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리 이야기

무릉리에서
산 그림자
뻘건 잠바와 선덕여왕님
개도둑
눈(雪)
진실

에필로그

그녀들은 짜장면 사는 순서를 정하고 장날마다 별 일 없어도 공주에 나가서 장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고 온다고 했습니다. 문득 강첨지는 우리 선덕여왕이도 괜히 여왕이네 작갑네 하고 무게잡고 앉았지 말고 이런 모임에나 끼어서 장 보러도 가고 짜장면도 사 먹으러 가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선덕여왕이 이런 모임에 끼면 그녀들이 거북해서 안 될 겁니다. 왜냐하면 선덕여왕은 그녀들이 아는 모든 일에 무식하고 그녀들은 선덕여왕이 하는 일에 괜히 주눅이 들 겁니다.

선덕여왕은 그녀들이 일찌기 만나 본 적 없는 특정직업인(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글은 별로 쓰지 않고 글쓰는 폼만 잡는 작가지만 그녀들은 작가란 말만 들어도 어딘가 자기들하고 별개의 세계사람만 같아서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이리하여 선덕여왕은 동네 여자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그녀는 또 그녀 나름대로 동네 사람들을 왕따시키고 있는 겁니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서로 존중하기는 해도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 본문 116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