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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명상/수행
· ISBN : 9788990223692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부산 안국선원에서의 7박8일
* 발원
1. 화두를 받잡고 12월 23일(수)
2. 화두의 답을 찾아 12월 24일(목)
3. 끝없는 답답함을 안고 12월 25일(금)
4. 생각을 놓치 못해 12월 26일(토)
5. 남들은 다 하는데 12월 27일(일)
6. 생각의 벽을 부수고 12월 28일(월)
7. 고통과 환희 12월 29일(화)
8. 일상으로 가는 길 12월 30일(수)
* 공부의 여운: 남해를 바라보며
제2부. 부산 이후 미황사 가기까지
1. 스님과의 차담
2. 부산 동지들과의 재회
3. 독자와의 대화
4. 학생과의 대화
5. 동료와의 대화
6. 나의 작은 변화
7. 연구소 모임
제3부. 미황사에서의 7박8일
* 연꽃
1. 무명의 서글픔에 잠겨 7월 17일(토)
2. 몸의 느낌을 좇아 7월 18일(일)
3. 허탈감에 빠져 7월 19일(월)
4. 왜 화두인가? 7월 20일(화)
5. 남편의 체험 7월 21일(수)
6. 왜 간화선인가? 7월 22일(목)
7. 성불의 꿈 7월 23일(금)
8. 멀리서 삼배를 하고 7월 24일(토)
* 미황사 이후: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손가락을 튕겨보십시오. 무엇이 손가락을 튕기게 하는가? 내가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하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하긴 한 건데, 그게 무엇인가? 무엇이 손가락을 튕기게 하는가? 나나 마음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무엇을 그냥 ‘나’나 ‘마음’이라고 이름한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손가락이 하는 것이 아닌 것은 이 손가락이 했다면 내가 죽어도 이 손가락은 여기 있으니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무엇이 이렇게 하게 한 것이요? 누가 하는 것인지를 모르니까 답답합니다. 모른다는 말이 가장 친절한 말입니다. 그게 화두입니다. 화두를 들되, 질문은 내가 던졌으니 답만 찾으려고 하십시오. 그것이 화두를 든다는 겁니다. 문제를 외우고 있지 말고 답만 찾으시오. 답을 모르니 답답합니다. 그 답답함을 가득 채우십시오.”
아침에 미산스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여기서 해야하는 것은 화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예요. 의심을 위한 의심, 문제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야할 것은 답을 찾는 의심(疑心)입니다. 답을 몰라서 답답함이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것이 의정(疑情)이예요. 그리고 그 답답함으로 인해 온몸이 의심덩어리가 되는 것이 의단(疑團)입니다. 의심이 의정이 되어 답답함이 가득하면, 그때 변화가 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팁이예요.”
수불스님께서 법문에서 그러셨다.
“마음이라고 하지만, 그건 누가 그렇게 하는지를 모르는채 그냥 이 이름을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마음을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눈을 보는가? 안 보는 게 아닙니다. 보는 눈을 보라니까 제 눈을 꺼내서 보면 그건 멍청이나 하는 짓입니다. 눈이 본다고 말하지만, 그걸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천안이 열리고 혜안이 열려야 합니다.”
...중략...
간화선이 특출한 것을 그 마음바닥에 내려가 공이 되기까지 복잡한 교리나 원리를 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을 교외별전(敎外別傳)이고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하는 것이다. 교리를 따라 바닥으로 내려가게 된다면 그건 결국 내용을 따라 돌멩이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진정한 바닥, 빈 마음이 되지 못한다. 진정한 공(空), 무한에 이르지 못한다. 그 경우 끝까지 그 내용에 매달리게 된다. 바닥에 도달한 것 같아도, 그 바닥은 결국 교리의 바닥, 언어의 바닥이다. 그때는 그 교리에 따라, 그 언어에 따라 다시 이 세상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산 자와 죽은 자로, 구원받을 자와 구원받지 못할 자로 이분하게 된다. 바닥인 근본에 이르러 오히려 근본주의자, 교조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표층에서의 우리의 일상적 분별보다 더 엄격한 분별이고 더 잔인한 분별이 된다. 그래서 이 세상의 종교가 끊임없이 종교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그렇지 않고 일체의 내용을 모두 떠나 진정으로 참된 바탕에 이른다면, 그래서 스스로 빈마음이 되고 빈 도화지가 된다면, 그때에는 세상 만물 모든 것을 선과 악의 분별없이, 호와 오의 분별없이 포괄하게 될 것이다. 간화선은 일체의 내용을 다 버리고 바닥으로, 아니 바닥없는 무한의 심연으로 내려가게 한다. 결국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그저 ‘이뭐꼬’라는 화두 하나에만 매달려 빈 자리를 찾아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건 매 순간이 ‘백척간두진일보’이다. 일체의 내용을 떠나 스스로 자신을 비움으로써 그렇게 빈 바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