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살아있다

- 작가의 말

겨울역사
나는 돼지가 무섭다
흰둥이
피자의 나라
영산홍
황금가면
저기, 어둠 속의 불빛 하나
멀티 인간형
길은 살아있다
바위 얼굴

- 해설 : 연옥에서 발견한 생의 의지 / 양진오

제기랄. 거문고 인 놈이 춤을 추면 칼 쓴 놈도 춤을 춘다더니 정말로 장사는 어디 흙 퍼 가지고 하는 것인가. 보상비 몇 푼 받아 쥐더니 아주 환장을 해 가지구서는. 태부는 어제 밤 내내 굶주린 쥐가 빈 쌀통을 긁어대듯이 술 취한 자신의 얼굴을 흘끔거리면서 한밤중까지 깐족이던 아내의 얼굴을 생각하고는 쓴 입맛을 다셨다.

부부가 함께 시장에 나앉아서 좌판을 벌이자느니, 공장이 많은 울산으로 가서 당신은 취직을 하고 자기는 식당에 나가겠다느니, 아예 댐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장천리로 집을 얻어 나가 밥장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면서 오만 가지 궁머리를 쥐어짜던 아내의 모습이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의 여주인공인양 울먹이는 모습으로 떠오르곤 했다. 아내는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 본문 67쪽, '흰둥이' 중에서