(戰時)이기 때문에 서울에 있던 대학들은 거의 모두 부산이나 대구 등지로 피난을 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연합대학은 가정이나 개인 형편상 소속대학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학교를 다닐 수없는 학생들을 위해서 임시로 만들어진 대학이다. (Ⅱ. 나의 대학생활 중에서)

어느 날인가는 화분에 심어놓은 진달래가 이르게 두 송이가 피었다. 나는 그것을 보여 드리고 싶어 어머니가 누워계신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보여드리며 말했다. “어머니, 이 꽃 좀 보세요. 이게 무슨 꽃인지 아세요?” 하고. 어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처다 보고만 계셨다. “이게 무슨 꽃인지 모르세요 그래?” 하고 다시 물었다. 한참을 쳐다보고 계시던 어머니는 힘없이 “몰라…” 하신다. 이것이 나와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Ⅲ. 나의 집안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